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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홀로서기!(22.09.05)

Bini(비니) 2023. 11. 1. 06:48

둘째의 홀로서기!(2022.09.05)

[아빠! 이렇게 뜨는데?]

취업 시험을 응시하고 마침내 발표일이다.
초연한 체하던 둘째 딸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가와 보여준다.
분명한 '합격'인데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전산장애로 인해 합격자 확인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하다 보니까 혹시나 헛물이라도 켤지 싶어 걱정인 모양이다.
아직 스물넷, 인생의 대부분이 처음이라서 그렇겠지....
뛸듯이 기쁜 마음에 축하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살며시 인터넷으로 접속해 보니 역시 접속이 되지 않는다.
30분이 넘어도 마찬가지이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해 이상 트래픽이 발생한 모양인데 많은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겠네....

[막내라서 지남철]

내 나이 서른다섯에 만난 둘째이다.
언니와는 세 살 차가 나지만 생일이 빨라서 학교로는 2년 차이다.
사실 한두 살 차이가 무어 대수겠냐마는 막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인지 관심을 독차지하곤 했었다.
더구나 낯선 장소로 외출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늘상 내 무릎이 지정석이었다.
꽤나 긴 시간이 흐르고 집을 떠나보내야 했던 대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당당하게 합격했지만 4년 동안 내 무릎의 허전함이 대신해야 했다.
아직도 가족들이 외식을 하게 되면 내 옆자리가 지정석이다.

[험난한 대학 생활]

전공을 정해야 하는 시기....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심 끝에 '산림'을 전공으로 선택했었다.
환경과 에너지가 미래 먹거리인 현실을 보고 내심 응원해 마지않았다.
6개의 수시전형 중 다섯 개의 합격통지서를 받아 들 만큼 순탄했던 산림학 배움의 시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부 스트레스로 작용한 모양이다.
그래도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노력의 결실로 장학금 좀 타는 이른바 '엄친딸' 소리는 자주 들었다.

[휴학과 복학]

미래가 밝게 예측되지 않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대학 3학년 때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진행했고 4학년 진학을 하고는 곧바로 휴학 이야기를 꺼냈다.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결국 1학기를 마치고 취업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흔한 학원과 고시원은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화상교육으로 대체해야 했으니 그야말로 몸에서 사리가 나올 일이다.
이듬해엔 취업 준비와 학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1 하기 만에 재개한 학업 역시 원격강의였다.

[주독야독]

등교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출석 체크와 과제 등으로 인해 다른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더구나 과제의 비중이 커지면서 외려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빼앗겼다.
결국 낮에도 학습하고 밤에도 공부하는 주독야독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휴학을 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학생신분이다.
나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지만 쉽지않을 것이 분명했다.

[첫 도전과 좌절]

테스트 삼아 공무원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준비가 부족했으니 경험을 쌓는데 의미를 뒀다.
그래도 시험을 앞둔 몇주간은 책과의 전쟁이었다.
먼저 치러진 국가직시험에 아쉽게 낙방했다.
이어진 지방직시험을 위한 도전 역시 합격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국가직이야 전국단위 순위로 합격여부를 결정하니까 80점 후반대의 고득점이 필요하지만 지방직 시험도 중소도시는 꽤나 높은점수가 당락을 결정짓는다.

[운7기3]

사실 응시지역을 결정할 당시 춘천과 원주에 정원 세명을 모집했고 고향 강릉에는 고작 한명만 채용하는 상태였다.
한명 모집이라 자신이 없었는지 춘천지역 근무로 지원을 했었다.
더구나 1년 전에 커트라인조차 강릉이 상대적으로 높았었다.
결과적으로는 춘천은 고득점자들만 합격했고 강릉은 운좋게 낮은 점수의 합격자가 생겨난 것이다.
부모로서의 안타까움은 있지만 본인의 상심을 추월할까? 싶어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심기일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빠르게 흘러갔지만 정작 수험생 본인에게는 인고의 세월이 아니었을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또 밤낮으로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중간에 가족여행으로 바람이라도 쐬게 해주면 좋겠는데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사치에 불과한 생각이다.
두번째 국가직시험을 치르고 기대반실망반이었는지 짧은 휴식 후에 곧 있을 지방직 시험준비에 돌입했다.

[진인사대천명]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로서는 국가직 시험결과 발표일에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합격선이 예상보다 높았고 결국 또한번 쓴맛을 봐야했다.
아직은 스물넷 나이이고 언제든 기회가 올거라는 생각에 마음편히 준비하라는데도 마치 마지막 도전인양 모든걸 쏟아부었다.
드디어 응시일이다.
이번엔 강릉지역으로 도전했고 따라서 시험장소가 고향인 강릉이다.
지난해와 달리 두명을 모집하기에 합격 확률은 높지만 워낙 운이 따르는 시험이란걸 절실하게 느꼈기에 방심할 수 없다.

[기대禁止]

시험을 치른 후에도 본인의 점수에 대해 확신을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 기대하지 말라고 세뇌하는 눈치였다.
기다리던 합격자 발표일이다.
워낙 기대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왔던지라 담담한 마음, 그렇지만 살짝 기대는 했다.
합격선 점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득점이 그 점수 이상이다.
면접시험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제 목표의 80% 이상에 도달했다.

[산넘어 산]

여기까지 왔으니 실수없이 면접시험까지 통과해야한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최종합격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유비무환이다.
면접시험일까지는 더더욱 빠르게 지나갔다.
시험장소인 춘천으로 가는길에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달리는 차안에서도 마지막 복습으로 면접 리허설을 했다.
춘천에 도착해 가벼운 점심식사를 하고 시험장소로 향했다.
학교를 빌려 치르는 1차 시험과 달리 이번엔 도청에서 치른다.
일찌감치 데려다 주고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도 길다.

[좋은예감]

주위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많이도 받았지만 합격통지를 받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없다.
필기시험 합격자의 20%까지도 탈락시킨다는 일부 광역지자체가 있지만 강원도의 경우 웬만하면 면접에서 통과할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형편이 못된다.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은 길고 걱정도 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의 둘째가 '끝나고 나왔는데 나 어디로 갈까?'
도청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금세 도착했고 차오오르자마자 하는말 '나 오늘 면접 엄청 잘본것 같애'

[기념여행]

기대반 우려반에서 우려가 사라지는 느낌이었고 결국 최종합격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간 미뤄왔던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리조트를 몇번이나 미룬 끝에 변산반도에 있는 콘도에 다녀왔다.
그런데 첫째의 회사스케쥴에 문제가 생겨 반쪽짜리 가족여행이 되었다.
서둘러 넷이 함께쌀 여행을 다시 계획했다.
이번엔 첫째의 통큰 찬조로 여수에서 고급진 숙박을 하기로 했다.

[배부른 불평불만?]

문제는 강릉시에서 '출근일자가 언제라도 상관없냐?'며 조만간 전화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였다.
이건 뭐 중소기업도 아닌데 일을 이렇게 하지?
결국 여수여행은 갑작스런 출근명령과 이동거리 등을 감안해 1박2일 짧은 일정으로 계획하고 하루던 취소가 가능한 숙소를 예약해 인천에서 1박을 더하기로 했다.
바다위에 지어진 듯한 고급호텔에서 1박하며 여수밤바다를 즐기고 때마침 대하철 소래포구 꽃게와 대하도 즐긴 의미있는 여행으로 마무리되었다.
2박3일간의 여행이 마무리되고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내려오는 길에 둘째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내일 9시까지 출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