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크쇼(톡투유) 녹화장에서

Bini(비니) 2016. 10. 27. 05:54

<첫 방송 녹화장에서 2015>



[Talk To You!]

 

종편방송을 좀체 보지 않는 나로서도 JTBC 뉴스룸과 김제동의 톡투유는 애청자라 자부한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론·직필의 사훈으로 중립적인 뉴스를 진행하는 손석희 사장의 뉴스룸은 사실 보도를 뉴스의 핵심가치로 여기는 것이, 김제동의 톡투유는 재치와 입담을 무기로 방청객이 주인공 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제여서 즐겨 보곤 한다.

돈을 주고 김제동 토크콘서트에 다녀온 적은 있다.

4년 전쯤으로 기억되는데 강릉대학교 해람문화관에서 열렸는데 그 넓은 객석이 만석에 가까웠다.

웃음과 박수가 인색하기로 유명한 강원 동해안 사람들을 웃기기엔 무리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행자 김제동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청중들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횡재! 기적적으로 구한 방청 초대권]

 

어렵사리 한 장의 방청권을 구했다.

넓은 녹화장에 많은 인원이 들어왔지만 그만큼 취소하고 빈자리도 꽤 되었다.

녹화시간 20분을 남기고 입장을 하지 않은 자리는 대기자에게 양도되었다.

상당히 넓은 좌석들이 금세 채워지자 한편으로는 조금 긴장되는 것 같았다.

방송에 내 얼굴이 비치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도 그렇고 마이크라도 온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얗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 준비시간 10분의 미묘한 재미]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참석자들의 얼굴과 표정을 화면에 비춰 주었다.

갑자기 정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춰진 사람들은 놀라고 다음 행동이 다양하게 이어진다.

얼굴을 가리거나 오히려 당당하게 화면발을 위해 도전하는 등 재미있는 모습들은 전혀 연출되지 않은 그러나 의도된 리허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실제 녹화가 시작되었을 때 거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레 진행되는 모습에서 확인되었다.

 

[핫 하게 뜨고 있는 MC의 입장]

 

언제나처럼 MC 김제동의 입장은 엄청난 환호로 이어졌다.

어렵게 방청권에 당첨된 그들이어서 더 기쁘겠지만 요즘 다소 힘든 시기를 겪고 있어 응원의 의미도 컸다 할 수 있겠다.

가벼운 인사와 방송 녹화 진행 방향을 설명한 후 자유발언을 시작했다.

첫 발언자를 찾았지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첫 발언의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느낌이 아닐까 한다.

아무런 주제 없는 첫 발언에 대한 토크를 중심으로 상당히 여러 사람을 대화에 참여시켰고 웃음과 눈물을 함께 주는 모양새가 역시 MC와 프로그램의 힘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녹화시간은 네시간]

 

지루할 법 한 시간이었지만 쉼 없이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들로 인해 때론 요절복통의, 때로는 감동의 메시지들로 채워졌다.

패널들의 발언도 유익했고 게스트 뮤지션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도 또 오늘이 마지막 출연이라는 가수 옥상달빛의 이야기와 감미로운 노랫소리도 좋았다.

'네 시간 동안 이어진 녹화 내용을 어떻게 1시간짜리로 편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옥에 티였던 녹화장 실시간 기사 송고]

 

요즘 소신발언-우리나라는 정치적 발언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으로 정권 비호세력으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

연예인으로서 웃자고 한 이야기가 국군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인데 각자의 판단 기준이야 다르겠지만 때마침 터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비선을 이용한 국정 파탄에 대한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해와 응원]

 

하필이면 내 고객으로부터 다급한 SOS가 왔다.

문자로 해결방안을 주고받으며 한참의 시간이 흘러갔다.

녹화 초기에 방송에서 MC가 한 이야기가 인터넷 뉴스에 실시간 송고되었던 터에 오해를 무릅쓰고 문자를 계속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수 옥상달빛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MC는 가운데가 아닌 옆통로, 그러니까 내가 앉은 통로를 향해 서서히 발길을 옮겼다.

자기 자신이 밝힌 대로 내성적인 표정으로 옅은 미소와 함께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정치에 대해, 정책에 대해 할 말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닌 평범한 인간 김제동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맨 뒤에 앉은 내 뒤에서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나는 혹여 카메라에 잡힐까 봐 그냥 멈춰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했다.

'이친구 혹시 아까 내가 문자 보내는 것 을 보고 기자로 오해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