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못 먹는 말 못할 고충
<'알약' 못 먹는 말 못할 고충>
나는 어릴 적부터 병원에 잘 가지 않는 편이었다.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이유가 아닌 알약에 대한 공포 탓이었다.
주삿바늘을 찔러도, 침을 맞아도 혹은 쓰디쓴 가루약을 먹어도 두렵지 않은데 오로지 알약만큼은 먹기 힘들어서이다.
오죽하면 쓰디 쓴 알약을 씹어서 먹고 캡슐에 든 알약조차도 수저에 풀어 먹을까?
또 위내시경은 엄두도 못 내는데 한 번은 수면내시경을 시도하다가도 실패한 적 있었다.
수면 상태에서조차 본능적으로 손으로 내시경을 뽑아 버리더라는 것......
다행스럽게도 치아는 건강해 치과 방문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사랑니가 자라나서 치과엘 갔다가 마취, x-ray 촬영, 소독할 때 구토 증세로 인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
어느 날 어금니 충치 때문에 치과에 간 적 있는데 큰마음먹고 참아 보기로 했다.
구강 과민 반응의 원인이 정신적 요인에 의한 일명 '구토 반사'라는 것을 알게 된 후였다.
구토 반사는 개인차일뿐 이물질에 의해 기도가 막히는 것에 대비해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며 스케일링 과정을 잘 견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스러움이 찾아왔다.
스케일링 후 어금니 치료 과정은 더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치과 치료를 겪으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알약 한 알씩 넘기기도 힘들었던 내가 두세 알 정도의 알약을 어렵지 않게 삼키는 것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또 고통의 경험을 이겨내면서 본능이라고 생각했던 구토 반사조차 조금은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병원 문턱을 넘을 때마다 항상 알약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은 남아있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심심치 않게 주변 지인들에게서 알약 못 먹는 사람을 마주하면 격하게 공감한다.
그들을 향해 응원의 한마디를 건넨다.
'그건 병이 아니라 본능이며 일종의 반사작용이어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