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떠나는 삿포로 겨울여행(2023.11.11)
늦가을에 떠나는 삿포로 겨울여행(2023.11.11)
[여행지 결정장애]

어렵사리 결정한 여행지였다.
친구들과 여행경비를 모아 시작한 해외여행인데 코로나 펜데믹을 맞아 한동안 지연되어 돈도 제법 쌓여있었고 코로나19가 진정되자 다시금 여행을 계획했다.
몇년전에 홍콩 여행과 태국 여행을 했었고 이번이 세 번째 여행이다.
무더운 동남아 지역이 아닌 가까운 곳을 고르다 보니 일본행으로 결정했다.
일본은 거리는 가까운데 정치적 민족적 감정이 있는 곳이어서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요시간, 원엔화 환율 등이 여행의 메리트이다.
일본으로 정한 후에도 어느 지역으로 갈 건지 한참을 망설였다.
늦가을이라 남쪽 지역이 좋겠지만 우리 가족은 오사카, 한 친구는 후쿠오카를 다녀온 지라서 혼슈 북부인 도쿄나 홋카이도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홋카이도로 결정했다.
[쇼핑 스트레스 탈출]
여행지가 결정된 후에도 날짜와 코스, 가격 등 고민의 요소는 계속되었다.
일단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휴일은 끼워야 하고, 주중에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가능한 일정을 잡아야 했다.
결국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순으로 결정되었고 코스와 여행경비는 옵션, 쇼핑을 배제한 상품으로 선택했다.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옵션과 쇼핑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10월에 큰딸과의 홋카이도 여행을 하게 되었고 결국 한해에만 두 번째 일본 여행이 되었다.
[인천공항행 교통편]

이른 시간이지만 토요일이다.
때로는 고속도로가 막힐 수 있기에 고속철도를 이용할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버스로 결정했다.
환승과 ktx-공항철도 연계 시간 등 제약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새벽 6시에 출발해 김포공항을 경유해 인천공항 T1과 T2로 향하는 28인승 버스였다.
소요 시간은 T1까지 4시간이 조금 못 미치는데 도착예상 시간이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다.
18명이 탄 버스가 어둠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감기약을 먹어서인지 편안한 의자 때문인지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휴게소에서 깨었다.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는 일행들의 핀잔을 듣고서야 깊은 잠에 빠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버스는 김포공항으로 향하지 않고 지나쳤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김포공항에 내리는 승객이 없는 모양이다.
도심 행선지 하나를 건너뛰었으니, 도착시간이 당초보다 사십 분이나 단축되어 세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웬 횡재인가?
[한국출발 인솔자? 가이드?]
항공권은 온라인으로 사전체크인을 했고 일본 입국 신고도 비짓재팬으로 끝낸 상태였다.
이제 수하물 부치는 일만 남았다.
조금 늦을뻔한 가이드와의 미팅 시간이 오히려 한참 남은 상황이다.
이번에 이용할 제주항공 체크인 카운터는 마침 공항버스 하차지점과 멀리 떨어진 M 카운터이다.
한참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후, 가이드와의 미팅 장소를 확인하자 다시 한참을 걸어야 하는 공항 대합실 맨 끝부분에 있다.
LCC 항공사에 대한 차별은 아닐까?
다행히도 한국에서 함께 출발하는 가이드 겸 인솔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인 가이드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만, 인솔자가 함께 출발하는 게 패키지여행 인원이 상당히 많아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하물을 부치고 아침 식사는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가볍게 끝내고 보안검색대로 향했다.
[비대면 스마트 체크인]

대기하는 줄이 갑자기 길어지더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항 안내직원이 반대편 입구쪽으로 유도했다.
그런데 뒤쪽에 있던 승객들이 뛰어서 이동하는 바람에 결국 비슷한 순서가 되어버렸다.
한참 지나서야 조금씩 줄이 짧아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체되어 있는 두 줄과 달리 텅 빈 세 번째 줄은 완전한 패스트트랙이다.
온라인체크인을 했고 지난 여행에서 안면인식과 지문 등록을 했으면 출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시험삼아 시도했다.
강력한 두 번의 부저음에 공항 직원이 다가온다.
되돌아와 확인하자 어플을 활용해 출국 때마다 안면인식 등록을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여행을 위해 어플을 다운받고 안면인식 등록을 마쳤다.
[여전히 친숙하지 않은 보안검색대]

이젠 제법 익숙해질 법한데 절대 익숙하지 않은 절차이다.
소요 시간도 길고 모든 옷가지와 휴대품을 검색대에 올려야 하는 절차는 여행의 즐거움을 해치는 요소이다.
한 여행객은 항공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좌불안석이다.
공항직원에게 부탁을 해도 순서를 바꿀 수 없다며 기다리라 했다.
조바심과 안타까움은 온전히 공항에 늦게 도착한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다.
여유있게 두세 시간 전 공항으로 오라는 당부의 이유인 듯하다.
마지막 검색대로 향하는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여러 게이트 중 유독 내가 선택한 게이트에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사람들만 있는지?
도무지 줄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제발 미리 웃옷 벗고 허리띠도 풀고 가방 준비 좀 합시다'
하긴 검색대 빨리 통과한다고 항공기가 먼저 출발하는 것도 아니다.
[짧은 면세 쇼핑]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 면세품 매장에 들어섰다.
서로 쇼핑 목표가 다른 나와 아내는 각기 다른 길로 향했다.
평소 눈여겨 둔 양주와 고급 소주의 가격 동향을 살피는 게 내 취미였다.
일본 엔화는 꾸준히 하락하는데 면세품에 매겨진 미 달러화는 지속적으로 올라, 주류가격이 대부분 상승한 상태이다.
지난 10월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오면서 맛본 국산 고급 소주 '화요'도 마찬가지이다.
조금 저렴하게 맛볼 생각으로 세트 상품 하나를 고르고 탑승구로 향했다.
사실 욕심나는 고급 술이 있지만, 기내면세점에서 할인프로모션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던 기억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홋카이도행 제주항공]

180석 규모의 좌우 3열 LCC 항공기는 앞뒤 폭이 좁고 모니터와 기내식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저렴한 맛에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값비싼 패키지여행에서 LCC 선택에는 다소간 아쉬움이 있다.
이륙 후 비행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라는 기장의 안내멘트가 들려온다.
제주행 항공기와는 다르게 비행고도가 11km를 넘기고 시속 1,000킬로미터의 빠른 속도로 비행을 하고있다.
창가에서 스마트폰 GPS를 이용한 측정값이다.
창가석의 장점은 이러한 것이다.
얼마간 지나자, 기장의 어나운스먼트가 재개된다.
'지금 항공기는 울릉도 상공을 지나고 있으며 잠시 후 독도 상공을 지나게 됩니다.'
아쉽게도 짙은 구름 때문에 바다와 섬은 볼 수 없었다.
[농축산물 탐지견]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창밖을 보니 육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육지에 항공기 그림자가 보이는 걸로 보아 구름층 아래로 내려온 건 아닌데 그렇다면 해상과 지상의 날씨에 큰 차이가 있는듯하다.
고공에서의 강한 기류와 달리 제법 스무스하게 착륙했다.
랜딩 직전의 기체 흔들림이 있었지만, 막상 지면과 닫는 순간은 안정적이었다.
한참을 걸어 신치토세 공항 입국장에 다다랐다.
하카타공항과 비슷한 규모의 공항인 모양이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수하물을 기다렸다.
공항 직원이 탐지견을 앞세우고 계속해 순찰을 하고있다.
처음엔 마약 탐지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농산물 탐지인 모양이다.
[홋카이도의 구성]

홋카이도는 일본의 4대 섬 중 하나로 규슈와 혼슈 다음으로 이어진 섬이다.
쿠릴열도는 러시아에 귀속되어 있고 오키나와는 미국으로부터 되찾은 열도이며 이를 제외한 도로와 철도로 연결된 섬이다.
규슈 남부지방과 홋카이도 북부지방의 거리가 3천 킬로미터를 넘고, 일본의 20%를 넘는 두 번째로 큰 섬이지만 인구는 520만 명에 불과해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지역이 많다.
따라서 철도나 교통이 열악하고 그나마 자동차의 보급으로 폐선되는 선로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150여 년 전 메이지 시대에 본토로부터 정의대 쇼군이 토벌을 나서 당시의 원주민이었던 아이누족은 원주민 15000여명 밖에 남아있지 않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이익과 차별을 받으며 15,000여 명 정도가 남아있다고 하니 민족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쓰쓰기노 거리]

공항에서 한시간 가량 이동해 숙소가 있는 삿포로 시내로 향했다.
오도리 공원과 스스키노거리가 모두 저녁 시간 관광이 좋지만 오도리 공원의 야경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동 시간과 저녁 식사 장소를 고려한 선택이라 했다.
숙소와 저녁 식사 장소까지 가까운 거리이다.
스스키노 거리 역시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거리는 양측 건물에 약품 매장이 들어차 있고 사이사이에 음식점들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버스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미리 점찍어 둔 할인 매장 돈키호테로 향했다.
[삿포로 돈키호테]

다누키코지상점가에 입점한 메가돈키호테는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의 초대형 매장이다.
이것저것 리스트업된 상품들을 고르고 또, 새로운 관심 물건을 고르다 보니 약속한 시각이 가까워졌다.
1층 면세카운터에는 기다란 줄이 이어져 있다.
마침 우리 순서에 1번 계산대가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웬 인수인계할 게 그리 많은지?
계산을 시작하는데 한국말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
아니 한국인 뺨치는 수준이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말....
'그럼요 한국인인데요!'
[할인받기 어렵군!]

사전에 마련해 둔 돈키호테 할인쿠폰을 캡처해 두었다.
5,000엔을 초과하면 부가세 면세혜택이 주어지고 1만엔 이상 물건을 사면 5% 추가 할인을 하는 쿠폰이다.
그런데 할인이 되지 않는다.
카드 결제 단계에서 할인이 되지 않으니 이거 낭패이다.
지금은 일각이 여삼추이다.
한국인 캐셔가 상사로 보이는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해 겨우 해결되었나 싶은데 이번엔 카드리더기가 말썽이다.
하마터면 추가할 인 없이 돌아설 뻔했는데 그래도 말이 통하는 덕분에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대게, 샤부샤부 무한리필]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인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다.
한국인 손님들이 끝없이 나온 뒤에야 식당 안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테이블 아래가 파여있는 형식의 일식집 분위기이다.
대게와 샤부샤부가 준비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일본의 짠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짜도 너무 짠 대게를 열심히 해체했다.
종업원들은 눈치껏 빠르게 리필을 물어보고 대게와 샤부샤부 재료들이 교체된다.
나오는 접시마다 대게의 짠 정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무한리필에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이다.
사케를 주문해 함께하다 보니 빠르게 한 시간이 흘렀다.
남은 시간이 10분인데 패키지 다른 팀들은 벌써 일어났다.
하는 수 없이 샤부샤부 건더기 몇 젓가락 마시듯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자카야 탐색전]
고급스러운 호텔은 아니지만 잘 관리된 곳이다.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도 많은 최적의 위치이다.
그런데 일찍 자리에 들 수도 없는 노릇....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 쌀쌀한 바람마저 부는 저녁 시간에 아내와 둘이 쇼핑을 나섰다.
일행인 친구 가족들은 피곤함을 호소하며 첫 여정의 피로를 달래는 시간....
감기기를 가진 채 여행을 시작한 아내와 나는 삿포로의 첫 밤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저녁 식사 전 거닐었던 거리에서 조금의 쇼핑을 더 하고 숙소 근처의 이자카야에서 가볍게 삿포로 맥주나 사케 한 잔 더 하기로 했다.
첫째가 리스트업해 준 두어 군데 중 한 곳은 찾지 못하고 나머지 한 곳은 욱일기 문양이 있어 되돌아 나왔다.
또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손님을 받지 않겠다 했다.
[라멘노포거리]

이자카야를 찾아 헤메이는 동안 자주 발견했던 모습이 있다.
열 시가 다 되었는데 라멘집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라멘집에라도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추운 날씨와 긴 줄이 을씨년스러워 번번이 돌아섰다.
결국 편의점에서 맥주와 조금의 안주로 숙소판 이자카야를 즐기는데 만족해야했다.
편의점에서 만난 여행가이드가 라면집 노포거리가 근처에 있다며 그곳 말고도 바깥에 나가면 문을 연 이자카야가 수를 셀 수없이 많다고 했지만, 숙소에서 간단히 마시는 삿포로 맥주도 나름 운치있었다.
[오도리 공원 시계탑]

이튿날 아침 첫 관광코스로 어제저녁에 시간이 남지 않아 미뤘던 오도리 공원에 정차했다.
오래 머물 수 없는 일정 사정 때문에 20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유명한 시계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눈에 띄는 건 붉은색 철탑에 디지털시계가 걸려있다.
방송전파를 송출하는 전파탑이라 한다.
공원을 산책하듯 시계탑 방향으로 걸었다.
여행 전 홋카이도 지역의 비 예보를 보고 여행 왔지만 멀리 높은 산마루에는 많은 눈이 내려있다.
공원 내 시계탑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시간이 짧아 되돌아가기로 했다.
[삿포로의 환경]
북쪽에 자리한 삿포로는 추위와 눈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겨울이 길고 여름이 채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짧은 여름을 즐기기 위해 오도리 공원에서는 삿포로의 메이저급 맥주 3사가 총출동하는 맥주 축제가 열린다.
짧은 여름을 아쉬워하는 성대한 축제라고 한다.
일본 본토와는 달리 메이지시대에 개척을 하면서 미국의 문화와 기술을 들여와 건축, 농업기술이 대부분 미국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겨울 영화 촬영지로도 호평받는 등 눈과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 영화가 만들어진다.
건물은 눈이 잘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열선을 갖추어 눈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지붕을 설계했다.
음식문화로는 구마모토처럼 말을 사육하여 말고기나 말과 관련된 사업들이 발달하고, 추운 지역인 만큼 우리나라 전골격인 나베를 즐겨 먹는다.
풍부한 해산물이 있어 사시미, 스시도 유명하다.
[노포 '시지세'의 明과 暗]
흔히들 대를 이어 100년 이상 운영하는 가게를 노포라 부르는데 특히 일본의 경우 '시지세'라 불리는 노포 천국이라 한다.
100년 이상 된 가게야 말할 것도 없고 200년을 넘은 노포가 3~4천여 개에 1000년을 넘은 노포도 열 개가 넘는다.
그런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일본어로 와식, 한자로 화식(일본의 전통 음식-한국의 한식)처럼 화목을 위해 자기가 할 일을 전념하자는 사상에서 강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장인정신의 이면에 담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픔이라고 여겨진다.
[첫눈 맞이 여행]

여행 전에도 흩날리는 눈은 보았지만 제대로 된 첫눈이라 하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눈의 도시 삿포로에서 제대로 된 설국을 맞았다.
여행 전날까지 맑고 기온도 높았는데 하필이면 우리 여행 일정 나흘간 춥고 흐린 건지? 하는 불만이 있겠지만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11월 중순 여행객이 이러한 설경을 구경하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눈의 도시답게 특별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눈에 띈다.
경사로에는 눈덩이가 떨어지지 못하도록 바리케이트를 치기도 하고 도로 양옆 또는 낭떠러지 방향에는 도로가 눈에 덮였을때 경계를 확인할 수있는 깃대봉이 꽂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로이코이비토 과자공장]

시내로 접어들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눈사람 모양의 인형이 건물 전체를 둘러싼 모습이 나타났다.
지붕 모양을 관심 있게 살피는 중이어서 삿포로의 건축양식인 줄 착각했다.
불과 1분 후 오늘 관광코스인 과자공장임을 알아차렸다.
건물은 적색 벽돌로 지어져 있고 굴뚝이 기울어져 직원들이 당기는 모습이나 백곰이 건물을 기어오르다가 엉덩이가 걸린 듯한 코믹한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공장 안에는 유료 견학이 가능한 공간과 판매하는 과자 쇼핑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유명세 때문인지 과자 가격은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스키 온천 연계 리조트]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는 사계절 중 눈이 내리는 기간이 길고 인공 눈 제조 기술도 발달하여 스키타기 좋은 지역이다.
여기에 천연온천까지 많이 있어 스키와 온천을 함께 연계한 리조트가 많다.
대기오염이 별로 되지 않아 내린 깨끗한 눈이 녹지도 않아 제설작업에 애를 먹으며 평상시에도 폭설로 고립될 수 있어 자동차 연료를 가득 채우고 운행을 해야 안심할 수 있다.
[오타루 소운하]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계속 달렸다.
때로는 산과 언덕을 지나고 평지를 지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석축건물이 보이는 걸 보면 오타루에 온 모양이다.
이곳은 농업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국
바닷가에서 부터 매립을 하여 건물을 짓고 중간에 운하를 만든 곳이다.
석조건물이 많고 오래된 목조건물도 제법 많이 보인다.
운하래야 폭이 10여 미터 남짓이어서 작은 관광객용 요트가 운항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타루 쓰시초밥정식]

오타루 거리에서 점심 식사와 자유시간이 이어진다.
가이드는 이어지는 일정을 미리 이야기하고 통제에 따라줄것을 부탁했다.
인원이 서른 명을 넘으니 한두 명만 개인행동을 하면 모두의 일정이 꼬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예정인 쓰시 식당 앞에서 점심 식사 후 만날 장소를 정하고 시간까지 약속받았다.
그리고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예약된 만큼 단체별 인원에 따라 자리가 배치되었다.
금세 준비된 쓰시가 테이블에 나왔다.
나무로 만든 그릇에 10여 점이 조금 넘는 양이다.
게다가 생강초절임과 된장국이 전부이다.
[닥광 없어요?]

일행 친구가 갑자기 반주용 약간의 술을 요청했다.
가이드가 능숙한 말솜씨로 주문하자 작은 호리병에 정종 한 병을 담아 내어왔다.
담긴 술의 양이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미루어 병술을 나누어 파는 일종의 컵술인 모양이다.
이번엔 단무지가 먹고 싶은지 단무지가 일본어로 뭐냐고 묻는다.
어릴 적 자주 쓰던 단어 '닥광'이라 이야기하자 종업원이 '하이! 닥구앙~~~~'이라며 무어라 길게 답을 한다.
눈치껏 해석하면 '있긴 한데 돈을 내라'라는 답변 같았다.
한 접시 달라고 하자 작은 접시에 담아 내어왔다.
여섯 명이 먹기엔 양이 턱없이 적다.
한 접시 추가 했더니 이번엔 제법 많은 양을 담아준다.
닥광은 다꾸앙의 다른 이름이다.
일본의 에도시대에 백성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맨밥을 먹는 것을 본 스님이 무를 소금에 절였다가 나누어 준 데서 유래되어 스님의 이름을 따서 다쿠앙이라 불린다는 유래이다.
[오르골 본당]

식사가 끝나고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거리를 걸었다.
주요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상세하게도 안내해 주었다.
거리의 끝에는 오르골당이 있다.
여행 전 딸에게 얻은 정보에 따르면 엄청난 규모의 일본 최대의 오르골당이다.
이름값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오르골이 전시 판매되고 있고 무엇보다 오래된 이국적인 건축물이 운치를 더해준다.
오르골당을 나와 녹슨 철문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
메론이 유명한 사포로 지역의 특히나 오렌지빛 과육의 멜론은 지나치면 안 된다기에 컵 멜론을 맛보았다.
[유리공예품 쇼핑]

오타루라는 지명이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 언어로 모래 사이의 강이라는 뜻이다.
바다를 메워 건물을 짓고 사이에 운하를 만든 데서 오타루 운하가 탄생했다 한다.
청어잡이가 발달한 시기에 어구를 만들기 위해 유리제조 기술이 발달했으며 어업이 사양화되면서 유리공예 기념품 산업으로 대체되었다.
유리잔을 사고 싶어 하던 아내와 함께 중간 크기의 매장으로 향했다.
유리병 하나와 가족들의 십이지가 새겨진 술잔을 골랐다.
참으로 대단한 상술로 발전했다.
[주조견학공장]

다음 코스는 술 제조공장 견학이다.
낡은 건물과 현판이 공장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1층에는 매장과 시음 행사를 하고 2층으로 오르면 자부심이 묻어나는 술 제조 방법과 등급을 소개해 준다.
톤 높은 목소리의 여성이 설명하면 우리 가이드가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통역해 준다.
같은 쌀이라도 정미 정도에 따라 등급과 맛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새롭다.
옆 방으로 자리를 옮기면 1층에서 이루어지는 제조공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다.
다시 층으로 내려와 시음의 기회를 얻는다.
준마이 다이긴조 한모금....
한자로 순 純 많이 米(순수 쌀로 만든), 다이긴조(많이 깎아낸 고급술)이라고 한다.
[신용카드가 안 되는 이상한 나라?]
일본 여행이 세 번째이다.
2018년 오사카 여행에서 느낀 점이라면 신용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놀랐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전산이나 통신 등 기술적인 발전이 한국에 비해 더디게 발달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이쯤 되면 탈세의 천국이 아닌지 의문부호가 생겼다.
그런데 수긍이 가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본 국민성은 외상이라는 신용카드의 사용을 자제하고 검소한 소비를 한다는 점, 화산 등 자연재해가 많은 특성상 통장의 돈 보다 현금의 소중함에 카드 사용을 회피하고 있으나 현금 사용에도 탈세에 악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호텔 시카노유 온센호텔]

조잔케이에 접어들었다.
숙소인 시카노유 온천호텔은 조잔케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 도착한 후 가이드는 일찍 객실을 배정받고 휴식이나 온천을 즐기라며 7시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이라고 했다.
온천은 즐기지도 않고 감기기도 조금 남아있어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다.
갖가지 해산물을 중심으로 꽤 고급진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래서 조금 더 비싼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택하는 모양이다.
[사슴 소프트아이스크림]

어제의 삭막한 저녁 시간을 보상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오늘 숙소는 첩첩산중에 위치해 있다.
식사 시간에 간단한 주류라도 주문해 여행분위비를 돋구어 줘야 한다.
마침 가이드에게 받은 쿠폰으로 저녁 식사에 이은 간식타임을 가졌다.
숙소 식당 입구에 있는 매장의 소프트아이스크림이었다.
이 쿠폰마저 없었으면 황량한 시골 마을에서 황당한 하룻밤을 보낼뻔했다.
[조쟌케이의 아침]

밤새 흩날린 눈에 때이른 겨울왕국이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이드의 추천으로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식뷔페를 찾았다.
시골 호텔의 뷔페인데 저녁과 마찬가지로 구성이 화려하다.
감자구이와 우유, 연어구이과 각종 튀김으로 배를 적당하게 채웠다.
출발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랐다.
어건 한겨울 날씨이다.
오랜 경력의 가이드는 지식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조잔케이는 온천을 개발한 스님이름 조잔과 협곡을 말하는 케이를 합성한 단어이다.
노보리베츠와 달리 사람이 발견하고 개발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런 감자튀김]

다음 행선지로 향하면서 도로에 쌓인 눈에 개의치 않고 버스가 고속으로 주행한다.
이곳 지역은 겨울용 특수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으면 운행하는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당연히 지금 이 버스는 겨울용타이어이므로 안심하라 한다.
도로 좌우에 내린 나뭇가지위 눈이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산등성에 휴계소가 모습을ㅈ드러냈다.
한겨울 한국의 대관령 날씨였다.
눈보라가 내리며 매서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휴계소에서는 감자튀김 여러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미리 주문한 감자튀김을 가이드로부터 건네받았다.
핫도그를 닮은 외피를 베어물면 감자가 속살을 드러낸다.
감자주산지인 홋카이도에서 개발한 먹거리라 한다.
[탄력적인 일정 조정]
도로 좌우 가로수에 내려앉은 눈때문에 설국의 경치가 펼쳐지고 멀리 산이고 들판이고 온통 눈밭으로 변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가이드의 안내멘트가 이어진다.
다음 행선지 정보인 도야호수와 쇼와신잔의 유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식사시간을 조정해 12시부터 유람선을 타고 오후 한시에 편안하게 식사를 하는게 어떠냐며 양해를 구했다.
이후에도 일정 설명부터 일본의 국민성과 스미마셍' 단어가 자주 쓰이는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가급적 사과와 양보를 하면서 화목을 강조하는 사상과 문화가 있고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아 심지어 부부간에도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몇가지 아재개그를 선보였다.
[아재개그 경연시간]
가이드는 갑작스레 아재개그를 쏟아냈다.
'하느님이 역에서 내리는 것을 세글자로?', '신내림', '스님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네글자로 하면?', '중도하차', '....'
이쯤 되면서 버스안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가이드는 '어떤 때에는 아재개그에 버스안 공기가 차갑게 식기도 하는데 뜨겁게 호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서 여행객들의 아재개그를 요청했다.
한 여행객이 닭의 마누라를 무어라 하냐는 물음에 다른 여행객이 '닭처' 라고 말하자 다음에 써먹겠다며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외에 또 여러 유머섞인 대화들이 티키타카처럼 오가며 지루하고 삭막한 시간을 달랬다.
[사이로전망대]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강국 도약을 앞두었던 일본이 기술개발과 사업의 혁신을 게을리 해 경제발전이 저하된 이야기와 의사결정의 지연과 도장찍는 문화의 존치 등 혁신 대신 개선을 중시하는 국민성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 다음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다.
사이로전망대이다.
가이드가 할인쿠폰을 나누어주며 요쿠르트를 꼭 맛보라 했다.
아울러 마유크림을 구입하고 싶으면 이곳에서 사는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전망대는 매장을 지나야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바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유크림....
가이드가 추천한 제품이다.
일단 매장을 지나 전망대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멀리 둥그스런 모양의 섬이 있고 뒷편으로 가장 최근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산이 보인다.
[마유크림 구입기]

전망대에서 되돌아 오는 길이다.
이제 가이드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들었던 마유크림을 살 차례이다.
어차피 사겠다는 마음은 굳혔으니 몇개를 살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아있다.
하나에 600엔, 세개에 16500엔이다.
여섯개를 사면 33000엔에다 마유비누 하나를 얹어준다.
부가세를 뺀 금액으로는 30000엔이니까 한국돈으로는 27만원 가량이다.
그런데 마치 거저 주운 사람들 마냥 쇼핑을 한다.
그래도 말이 많은 지역에서 마유를 저렴하게 구입했으니 이제 요구르트를 맛볼 차려이다.
걸쭉한 식감에 달콤새콤한 맛이다.
[세계경관유산]

도야호수는 둘레 43km의 거대한 호수이고 가운데 크고작은 네개의 섬이 있어 도넛섬이라고도 불린다.
최대 깊이 170미터인 호수는 해발 80미터 가량으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추운 지역인데 반해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주변 활화산에서 끊임 없이 흘러드는 온천수 때문이라고 하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호수를 우측으로 반바퀴 돌다 보니 산위에 대형 호텔이 보인다.
더윈저호텔도야리조트이다.
2008년 세계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 이후 유네스코지정 세계경관유산에 등재된 유명한 호텔이라는 가이드의 소개가 있었다.
[도야호수 유람선]

호수 둘레를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유람선 선착장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으로 가리비덮밥을 먹을 계획이다.
차가워진 날씨에 기녕사진은 대충 찍고 버스에서 기다렸다.
한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유람선이 40분쯤 되돌아왔다.
인원체크 후 승선했다.
마침 단체여행객이 별로 없어 마치 전세유람선 느낌이다.
가볍게 맥주한잔 하자는 친구의 제안이 있다.
여행 직전부터 시작된 지독한 감기기운이 남아있음에도 모처럼의 여행이어서 음주를 강행했는데 오늘도 캔맥주?
안주로는 700엔짜리 사과 하나와 새우깡이 전부이다.
3층 선상에 오르자 갈매기와 까마귀가 강한 마파람을 이겨내며 뱃전을 맴돌고 있다.
누군가 던진 새우깡에 쏜살같은 속도로 바다에 떨어진 새우깡을 낚아챈다.
[가리비 하나덮인 가리비정식]

호수 가운데 섬들이 서로 떨어져 있고 관리인들이 이용하는듯 한 건물과 선박 접안시설도 보인다.
호수를 돌면서 한쪽에 자리잡은 쇼와신잔과 리조트가 번갈아보이더니 40분만에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인 12시를 한시간 가량 지나서인지 이제 제법 시장기가 느껴진다.
버스에 탑승해 짧은 시간 이동하자 많은 버스가 서있다.
다행인 것은 그 버스의 여행객들이 빠르게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야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자리에 앉았다.
대나무 그릇에 담긴 가리비덮밥을 만나는 순간 적잖이 실망했다.
명색이 덮밥인데 가리비가 딸랑 하나뿐이었다.
그렇지만 계란찜, 미소된장국, 단무지, 후식으로 과자까지 작은양이라도 정성을 들인 음식이었다.
[쇼와신잔]

숙소가 있는 노보리베츠로 가는길에 쇼와신잔이 있다.
쇼와(昭和)왕 시대에 보리밭들이 있던 농토에서 화산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화산산이다.
1943년 12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일어난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마지막 순간에 '제국주의 망국의 신호탄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 우체국장으로 화산을 관측해 기록을 남기고 화산 보호를 위해 재산을 털어 화산주변 산들을 사들인 미마쓰마사오의 동상이 있다.
현재까지 사유지인 천연기념물로는 유일하다고 한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이제 숙소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관광지로 향한다.
숙박과 식사, 온천이 함께 있는 숙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지막 코스인셈이다.
지금 현재까지도 연기와 함께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고 특유한 유황냄새를 풍기는 곳이다.
마치 지금이라도 화산이 분출할 수있는 살아있는 활화산이다.
화산 피해를 입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정도로 나름 관리를 잘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데크통로 사이에 사슴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까마귀떼가 온통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는 모습에선 공포감 마저 든다.
[노보리베츠 마을]

계곡은 물론이고 마을 어귀 곳곳에 세워진 도깨비상들과 도깨비 방망이가 지옥을 상징하는 모양이다.
지옥의 계곡에서 얼마간 걸어 내려가연 온천여관들이 자리하고 있고 기념품 파는 상점과 음식점, 카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어시간 후에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어 카페에 들러 커피와 간식을 주문했다.
깍두기보다 조금 큰 미니카스테라가 150엔이다.
역시 관광지다운 가격정책이다.
한국과 같은 시각, 그러나 한참을 떨어져서 그런지 오후 네시가 되자 빠르게 어딈이 내려온다.
[노보리베츠 세키스이테이]

오늘은 다다미방과 침대가 함께 있는 고급 온천호텔이다.
저녁식사 전 온천욕을 즐길 시간을 위해 다섯시경 호텔체크인을 끝냈다.
마지막 숙박이어서 그동안 쇼핑한 물건들을 재정리하고 관광 내용을 되돌아본다.
어제는 감기기운이 있어 온천욕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화산지역 온천 맛보기를 하기로 했다.
다만 마지막 감기약을 먹고 식사시간까지 휴식을 먼저 취하기로 했다.
석식으로는 돌솥밥과 양고기를 주메뉴인 저녁식사가 제공되었다.
[온천 체험]

아무리 온천을 즐기지 않는다 해도 명색이 온천여행이다.
더구나 일반적인 국내온천이 아니라 화산지역인 일본온천이다.
처음엔 좁은 화장실 대신 샤워와 족욕이나 하려했는데 이왕이면 반신욕 정도는 하기로 했다.
시골마을 온천을 위해 희생한게 억울해서라도 말이다.
오후 10시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어둠과 안개에 가려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일반 대중탕과 닮았는데 나름 노천분위기를 위해 통창으로 바깥 풍경이 보이게 설계했는데 역시나 칠흙같은 어둠과 안개에 가렸다.
다만 진한 유황내음이 온천탕임을 짐작케 해 준다.
[노보리베츠 다테지다이무라]

일본 전통무사 사무라이 쇼군의 생활상을 그려놓은 민속박물관이다.
입구에서부터 칼을 들고있는 닌자가 험상궂은 얼굴로, 코믹한 얼굴로 두장면의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입구를 통과하면 지역의 영주가 거느리는 성과 같이 웅장한 일본풍 건물들이 있고 영주의 권력 이면에서 힘없는 백성들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들도 알차게 꾸며져 있다.
공연장에서는 세가지 공연이 있는데 가이드는 두가지 공연을 추천했다.
하나는 특급 지위의 기생과 관람객 중 희망자를 뽑아 쇼군 역할을 시키는 코믹 연극이고 다른 하나는 도요토미가 도쿠카와를 암살하기 위해 보낸 자객과의 싸움을 그리는 활극이다.
[국가별 맞춤공연]

때마침 입장한 시간이 첫번째 추천받은 연극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공연장에 입장할때 극의 진행을 요약한 한국어 설명서와 색종이 크기의 미롱지를 나누어 준다.
'두사람이 하나씩, 어서오세요'
알고보니 다국적 언어를 구사하는 센스쟁이 바람잡이 여성이었다.
자원해 쇼군 역할을 하기로한 젊은 친구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도 끊임 없이 분위기를 띄우며 공연장을 초토화 시킨 진행자의 훌륭한 센스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공연이 끝나자 미리 종이에 싼 동전을 던져주었고 수북한 동전뭉치로 재미있었던 공연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했다.
[마지막 식사]

일정 중 마지막 식사시간이다.
민속촌 출구를 나오면 곧바로 만나는 대형 거물이다.
단체손님만 받는다는데 실내 규모는 놀라고도 남음이있다.
나무그릇에 담긴 닭고기와 감자, 고구마가 푸짐하게 담겨있다.
딤섬 세개와 우동면도 함께 담겨있다.
소스를 그릇에 담아 재료들을 찍어먹는 방식이다.
공기밥과 미역국은 셀프서비스이다.
미역국에 미역이 너무 없다는 불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김치가 제공되고 부족하면 500엔에 추가가 가능하다.
[신치토세공항 체크인]

식사가 끝나고 버스에 올랐다.
신치토세공항까지는 한시간 가량 소요된다.
다행스럽게 34명의 인원이 하나같이 일찍 식사를 마쳤고, 항공사인 제주항공의 문제로 인해 사전온라인체크인이 안되어 가급적 빠른 출발을 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제주항공의 수하물 DROP 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탑승권 현장발급을 받고 수하물을 부친 후 검색대를 동과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통과한 후 부족했던 쇼핑을 시작했다.
간식 선물과 유명한 양념소스, 그리고 유명한 준마이 다이긴조까지....
[프리미엄 공항버스]

출국편과 마찬가지로 ktx냐 아니면 생전 처음으로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타느냐를 저울질했다가 결국 버스가 선택되었었다.
다만 입국 후 두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도 있다.
여유있는 저녁식사와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시고 버스에 올랐다.
순간 엄청나게 안락한 의자와 편의장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충분하게 의자를 뒤로 젖혀도 뒷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각종의 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화면, 프라이버시를 위한 좌석간 커텐 등 국적 항공기의 비지니스석을 떠올릴만한 시설이다.
9시 40분에 출발해 김포공항을 경유해 강릉 도착시간이 새벽 한시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