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이효석의 자취를 찾아
<가산 이효석의 자취를 찾아 2017>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치르는 춘계 체육주간 행사가 있다.
항상 그렇지만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부서이기에 부서 간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올 행사의 테마는 각 부서별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가급적 문화체험을 권장한다고 했다.
문화체험이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하기에 적지 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향 강릉과 가까운 곳이어서 어쩌다 한 두 번 여행했던 기억이 가물거리는 게 전부이다.
평창을 거점으로 하고 영월 지역까지 아우르는 우리 부서는 상당히 다양한 문화체험거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결정을 하려고 보면 시기나 지역, 전에 치렀던 행사와 겹치는 등 요즘 유행하는 '결정장애' 증상이 찾아왔다.
격론 끝에 여러 의견 중 하나가 최종 선택 되었다.
작은 아이가 서너 살 무렵 우리 가족들이 찾았던 곳이 봉평 허브나라였다.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붐비곤 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된 이후엔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되었다.
시골 골짜기에 있는 허브나라엔 몇몇 연인이나 가족들 또는 관광버스로 온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남자 어른들끼리 구경하기엔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아 쇼핑에 집중하기로 했다.
각자 자신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하지만 메밀은 나이 오십 중반을 바라보는 내게도 익숙지 않은 곡식이다.
메밀로 만든 음식이야 많지만 동해안이 고향인 나로서는 산간지역이 주 산지인 메밀이야 먼발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밀꽃 밖에 다른 기억이 없다.
지역별로 관광 테마를 발굴하고 있어 봉평은 아마 '효석문학공원을 발전시켰는가 보다.' 라는 생각으로 공원에 다다랐다.
공원 입구엔 메밀묵과 메밀전, 메밀 전병을 파는 상가가 즐비해 있다.
오늘은 행사 말미에 유명한 평창한우로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 화창한 날씨에 오전부터 막걸리 타령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시관에서 둘러본 이효석 선생은 선각자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었으며 그가 찾았던 하얼빈의 1900년대 초반 모습은 110년이 지난 현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도시였다고 한다.
각자의 고향이 다르고 연령대도 조금 차이가 나다 보니까 안내문구의 단어 하나 까지도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가산(이효석 호) 선생 생가터까지 둘러보자 오후 한 시를 막 넘겼다.
미리 예약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유명하다는 한우집을 찾았다.
면온에 있는 기업형 규모의 큰 식당이었는데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항상 '저 외진 곳 식당에서 누가 고기를 사 먹지?'라는 의문을 던지던 곳이다.
그런 식당에 들어서자 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정육코너에서 한우를 구입하고 홀에서 세팅비 1인당 4천 원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실비집이었다.
음주를 크게 즐기지 않는 분위기와 건강 문제 등 직장 내에서의 회식 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예전 젊은 시절엔 축구, 계주, 배구 등 명실상부한 운동경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젠 산책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빠른 세월의 변화 속에 체육행사의 의미도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체력단련이란 육체적 단련만이 아닌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증진이라는 정신적 단련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음으로 인한 의욕 과잉이 서로 간의 싸움으로 발전해 나가고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가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요즘은 차량 운전도 그렇고 과음하지 않으려는 문화가 정착해 가는 듯하다.
집에서 적잖이 떨어진 곳에서 치르는 행사라서 가벼운 음주를 각오하고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던 나는 반주라기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술을 마셨다.
역시 해가 중천에 있을 때의 음주는 옛 생각이 나게 한다.
술을 마시지 않은 동료가 가까운 터미널까지 자동차로 태워 주었다.
신용카드로 버스표를 발권하고 30분이 넘어서야 버스가 도착했다.
무정차 노선이 아니어서 몇몇 정류장을 거친 후에야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한 시간 가량 눈을 붙인 덕인지 정신은 많이 청량해졌지만 하늘에는 아직 높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