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사냥꾼

선후배와 함께 한 기적의 승부!

Bini(비니) 2007. 6. 7. 00:00

<선후배와 함께 한 기적의 승부 2009년 6월>

 

오늘은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 축구선수권대회 예선 최종전이 열렸다.
강원도 양구에서 3년 연속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내셔널리그 14개 팀과 초청팀 두 개 팀을 포함하여 16강 경기를 치르는 대회로서 대통령배, 전국체전과는 성격이 조금은 다른 전국대회이다.
강릉시청팀(이하 강릉FC)은 지난 3월 남해에서 치러진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우승, 전기리그 9/13라운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이번 선수권대회에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1승 1패의 전적이고, 최종전에서 패하면 거의 탈락, 무승부 이상이면 무조건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경기였다. 


지난번 대통령배 대회에 경남 남해까지 왕복 15시간 동안 개고생 하면서 원정 응원을 다녀올 때 마침 천안시청(이하 천안FC)팀과 우승을 다툰 바 있을 정도로 이번 상대할 팀은 신생팀이지만 매력을 가진 팀이었다.
직장 선후배들 중 몇몇 분들이 홈경기 대부분과 가끔의 원정경기 응원을 함께 다니기에 이번에도 중요 일전인 만큼 원정 응원단을 모집했다.
대부분이 40대 중반 이상이어서 서포팅은 조금 힘들고 경기를 보고 즐길 수있는 눈과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목소리 정도였지만 경기 당일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출발을 감행하였다. 

강릉에서 양구까지의 거리는 1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어렵사리 도착한 시간이 경기 시작하기 직전인 15시 55분이었는데 벌써 휘슬이 울렸다.
급한 대로 대충 자리를 잡고 보니까 주변에 강릉FC를 응원하는 분들도 꽤 있었지만, 천안FC를 응원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기원하면서 경기를 지켜본 20여분......


강릉FC는 짜임새 있는 패스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해 주었지만 기대하였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반면 강릉에 크게 뒤지지 않던-다소 밀리는 듯하던- 천안에게 불의의 선취점을 빼앗기는 장면을 눈 앞에서 바라봐야 했다(21분 천안FC 문순호).
'헐~~ '

 

어이없는 광경에 그래도 남은 70분의 시간을 위안으로 삼아 경기를 관전하였다.
이번 경기에서 '축구팬 카페'에 문자중계를 하기로 했는데 휴대폰으로 카페 글 올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겨우 실점 상황을 카페에 등록하고 있던 중 어이없게도 또 한골을 헌납하였다(33분 윤원철).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서고 있었고, 이길 거라는 믿음은 점차 허황된 희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전반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연속 두 골을 허용한 것이었다(42분 남기일, 44분 남기일).
선수들의 움직임은 경기 초반과 달리 많이 위축되어 있었고 패스는 번번이 차단되면서 최악의 실점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주위의 강릉을 응원하던 젊은 분들조차 하나둘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있을 정도였다.
단 한골이라도 좋으니 만회골을 넣어 달라고 바라던 우리에게 전반 추가시간 기가 막힌 2대 1 패스에 의한 고민기 선수의 멋진 골이 나왔다.
승리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크나큰 위안이 되는 골이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옆 구장에서 치러지는 국민은행과 예산FC와의 경기 상황을 확인했다.
예산이 두세 골 차 이상으로 국민은행을 이겨 준다면 강릉FC는 두세 골 차로 패하더라도 본선 진출이 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예산의 기량 차이는 상당하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인 비교 상황......
아니나 다를까 전반 종료된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1:0 리드를 하고 있다.

 

먼 길을 달려온 국토정중앙(남북 포함)에서 희망도 없이 남은 후반 경기를 봐야 하는 안타까움 속에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강릉은 조금 몸이 덜 풀렸던 선수를 네 명 교체했다.
주장인 이도권, 수비수 박경삼, 공격수 홍형기, 골키퍼 김태영을 빼고, 황석훈, 김진석, 박태양, 석형곤을 투입했다.
컨디션이 나빴다기보다는 전술의 변화를 꾀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경기는 시종 우세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원하던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천안은 수비 위주의 경기 진행과 시간 끌기로 일관하였고 본선 진출이 확정된 양 주전을 빼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강릉은 최후의 승부수를 빼어 들었다.
최종 수비수 김덕중을 빼고 공격수 황성주를 교체 투입한 것이다.
시종 우세한 상황에서도 경기는 답보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강릉을 응원하던 원정 측 스탠드 관중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던 후반 25분......
후반 교체 투입된 황석훈이 수비수 사이로 드리블하다가 절묘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천안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고 강릉FC는 좋은 흐름을 잡아가고 있었으며 이 흐름은 28분 김진석의 골, 29분 황성주(후반 18분 교체 투입)의 릴레이 골로 딱 4분 동안 단숨에 동점 상황으로 치달았다.
원정석 스탠드는 함성으로 요란했고 박문영감 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들도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급한 건 천안, 강릉은 적당한 지공 작전 후 기습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괴롭혔지만 좋은 경기 운영에도 불구하고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몇 번의 위기 상황에도 실점 없이 남은 18분을 무실점으로 잘 지켜 4:4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천안으로서도, 강릉으로서도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경기였으며 마지막에 웃은 것은 강릉FC였다.
함께 했던 일행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적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고 경기 상황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2시간여를 달려 강릉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감동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