나의 이야기

좌충우돌 굴착기 면허 셀프취득 도전기(상)

Bini(비니) 2022. 6. 19. 08:12
♤굴삭기 면허증 취득 도전기♤

[인생의 작은 목표]

지난해 겨울 생전 처음으로 장만한 작은 땅에 토목공사가 필요했다.
새로운 흙을 받아 평탄작업을 하고 배수로 설치가 수반되는 작은 공사인데 포크레인이 열일을 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워보리라....'
마음 먹은 김에 봄이 오자마자 실행할 마음을 굳혔다.
필기시험을 접수하려 했지만 접수시작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감되어 버렸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이거 경쟁률이 대단한 모양이다.

[굴착기운전 기능사]

국가기술자격 시험 접수 사이트에는 정식 명칭이 '굴착기운전 기능사' 라고 검색해야 한다.
흔히 칭하는 포크레인은 특정 장비회사 명칭이고 굴삭기는 일본식 표기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렵사리 필기시험 접수를 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예상 문제를 풀어봤다.
기계와 관련된 문제는 내 주특기 범위에 있어 어렵지 않다.
예상문제를 몇 번 살펴보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예전과 달리 컴퓨터 화면에서 치르는 익숙지 않은 시험인데 가볍게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실기시험 준비를 위한 중장비학원 탐색]

전엔 자주 본 것 같은데 중장비 학원이 몇 안 되는 모양이다.
전화로 위치와 비용 등 몇가지를 문의했는데 퉁명스런 답변이 되돌아온다.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오면 '여섯시간에 60만 원'이라며 마치 기계음처럼 안내한다.
그 학원에 가고픈 마음도 없고 재미 삼아 도전하는 자격시험을 위해 60만 원이나 투자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젊은 시절 자동차 운전면허증 취득도 독학으로 했는데 말이다.

[굴착 연습용 스마트폰 어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앱스토어에서 '굴삭기'를 검색하자 적지 않은 시뮬레이션 어플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게차나 로더 연습용 어플 종류도 많다.
일단 하나를 다운로드 받았다.
그런데 Lite 버전이라 짧은 연습과정까지만 동작이 되고 전 과정 연습이 불가능 하다.
결국 3,500원을 지불하고 정식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살짝 낚인 느낌이다.

[주행시험은 식은 죽 먹기]

대형면허를 가진 나로서는 'S 코스 전 후진'만 있는 주행시험이야 걱정이 없었다.
몇 번을 연습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운전석 반대쪽 바퀴가 보이지 않지만 운전석측 앞바퀴와 후사경만 보아도 시험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결국 굴착코스가 문제이다.
붐과 암, 버킷과 스윙에 대한 원리와 방법을 익히고 익숙함만 더하면 된다.

[따로 노는 굴착작업]

유튜브에 떠도는 영상을 돌려보며 굴착작업 방법을 학습했다.
실격과 감점 항목이 무엇인지 익히고 시간을 단축하는 요령까지 학습했다.
그런데 막상 조작 레버는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붐을 밀고 암을 당기고 버킷을 접으라는데 두 가지 이상 작업을 동시에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TV에서 자주 접하는 일명 '김여사 사고영상'이 퍽이나 공감간다.

[늙어버린 뇌의 학습능력]

그나마 시간이 지나고 반복되는 연습에 따라 조금씩은 익숙해진다.
붐을 써야할 때와 암을 조작하는 타이밍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평탄작업은 익숙해 지기가 어렵다.
조금의 구분동작도 허용하지 않는 평탄작업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하고 실기시험 원서 접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2주 내외의 간격으로 시행하는 실기시험도 순식간에 마감되어 버린다.
더구나 40km쯤 떨어진 인접도시 시험장과 교대로 시험을 치르니까 가까운 시험장에서 응시할 기회 잡기가 시험 합격하기 보다 더 힘든 것 같다.

[드디어 실기시험 접수 성공]

원서접수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딱 10여분 지난 시간....
그런데 벌써 접수가 마감된 회차가 대부분이다.
12시30분 회차에 접수 가능한 두 자리가 남아있을 뿐이다.
서둘러 접수하고 곧바로 결제를 완료했다.
연습이라곤 스마트폰과 이미지 트레이닝이 전부여서 망설일 법 하지만 일단 저질렀다.
거창하게 면허증 시험에 합격한 느낌이다.
실기시험까지는 한달 가량 남아있어 '무슨 방법이 있겠지? 사람 죽으란 법 있겠어?'

[세상에 죽으란 법은 많아]

'굴착기 학원에서 얼마간 지불하고 한시간 가량 연습할까? 아니면 지인에게 사정 이야기 하고 장비를 잠시 빌려볼까?' 고민을 했지만 말 그대로 고민에 그쳤다.
속절 없이 시간이 흐르고 시험일 까지는 딱 일주일 남았다.
이젠 접수 취소를 하더라도 응시료 환불도 불가능하다.
무작정 도전한 굴착기운전 자격증 시험은 그렇게 난관에 봉착했다.
취소도 대안도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장비와 대면하고 친숙해 지는데 의미를 두면 된다.

[길몽일까? 흉몽일까?]

건강이 좋지 않아서인지 요즘들어 통 꿈을 꾸지 않는다.
줄잡아도 1년 이상은 된 듯 하다.
그런데 시험을 일주일 앞둔 월요일 아침 좋은 꿈을 꾸었다.
누구나 알 수있는 길몽이다.
그런데 길몽의 완성에 10% 부족한 상태에서 잠이 깨었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거나, 꿈 이야기는 누구에게 발설치 말라는 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엔 한번 믿어볼까?'
지도에서 복권방을 찾았다.
혼자는 여간해서 사지 않는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몇군데를 들러도 월요일은 휴무이거나 오전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기다렸다가 오후에 다시 들러 몇 장을 구입했다.

[설마 시험에도 운이 통해?]

로또 1등 당첨이면 좋겠지만 행운이 필요한 다른 무언가도 있다.
그런데 워낙 준비가 부족해 실제 응시여부를 시험 당일까지 저울질했다.
무모한 도전일까?, 시작이 반일까?
무작정 시험장소를 향했다.
넓은 야외에는 각종의 중장비와 시험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원 확인과 실습시험 주의사항 전달을 위해 실내로 들어갔다.
지게차 응시자와 섞여 동시에 교육자 안내과정이 이루어진다.
스무명 남짓의 응시자들 중 내가 가장 연장인 듯 싶다.
'다들 준비 단단히 하고 왔겠지?' 하는 생각에 전적으로 운에 기대어 무턱대고 참석한 내 무모함이 다시금 대단하다 생각된다.

[시험순서는 추첨으로....]

응시자 확인과 서명, 그리고 탑승순서 추첨이 있다.
굴착기 운전 과정은 11명이 응시했는데 추첨결과 내 순서는 2번이다.
그나마 불합격하면 일찍 귀가할 수있는 좋은 순번이다.
시험 요령과 점수, 실격 등에 대한 안내가 있은 후 야외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옥외에는 꽤 여럿이 대기하고 있다.
시간측정, 불합격자 장비의 이동 등 각자의 역할이 있는 듯 하다.
승하차와 필요한 레버 등 현장에서의 추가 설명이 있고 숙련된 조교가 시험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눈으로 보기엔 그냥 '식은죽 먹기'이다.

[무엇이 중헌디?]

응시자를 위해 장비 제조사와 모델명이 사전에 공지가 되었다.
각 장비마다 특성이 있고 조작레버 등 크고작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주행시험과 굴착시험에 투입되는 장비는 제조사와 모델이 다르다고 한다.
친절함에는 감동스럽지만 나로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제조사의 어떤 모델도 접해보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고 보면 다시 생각해도 무모하기가 짝이 없다.

[첫 끝빨이 (?) 끝빨?]

조교의 시범운전이 끝나고 응시자들을 건물뒤로 보냈다.
1번 응시자와 2번 응시자인 나만 남았다.
씩씩한 1번 응시자는 노련한 모습으로 탑승하고 운전대 셋팅과 안전벨트 착용을 마쳤다.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호각소리와 함께 힘차게 출발했다.
S 코스 주행 전진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후진에 문제가 생겼다.
생각대로 조정이 되지 않는 듯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전, 후진 조작은 제법 익숙하게 조작하지만 장비의 진행방향이 원하는대로 바뀌지 않고 결국 시간초과가 되어 불합격이다.

[이게 아닌데....]

사실 S 코스를 전 후진 하는 주행시험이야 걱정도 않았는데 직전 응시자의 불합격을 보고 적지않게 당황스럽다.
그것도 능숙한 핸들과 전 후진 레버를 조작하는 숙련자의 실패이다.
나는 굴삭기라고는 겉에서 들여다본 게 전부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운전석에 올랐다.
핸들 위치를 조정하고 안전벨트를 매고 자신있게 손을 들어보였다.
힘찬 호각소리와 함께 전진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았다.
그런데 전진하지 않는다.
순간 당황했다.

[전진부터 꼬인 스텝]

알고 보니까 주차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 옆 푸쉬페달을 풀어야 한다.
늦지 않게 체결을 풀고 출발이다.
1분 안에 출발을 못하면 실격이지만 이정도지연은 감점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보기와 달리 오른쪽 앞바퀴도 잘 보인다.
'이정도면 쉽게 합격이네'
그런데 중간 지점을 지나고 왼쪽 라인에 너무 붙였는지 감지센서를 향한다.
급하게 후진을 했다가 다시 전진을 했지만 다시 감지센서와 맞닿을 상황....
결국 다시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여 도착선을 통과했다.
이제 후진만 잘하면 합격할 것 같은데 시간이 문제이다.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제한시간 2분 중 1분30초는 소비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엑셀을 깊게 밟고 후진속도를 높였다.
이젠 왼쪽 사이드밀러만 보고도 후진주행이 가능하다.
최소한 스마트폰 어플로 연습할 때엔 그랬다.
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우측 앞바퀴가 이탈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초과나 차선 이탈이나 불합격은 마찬가지이다.
핸들을 조금 풀고 그대로 엑셀을 밟자 잠시 후 호각소리가 들린다.
'내리세요, 실격입니다'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하차하면서 물었다.
'시간초과인가요?'
그런데 내 질문과 달리 실격 사유는 우측 앞바퀴 탈선이었다.

[하나 배우고 갑니다]

허무한 마음으로 되돌아서는데 대기중이던 세번째 응시자가 한마디 한다.
'연습 많이 해야 하겠네요, 저는 여덟번째 도전입니다'
안타깝게 그 응시자는 여덟번째 도전에도 탈락하고 말았다.
11명의 응시자 중 첫 세명 연속 탈락이라니....
그것도 주행시험에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결과이다.
스마트폰 어플로는 전 후진 총 소요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설명이 부족하다.
이유를 알아야 다음 시험에서 합격을 하던지 하지?

[과학적 분석, 공학적 분석?]

주특기를 살려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첫번째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경험부족이다.
운전석에 처음 앉아서 이정도면 다음엔 문제가 없을터이다.
그런데 두번째 추정되는 원인이 문제이다.
타이어가 닳아서 밀리는건 아닐까?
시험장 바닥은 분명 콘크리트였는데 타이어 닳아서 생긴 검은 가루가 뒤덮여 있다.
마음먹은대로 조향이 되질 않는다.
분명 앞바퀴를 회전했는데 앞바퀴가 향하는 궤도로 전후진하지 않고 직진 방향으로 밀리는 느낌이 강하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보다 전문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운 지식이 떠오른다.
카운터웨이트가 그것이다.
굴착기 버킷(일명 바가지)에 흙을 담아 들어올릴 때 장비 앞뒤의 균형을 잡기 위해 뒷부분에 상당한 중량의 카운터웨이트가 설치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뒷바퀴에 무게중심이 실리다 보니 앞바퀴가 향하는 조향 방향보다 조금 더디게 방향이 틀어지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하면서 생기는 일명 언더스티어(부족조향) 현상이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조금 여유있게 미리 핸들을 조작하면 된다.
앞 첫번째 응시자도 멀쩡하게 코스를 잡은 것 같았는데 마음먹은대로 조향이 되지 않았던 원인이 그건지 모르겠다.

[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있다]

사실 젊은시절 굴착기 자격증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상당히 어렵고 또 꼭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복된 연습, 즉 익숙함이 쌓이면 자격 취득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이미지트레이닝만으로 쉽게 취득이 가능한 호락호락한 자격증이 아님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수십년간 몸담은 장비관련 종사자는 그 분야에 전문가이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전문가이다.
하루아침에 전문가 뺨칠 수는 없는 법....

[멈추지 않는 도전]

단 한번의 실패였다.
충분히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쉽게 통과할거라 생각했던 S 코스 '주행시험'에서 현실의 높은 벽을 맞닥뜨렸다.
누구나 쉽게 취득하는 자격증이었으면 중장비운전학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나만의 목표는 더욱 굳어졌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기로....
한걸음 또 한걸음....
굴착기운전 자격증 취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