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삼매경! 맛집 정보 쌓기
<나의 추억 속 맛과 음식 이야기>
늦게 시작한 자취 생활에 혼자 먹는 간단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할 저녁 메뉴를 준비하기도 한다.
거창한 메뉴도, 화려한 비주얼도 아닌 그저 한 가지 메뉴에 불과하고 1년에 몇 번 안 되는 가족 만찬이지만 음식 솜씨 없는 내가 무언가 만들어 함께 한다는 나름의 보람은 느낀다.
제대로 된 요리 실력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한 정성 담은 조리 실력은 되지 않을까?
더구나 육고기나 생선 구경은 높은 산에 올라 구름 따기일 정도였다.
가마솥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밥 짓고 연탄불에 시커멓게 그을린 양은 냄비에 라면 끓이던 시절을 거쳐 석유풍로가 식생활 문화를 바꾸었을 때도 밥, 국, 김치, 간장 정도의 일반 메뉴에 나물 한 가지 추가하면 진수성찬이었던 시대가 내 어린 시절이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찬밥 한 덩이에 물 부어 김치와 함께 먹어 치우던 나는 어쩌면 음식 조리라는 것 자체가 낯선 단어였던 것 같다.
큰 잔치를 벌여야 하는 경우 집에서 시간과 품을 들여 만든 음식 -정확히 표현하면 음식 재료- 이 있었으니 두부와 조청이 그것이었다.
오래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이다가 식히면서 간수 넣어 만든 두부는 잔치 때 사용하고 남는 양은 이웃과 조금씩 나누는 시골 인심의 대변 음식이었다.
고향 사투리로 질금 가루라 불리는 엿기름과 갖은 재료를 삭혀 오랜 시간 가마솥에 달여 만드는 조청은 보기만 해도 달콤함 그 자체였다.
할아버님 생전에 어머님이 자주 빚으셨던 막걸리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명절에는 문중에서 가장 연장자이셨던 할아버지에게 세배꾼들이 찾아왔으며 항상 소반에 막걸리 주전자와 김치 안주가 전부인 소박한 주안상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 푸드만 있었던 시절이었다.
2일 근무하고 2일 쉬는 근무형태라서 자체에서 삼시 세끼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취사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마침 집안에 일이 생겨 비운 뒤 며칠 만에 김치가 바닥났다.
마침 배추와 무우가 보여 갑자기 도전 정신이 발로 했다.
씻고 다듬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굵은 소금으로 간을 했다.
새우젓과 고춧가루, 마늘을 준비하고 바로 버무리기 시작했다.
모양은 김치가 되어 가는데 무언가 맛이 익숙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결국 식초 몇 방울 넣고 다시 맛 봤지만 별 무소용이었다.
함께 근무하던 선배들이 웃으며 내게 조언을 해 주었다.
무우나 배추는 한동안 소금에 절였다 헹구어 사용해야 한다고......
어이없는 실수에 헛웃음만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실패를 딛는 성공이야말로 커다란 재산이 되리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실 벌레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단지 양념에 살짝 가려져 있을 뿐이기 때문이리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지만 개인적인 차이일 뿐 잘잘못을 다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웬만한 음식은 잘 가리지 않는 나에게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는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개구리이다.
요즘 씨가 말라가고 있는 개구리는 불법 포획이 대부분인 귀한 음식 재료가 되었다.
과거에는 눈 뜨기 전인 이른 봄에 지렛대 하나로 계곡 바위 아래에서 겨울잠을 즐기는 녀석들을 어렵지 않게 체포하곤 했다.
식용유에 바짝 튀겨낸 것을 취중에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징그럽고 끔찍한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지역에서는 '통개구리'를 넣고 매운탕을 끓이는 곳이 있다고 한다.
반찬으로는 좀 부담스러운데......
시오야키라는 일본 이름인데 우리나라 말로 채소불고기 정도 된다고 했다.
얇은 냉동삼겹살을 구우면서 물기와 기름기를 제거하고 어느 정도 구워진 후에 채 썰은 대파와 각종의 채소를 양념과 함께 올려 제대로 익혀 낸 음식이었다.
내 입맛에도 맞았지만 함께 간 모든 이들이 엄지를 추켜 든 그야말로 맛집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조리과정을 살피면서 가족들과 함께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는 날 마트에서 대패삼겹살이 눈에 들어왔다.
저렴한 가격이어서 카트에 담고 파절이와 채소 종류도 조금씩 챙겼다.
드디어 집에서 도전하는 채소 불고기 조리의 서막이 올랐다.
파채와 채소는 양념장을 뿌려 섞어 두어 시간 두었고 드디어 대패삼겹살 익히기 시작했다.
기름도 흘러내리고 냉동이어서 물기도 함께 흘러내렸다.
지글거리던 고기가 노릇 해 지면서 준비한 채소가 투입되었다.
별 기대가 없어 보이던 아내와 아이들은 기다림에 지친 시장기를 눈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대파의 매운 내음이 잦아 들 무렵 드디어 완성된 음식.
나의 첫 홈메이드 채소불고기는 그렇게 탄생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아이들의 특별주문이 접수 되었다.
채소 불고기 한 번 더 만들어 달라고......
이번엔 몇가지 변화를 주었다.
대파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늘게 채 썰은 '파절이'용 대신 직접 굵직하게 칼로 썰기로 했다.
대파 써는 것은 눈물샘을 자극했고 주방용 랩을 씌운 다음에야 조금 진정되었다.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와 후춧가루를, 식감 향상을 위해 찜용 콩나물을 추가했다.
새콤한 맛을 내고자 과일식초도 넣고 깊은 맛을 내고자 간장에 고추장을 조금 추가했다.
물론 양념 종류는 고춧가루와 마늘을 추가하여 미리 숙성시키고 채소에 고루 섞은 후 다시 30분 정도 기다리면 준비 끝이다.
삼겹살은 물 빠짐이 좋은 팬에 구워야 제맛이다.
이렇게 진화한 채소 불고기 레시피는 음식 조리 후 상당한 만족지수로 평가 되었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원조 음식점에서 진품을 맛보여 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나온 반응은 집에서 먹은 그것 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쩌면 신선하고 넉넉한 재료 때문에 전문 음식점에서 맛 본 이상으로 느껴지는 듯......
과메기와 홍어가 그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과메기를 처음 맛본 건 거나 하게 취한 상태에서였다.
소머리국밥을 식사로 하며 안주삼아 과메기를 주문했다.
특유의 비린내가 부담스러워 함께 나온 미역이나 마늘종으로 안주를 대신했다.
하지만 한잔 술을 걸친 나는 용기를 내어 김과 각종 채소를 곁들여 과메기를 하나 올렸다.
술 한잔에 과메기 한 쌈......
그럭저럭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주점에 술안주 메뉴로 과메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계절도 다양해졌다.
전라도 일부에서 즐긴다는 홍어야 말로 첫 대면에서 음식이라기보다는 하수구 뚜껑을 막 열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것 같다.
가격도 비싸고 맛도 없는 이런 음식을 왜 먹을까? 싶은데 한 번, 두 번 먹다 보니까 이젠 가끔씩 먹고픈 생각날 경우도 있다.
가끔은 집에서도 과메기와 홍어를 챙겨 먹는 나를 보면 세월이 바꾸어 놓는 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전골냄비의 국물이 졸아들어 레인지의 불을 끄자 그러면 안 되고 작은 불길로 줄여 식지 않게 데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얼마의 세월이 지난 후 경험을 통해 알아낸 것이 있었으니, 곰(일명 곰치) 국을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맛나게 먹던 곰치국이 이상하게도 다음 날 비릿한 맛이 추가되는 것이었다.
이는 도치라 불리는 강원도 방언의 '심퉁이' 찌게에도 해당 되고 도루묵이나 광어 매운탕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흘려 들었던 선배의 말이 무언가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육류나 달걀, 나물종류도 재가열 하면 유해성분이 나온다고 하니 필요한 만큼 만들어 그때그때 먹거나 가열하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냉장과 냉동, 얼음 생산은 물론, 김장김치 저장 기능을 하는 김치냉장고까지......
오래 저장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냉장하지 않은 식재료가 고유의 맛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갓 잡은 토종닭이며 오늘 도축한 돼지고기 등의 식재료를 조리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곤 한다.
저장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남은 음식과 식재료의 저장이 용이해진 반면 맛에서 오는 손실이 단점인 듯하다.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지 않다지만 불가피하게 저장기간을 늘려야 할 때엔 냉장고는 필수이다.
특정 개인이 맛을 평가한다며 여러 개의 방송채널을 장악(?) 하기도 하고 요리 전문가 부터 인기 연예인까지 요리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정보의 홍수는 자칫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고 맛집 출연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한마디로 돈을 주고 인기를 사는 불법적인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또, 맛집으로 알려지고 많은 손님들이 찾는 음식점의 경우 서비스의 질 저하나 가격 인상 등으로 손님들을 불쾌하게 하기도 한다.
맛집은 공정한 평가 속에 오랜 기간 고객의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
TV 출연 음식점이 많지 않던 10여 년 전 어느 삼계탕 전문점에서는 솔직한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 있던 기억이 난다.
'KBS, MBC, SBS 방송에 한번도 안 나온 집, 곧 방송에 나올 집'
'왕산'이라고 불리는 시골 지역에 철렵을 간 적 있다.
내 나이 스물을 갓 넘긴 30여 년 전, 연령대가 다양한 열대여섯 명이 많은 먹을거리를 준비해 갔다.
유리병에 담긴 됫병 소주 8개들이 박스가 두 개, 음료수와 삼겹살 정도만 챙겨도 당시로선 최고의 야유회였다.
선발대 6명은 그물 두어 개를 챙겨 하천으로 들어갔다.
자갈 하천이어서인지 미꾸라지는 물론이고 꺽지, 꾹저구 등 적지 않은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양동이를 든 사람은 물 밖에 나올 때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추어탕의 주재료를 사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대충 손질한 물고기를 푹 고아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대파와 몇몇 채소를 넣은 추어매운탕이야말로 보약 중의 보약이라고 했다.
그리고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많이 먹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냉면 그룻에 감자를 듬뿍 넣은 밥 두어 수저만 담고 추어탕을 2/3 가량 추가한다.
그리고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양껏 먹는다.
당시 냉면기 여섯 그릇을 비운 나는 30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추어탕은 같은 방식으로 즐긴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잡곡을 많이 찾고 재배 면적이 줄어 쌀값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시 부자 아이들만 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일반적으로 보리밥 도시락이 주를 이루었다.
비싼 쌀 소비를 줄이자고 혼식 장려운동을 하며 잡곡이 1/3 이상인지 검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잡곡이 2/3 이상 들어간 도시락을 들고 등교해야 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니었지만 없는 살림에 땅 한 평이라도 늘려 보자고 허리띠를 조여 매신 부모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창피하다는 생각에 도시락 뚜껑으로 가리고 먹었던 기억도 있다.
요즘은 쌀이 남아돌아 처치곤란이라고들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달거나 짜고, 지나치게 매운 경우엔 천하의 맛집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최악의 음식이 될 수 있다.
조금 맞지 않는 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혹평하기 보다 만든 이의 정성을 생각해 가벼운 평가 정도로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젠가 대선배가 식탁에서의 예절을 이야기 한 적 있다.
여럿이 함께 먹는 반찬을 이리저리 뒤집어 놓고 또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비위생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시되었으며, 음식 앞에서 지켜야 하는 예의는 그 어떤 예절보다 중요하다고......
특히 남에게 대접받는 자리에서 맛에 대한 평가는 복스럽게 먹는 것으로 대신해야 한다.
아주 오랜 전통이나 독특한 인테리어, 귀한 음식 재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콘셉으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있다.
간혹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는 박리다매 경영을 하는 곳들도 곧잘 등장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환경, 평범한 음식임에도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른바 맛집들이 있으며 대부분의 공통점은 주로 그 맛이 자극적인데 있다.
매운맛을 즐기는 부류의 음식들이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세 가지 맛의 합성이 대부분이라고들 한다.
적당하게 짜고 아주 달면서 감칠맛이 더해진 맛......
나는 언젠가부터 맛집 이용 기준을 나름대로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집에서는 가급적 건강에 해로운 소금과 설탕이 아닌 천연재료와, 최소한의 소금과 설탕으로, 맛집을 찾을 땐 싱겁게 먹고 국물과 밥 볶음은 절대 사절!
어느 날 오전 직장선배와 함께 건강검진을 하고 공복의 주린 배를 채우고자 단골집에 염소전골을 먹으러 갔다.
보글거리는 전골에서 살코기 한 점을 먹고 일명 땡삐 고추 하나를 베어 물었다.
온 입안을 자극하는 엄청난 청양고추 맛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웃는 나에게 선배는 고추가 맵지 않냐고 물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 '고추 맛이 거의 풋고추 같아요'라고 거의 사기성 발언을 내뱉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땡삐고추 맛을 본 선배는 펄쩍펄쩍 뛰면서 입 안을 찬물로 몇 번이고 가셔 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선배는 내게 맛을 물어 보지 않는다.
고추는 맛 보다는 냄새로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