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of singapore (2017)!
<Tour of singapore 2017.10.17>
[Tour of singapore]
해외여행은 가족과 한번, 친구네와 한번 다녀왔다.
그 흔한 신혼여행도 해외로 떠나지 못했는데 2012년에야 첫 해외여행으로 중국 땅을 밟았으니......
주위 지인들은 퍽이나 자주 다니는 외국 여행을 우리도 좀 다녀오자고 여행 모임 두어 개를 만들었고 올 상반기엔 홍콩을 다녀왔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이젠 두려움보다 설렘이 느껴지는 외국 여행!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겨 또 한 번의 행운을 누렸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소식!]
산골에서의 저녁해는 짧다.
서둘러 일을 끝내려고 골짜기 굽은 길을 올라 터널에 다다랐을 무렵,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예전 같으면 터널을 지나서 전화를 받아야 할 텐데 통화품질 하나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터널 속에서 확인한 전화 발신인은 우리 팀장님이었다.
20여분 전에 아무런 말 없었는데 갑자기 내가 회사에서 보내 주는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블루투스의 다소 끊기는 목소리에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만우절도 아닌데 거짓말 일리 만무였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회사에 돌아온 시간은 일곱 시가 조금 덜된 시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 센터 각 팀에서 한 명씩 추천해 선정된 1인이라고 했다.
[2년간 찾아온 행운의 연속]
지난해까지 나는 회사 내에서도 기업 영업부서에 근무했다.
원래 기술직 출신인데 조직의 변화 속에 영업부서 속 기술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기술인력이 부족해 나름 존재감은 인정받았지만 스스로 생각 하기에 계륵 같은 존재라는 자괴감을 느꼈다.
결국 적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 여러 사정이 겹쳐 기술 부서로 옮겨 왔다.
당시에도 각종 공모, 기금 신청, 자격시험 등에 모두 행운이 따랐고 부서를 옮긴 올해에도 그 행운이 이어져 왔다.
자격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선택되기 어렵다는 수련관과 하계휴양소는 물론이고 외국 여행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에도 내가 추천 한 선배가 당당히 선정되었다.
이번 해외 연수 또한 그 연장선일 수 있을까?
하지만 운빨이든 무엇이든 주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뒤 따르기에 빚진 마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직 여권 없는 사람도 많네]
연수 대상자로 확정되었다는 메일에는 여권정보를 복사해 회신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여행에 대한 실감이 났다.
그런데 여권이 없는 사람은 다음 날 발급 신청하고 신청내역을 통보해 달라고 한다.
세상에 여권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날 즈음 후배 하나가 연락이 왔다.
자기도 이번 해외 연수 대상자가 되었는데 여권 발급을 어찌 받느냐면서......
그러고 보니까 나에게도 여권 없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은 아니었다.
5년 전에야 중국 여행을 다녀오려고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여행 준비 걱정이 태산]
두 번의 여행은 아내와 함께 해 정작 나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었다.
옷가지와 구급약도 필요할 것이고 고추장이나 소주도 챙겨야 한다.
거기에다 여행 일정을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정보 준비가 필수라는 사실은 두 번의 여행으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현지 날씨 아니 기후가 어떤지 알아야 하고 스마트폰 로밍도 필요하다.
돌아오는 시간과 교통편까지 빠짐없이 챙겨 두어야 한다.
시류에 적잖이 앞서 간다고 자부하는 나도 외국여행만 닥치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건강 탓에 10월 중순 일정 선택]
7월 말 건강에 작은 이상이 생겨 가벼운 수술을 했다.
남들은 금세 회복되는 병이라는데 5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절반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여행 일정과 코스는 선택이 가능한데 가장 뒤에 잡힌 싱가포르로 결정했다.
앞 선 홍콩 일정은 지난번 다녀온 코스와 겹치기도 했다.
싱가포르가 인기가 있었는지 홍콩 여행으로 분산 유도하는 모양인데 내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기존 희망지를 고수했다.
[영어회화 공부 좀 해볼까?]
외국 여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 특히 귀국길에 누구나 한 번은 다음 여행을 위해 영어회화 공부를 다짐하곤 한다.
유튜브에 떠 다니는 교육 동영상도 몇 편 들어 보지만 급성으로 가능한 일이 아닌 듯하다.
별 수 없이 번역용 어플을 찾아 나섰다.
각종의 외국어를 다양하게 변환해 주는 어플들이 차고 넘쳤다.
직접 영어로 대화를 하면 상당히 멋져 보이겠으나 어쩔 수 없다.
다음 여행에는 어플 없이 대화가 되려나?
[비행거리와 시차는 별개?]
5년 전 상하이 푸동공항까지 두 시간 가량 소요되었는데 한국과의 시차가 한 시간이어서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맞춘 기억이 난다.
올 상반기 홍콩 여행에는 로밍을 활용하니까 한국시간과 현지 시간을 함께 표시해 준다.
홍콩까지의 비행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는데도 시각은 중국시간 기준이어서 시차가 똑같이 한 시간 차이다.
싱가포르는 장장 6시간 소요되는 거리라고 하는데 똑같이 시차가 1시간이라니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글어스' 어플을 실행하니까 해답이 나온다.
적도보다도 남쪽이니까 서향보다는 남향으로의 비행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한국과 반대 계절을 경험]
적도를 기준으로 남과 북은 서로 반대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실제 여행하면 실감이 날 듯하다.
11월에 우기가 시작되고 연중 절반이 비와 천둥이 치는 아주 습한 지역이란다.
지도를 살펴보자 위도가 남위 1도가량이라고 한다.
적도가 춘분과 추분일 때 가장 무덥고 북반구의 동지와 하지 때 그나마 조금 낮은 온도랄까?
여름에 다녀온 관광객들은 그나마 적도의 열대야를 덜 겪은 셈이다.
더위가 질색인 나에게는 쉽지 않은 여행이 되니라는 생각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지켜야]
여행에 필수적인 것이 약간의 술을 챙기는 것이란 생각이 든 건 퍽이나 오래되었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경우 챙기는 것, 고추장도 필수였다.
먼저 싱가포르에 여행 다녀온 많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술과 담배의 반입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엄청난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
술값이 비싸 외부에서 반입하는 것, 특히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들어오는 경우는 술 한 병에도 관세가 붙는다고 한다.
다소 불만은 있지만 싱가포르에선 싱가포르 법을 따라야 한다.
[늦가을 출발 복장과 현지 여름 복장]
10월 중순은 제법 쌀쌀하다.
추석이 오기 전 한바탕 감기 증세를 경험했는데 요즘은 저녁시간에 두터운 점퍼가 그립기까지 하다.
인천공항까지는 한국의 가을 날씨에 견뎌야 하고 싱가포르에 도착하면 즉시 적응할 수 있는 한여름 복장을 챙겨야 한다.
내 생에 처음 경험하는 전혀 다른 계절의 야릇한 여행이 시작되기 하루 전....
뒤척이다 이내 잠이 들었는데 이튿날 이른 새벽부터 잠이 깬다.
[처음 이용한 공항리무진 버스]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용할 땐 언제나 차량을 이용하곤 했었다.
서너 명 이상이면 버스비나 자동차나 비용이 비슷하다.
공항 주차장에 며칠간 주차비를 지불해도 유리할 수 있다.
이번엔 공항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평소 버스나 지하철 환승에 소질이 없어서인지 차량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주위의 대부분 의견들이 강추하는 리무진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일반 고속버스보다는 다소 비싸고 배차간격도 크지만 원하는 직항 코스 차량이라는 게 장점 중에 장점인 듯하다.
[여행 전, 잠 못 이루는 밤]
어릴 적 소풍 가기 하루 전 날은 밤잠을 설치기 마련이었다.
늦게까지 뒤척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곤 정작 아침 늦잠에 지각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나는 일 때문에 잠을 설쳤다.
심야에만 가능한 업무 특성상 초저력에 두어 시간 눈 붙이고 심야 작업을 마치고 나면 새벽 네댓 시가 된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 같아서 여행 출발일 새벽이지만 내가 자청했다.
의도치 않게 여행 전 날 잠은 설쳤지만 무언가 가슴 한 구석에 뿌듯함은 남은 듯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비콘인가?]
김포공항은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용하던 곳인데 인천공항행 버스가 김포공항을 경유했다.
국제선 탑승장을 지날 무렵 의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해외여행 가세요?'
아 이게 비콘에서 내 스마트폰을 인식해 문자를 전송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에 덧붙여 악용의 소지는 없을까?
이후 여러 번의 문자가 오면서 한편으론 좋은 세상이라는, 다른 한편으론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전국에서 모인 일행들!]
회사에서 각 지역과 지역별 부서에서 선발된 인원들이라서 서먹함도 있고 어찌 보면 남남의 사이였다.
여행에 있어 지인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아쉬움이랄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일로 만난 사이니 만큼 서로 협력해 재미난 여행이 되어야 한다.
우리를 인솔하게 된 상무님이 마침 우리 센터장님이었다.
내가 대신하여 임시 SNS 방을 만들고 초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하나 둘 방에 초대되어 순식간에 전원이 합류했다.
집결장소에 정확히 모인 것도 SNS 덕택이다.
[싱가포르 항공]
흔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메이저 항공사라 칭할 수 있다.
국내 여행은 진에어와 t-way라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적은 있지만 두 번의 해외여행은 메이저 항공기만 이용했었다.
따라서 싱가포르항공이란 이름만 보면 조금 모자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퍽이나 부유한 나라 싱가포르라는 이름을 딴 항공사니까 기대해 봄직 하다.
승무원의 2/3가 한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구역은 동양계 같은데 영어로 주문받고 서비스해 준다.
너무 유창한 영어라서 알아듣기가 힘들다.
이럴 땐 꼭 드는 생각이 있다.
다음엔 영어 공부 열심히 해 두자고.
또다시 공염불이 될지 모르지만......
[예기치 못한 공포의 비행]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제주 노선을 제외하고 국제선은 중국 상하이 두 시간, 홍콩 네 시간의 비행을 경험했다.
좁은 좌석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통의 크기가 비례해 커졌다.
6시간이 넘는 이번 비행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눈이라도 붙이면 좋겠는데 두 시간 비행이 지나자 저녁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힘겹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잠을 청해보려 했는데 이번엔 잠도 오지 않는다.
인생 처음 경험하는 야간비행이어서 창밖은 어둡고 실내 조명도 어둡게 세팅되어 있다.
멀리 남태평양 상공이라는 느낌이 들자 한편 두려움도 든다.
더구나 출발 전 뉴스에서 항공기가 잠시 동안 수직 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한 터여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항공기 내비게이션(?)]
항공기 좌석 앞에는 언제나처럼 멀티미디어 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 항공사와 달라서 자막도, 콘텐츠도 한국의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영화 한 편이 있어 재생을 눌렀다.
범죄조직과 결탁한 교도소의 비리를 다룬 액션 스릴러 영화인데 잔인함이 극에 달했다.
두 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무언가 낯익은 장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차! 전에 본 영화였던가 보다......
메뉴를 전환하면 현재 항공기 상태를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실시간 변하는 정보를 보노라면 무슨 주식이나 스포츠 게임하는 듯하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표고 12킬로미터 상공을 시간당 920km 속도로 비행 중이다.
예전엔 중간중간 천정 시계처럼 보여 주던 비행정보를 개인이 확인할 수 있다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실외 온도는 -56도라고 한다.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실로 무시무시한 온도이다.
여행 출발 하루 전 뉴스에서 본 항공기 사고가 떠오른다.
잠시의 동체 하강에 승무원들이 울고불고 난리였다는 승객들의 불만이 빅뉴스였다.
목적지 싱가포르를 한 시간 정도 남겨둔 어느 지점에서 고도를 낮추는 느낌이 든다.
갑자기 동체가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귀가 막혔다 뚫리는 느낌까지......
고소공포증 환자가 이래서 비행을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이 국제공항에 첫 발]
이륙과 달리 착륙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16시 40분 출발한 후 6시간이 넘게 비행 해 53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싱가포르의 아시아 최대 규모 공항에서 대지와 재회하는데 잠시의 덜컹거림 후 이내 안정을 찾았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확인한 바로는 여객터미널이 네 곳으로 구성된 엄청난 규모라는 것이다.
일행들과 다시 집결하여 입국심사를 마친 후 수화물을 찾아 길을 재촉했다.
사방이 동남아와 유럽계 사람들이 넘쳐 났지만 자주 보이는 동양계 사람들 속에는 한국인들이 목격되기도 한다.
[한국인 현지 가이드와의 만남]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해외여행에서의 가이드는 가히 신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길을 찾는 것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해결해 주는 것도 척척 해결해 주는 해결사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마치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서 선생님만 믿고 있는 아이처럼......
하나투어 팻말을 든 가이드가 둘씩이나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하나는 아마도 다른 한국인 여행객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한 명의 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했다.
키가 170쯤 되어 보이는 여성 가이드인데 싱가포르에서 13년 차라고 한다.
앞으로 3~4일간 우리를 인도해 줄 가이드는 오차드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자신과 싱가포르, 그리고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었다.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를 만난 신병들처럼 쫑긋 세운 귀로 경청했다.
[아시아에서는 수위급 부자국가]
좁은 나라, 석유도 나지 않고 심지어는 물도 없는 나라에서 아시아 최고의 부자국가로 성장한 데에는 나름의 경영능력이 밑받침이 되었다.
사회민주주의 국가로서 사회주의 색채가 70% 정도로 강하며 도시의 환경과 국가의 운영을 위해 국민과 기업이 기꺼이 희생한다고 했다..
장단점은 있겠지만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이 뒤따르는 어찌 보면 비민주적인 측면은 아쉬움으로 생각된다.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와 과거 영국인과 현지민들의 혼혈 후손인 유라시아계 등 네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모든 종교를 존중해 주면서 발전하고 있다.
인구는 약 560만 명에 자국 국적인이 340만, 외국인 노동자가 160만, 영주권자가 나머지를 차지하며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동양계와 서양계, 혼혈계의 다양한 인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곳은 과거 단일 민족을 표방하다 요즘 200만 외국인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부자국가가 되는 법]
그 어떤 자원도 없는 작은 섬나라가 아시아 최고의 부자 나라가 되기까지는 난관을 극복하는 지혜가 돋보였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한 것도 모자라 술 파는 시간까지도 제한한다.
일반적인 주점은 밤 12시면 문을 닫고 마트나 편의점은 밤 10시 반이면 술 냉장고만 따로 문이 잠긴다.
술이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이라는 인식하에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엄청난 처벌을 개인과 기업이 수용한 결과이다.
국제 교역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외화도 부자나라의 밑바탕이 된 듯하다.
[물 부족 국가의 물 공급 노하우]
지하수 조차 없는 좁은 나라에서 수백만의 인구와 엄청난 관광객이 사용할 물은 난제 중의 난제였다.
당연히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확보하고 바다와 연결된 강 하구를 막고 빗물이 흘러 바닷물을 담수화 하는가 하면 버려지는 폐수를 정제하여 재활용하는 등의 현대적인 기법은 물론 물을 아끼는 또 하나의 생산법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화장실 같은 곳은 수도꼭지가 특이했다.
위에 있는 누름 꼭지를 누른 시간만 물이 흘러나온다.
물이 풍부한 나라에선 상상조차 안되지만 습관이 되면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친환경 화력발전이 대세]
여행기간 중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소 감축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1단계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또 현재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확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결과 발표는 최초 여론과 달리 탈원전 정책은 찬성을, 건설 중단은 반대 의견이다.
탈원전의 기본 방향은 권고하되 진행 중인 공사는 취소가 경제적 낭비를 불러오는 게 더 크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좁은 나라이다.
혹여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나라 존폐가 순식간에 결정된다.
발전자원을 수입하면서도 화력발에 의존하는 건 역시 사람과 국가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선진적 사고가 아닐까?
[주롱 새 공원, 새 공연]
좁은 나라여서 구경거리가 많지는 않고 여러 번 여행하기엔 적당하지 않은 곳이 싱가포르라고 한다.
일정표를 보면 첫날 '주롱새공원'과 식물원 두 곳을 관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까 '주롱 새 공원'이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닌데 크고 작은 새들이 상당히 많다.
입구에서 본 홍학을 필두로 구관조도 보이고 길바닥에도 수 마리의 새들이 피하지도 않고 관광객을 맞는다.
삼십여 분간 펼쳐지는 새 공연장을 찾았다.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새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처음 기대치보다는 훨씬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
앵무새의 말대꾸도, 노래실력도 대단하고 관객석을 가로지르는 비행실력, 관객이 들고 있는 둥근 고리 사이를 교묘히 통과한다.
새 공원 안에는 야외 뷔페가 마련되어 있다.
새들이 사방에 볼일을 본 때문인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지만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다.
테이블에 사람 없이 음식만 있으면 새들의 차지가 된다.
주롱 '새 뷔페'이다.
[모기와의 전쟁]
음식 맛이 잘 맞진 않지만 현지식 이기에 거르면 안 된다.
푸석한 밥알과 느끼한 국수 국물이 불만이다.
그런데 후식으로 가져온 참외와 수박조차 단 맛이라곤 없다.
그저 수분과 섬유소 섭취의 목적이다.
잠시 동안의 식사시간 동안 모기 몇 방에 쏘였다.
아내가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챙겨 주었었는데 하필이면 숙소에 두고 왔다.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싱가포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모기가 있는 곳이 새 공원이란다.
도시 모든 곳에 모기 산란이 불가능하도록 작은 웅덩이도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가정집까지 방문해 모기 유충 검사를 하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한다.
[세계적 명성의 보타닉 가든]
싱가포르에 있는 두 개의 식물원 중 하나인데 오랜 역사로 인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높이가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가 즐비하고 선인장 같은 식물에서 보기 드물게 꽃이 핀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바닥에서 자라는 파인애플과 빨간 야자나무 줄기가 인상적이었다.
야자를 닮은 열매가 매달린 나무엔 마치 CCTV가 설치된 모습이었는데 낙뢰가 발생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피뢰시설이라고 한다.
웨딩사진 촬영을 하려는 허니문 커플이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이지만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은 복병 중의 복병이다.
[적도의 짧은 그림자]
북위 -1.2도, 남위 1.2도의 적도 부근 날씨는 수시 내리는 비로 인해 습하기도 하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이유로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한다.
한국의 여름이 그나마 조금은 낮은 온도이다.
춘분과 추분엔 적도에 그림자가 가장 짧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실제 오후 1시경 내 그림자가 모자 크기 속에 들어 올 정도였다.
뜨거운 햇살을 이겨 내고자 아이스크림 하나를 구입했다.
싱가포르 돈으로 5달러가 넘는, 한국 돈으로 5000원에 육박하는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를 급하게 먹으며 거대한 나무 아래에 몸을 피했다.
그런데 나무 그림자 조차 크지 않다.
이곳 적도 부근은 나이테가 없다고 한다.
사계절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고온 다습한 기후와 무더위]
요즈음 기온이 최고 31~32도를 오르내린다.
어제까지 3일간 연속으로 비가 내렸다는데 거짓말처럼 맑게 개인 날씨이다.
평균 26도에서 32도의 온도라는데 11월 우기 철이면 26~27도 정도이다.
마침 강우 후 무더위가 찾아와서 더 덥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늘을 파랗고 주위 바다 쪽엔 구름이 둘러쳐진 요새 같은 모양새이다.
에어컨 없는 곳에선 살아갈 수 없다.
빨래가 충분히 건조되지 않아 대나무 장대를 베란다에 내어 걸고 그 위에서 빨래를 말리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두 번째 방문할 식물원은 거대한 배 모양의 지붕일 이고 있는 호텔 근처이다.
영화 '아바타'를 연상하게 하는 대형의 구조물을 따라 각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구조물을 연결하는 다리에는 관광객들이 거닐고 있다.
계절에 따라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에 오르기도 한다는데 마침 가능한 시기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까지 오른 뒤에도 다시 한 층을 올라야 돔의 매 높은 부분이 나타난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고 고요한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숲인 듯하다.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종유석이랑 기묘한 식물들도 눈에 띈다.
[원칙과 안전이 최우선]
말레이시아에 속한 하나의 섬에서 의도치 않게 독립될 당시 정치 지도자가 약속했다고 한다.
정치가 깨끗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게 할 테니까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삼십 년이 넘는 독재와 10여 년간의 세습을 하면서도 어떠한 비리도 없었음은 물론이고 아시아 최고의 부자 나라가 된 배경에는 안전을 중시한 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건강을 위해 술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껌 판매와 이용이 금지된 배경이 증명해 준다.
도로와 건물에 덕지덕지 붙은 껌딱지는 미관도 해치지만 어느 날 지하철역 센서에 붙여 둔 껌 때문에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법을 개정해 껌 유통을 금지시켰으며 자국 껌 공장까지 없앴다.
무서우리 마치 엄격한 안전 최우선 국가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치안과 질서]
경미한 교통질서를 위반해도 최소 5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외려 질서가 장점이라고 한다.
범죄율이 낮아 안전하고 절도도 없다.
중국이나 홍콩은 가방을 앞으로 메야할 정도로 날치기 범죄가 많은데 이곳에서 그러한 우려는 전혀 없다.
범죄자에게는 가혹한 태형이 내려지고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낮은 범죄율을 보이는 원동력이다.
사실 둘째 밤을 보낼 때 일행들과 간단한 맥주파티를 했는데 두고 온 배낭이 아침 프런트에 보관되어 있을 정도였다.
국가를 떠 받치는 자산 중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도시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하나의 도시로 형성되어 수도가 곧 싱가포르이다.
길쭉하게 생긴 섬나라로 동쪽 끝 공항에서 서쪽 끝까지 지하철 이용 시 1시간 소요되는 짧은 거리인 싱가포르는 한번 여행에 모든 관광이 가능하다.
온통 녹색으로 조성된 도시는 100% 인공적인 계획에 의해 건설되었다.
동쪽 지역 창이공항을 시작으로 서쪽은 산업단지가 형성되어 공장과 기업이 밀집되어 있고 학교, 쇼핑센터 등이 거점별로 특화된 도시라고 한다.
공기가 깨끗하고 매연이 없어 나뭇잎에는 먼지 하나 없다.
따라서 그 흔한 알레르기도 없다.
부유한 국가이지만 맞벌이 안 하면 살 수 없는 세계에서도 생활 비용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과거 역사적 한 나라였던 말레이시아와는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다.
통관 절차는 간단한 편이지만 인도네시아 바탐섬과 마찬가지로 술이나 담배 반입에 대해선 항공기에 비해 더욱 엄격하다.
[인구 500명의 어촌마을]
중국계가 70%, 말레이계 13%, 인도네시아계 6% 등으로 구성된 민족은 과거 보잘것없는 섬이었다가 영국의 식민지로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식민지라는 인식은 우리와 달리 국가 발전의 좋은 기억들로 남아 있고 영국의 문화, 풍습 등을 그대로 전수한 계기가 되었다.
결국 유럽과 동양사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인구 구성은 그렇지만 중국계가 장악한 나라로 보기 어렵게 모든 민족에 대한 차별이 없으며 인도네시아계 시민들은 머리가 좋은지 의사, 변호사 다수가 인도네시아계라고 한다.
아울러 인도네시아가 IT강국으로 발전하고 있어 우리 한국에게 거센 추격을 한다.
[생소한 나라의 생소한 환경]
독특한 것은 숙소의 전압이 240V 3구 콘센트여서 전압을 낮춰주기 위해 변압기가 필요하며 요청하면 로비에서 빌려준다.
더구나 전기플러그가 맞지 않은 경우도 있어 집에서 챙겨 온 아답타를 꺼냈다.
요즘 휴대폰 충전기 아답타는 free 볼트용이 많다.
살펴보니까 90~240V용이었다.
변압기는 따로 빌리지 않아도 된다.
물병을 챙겨 들고나간다.
물 값이 비싸 아껴 먹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료가 없는 나라이다.
커피나 물 한 잔도 돈을 내야 한다.
호텔 방 물병을 지참하고 호텔 식당에서 채웠다.
[인도계 축제일인 국가공휴일]
때마침 인도네시아 축제일이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각 민족 최대 축제일이 공휴일이다.
관광지마다 인파가 넘친다.
멀리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아닌 주민들이 많이들 보인다.
새 공원도 식물원도 여행객의 발길에 치여 사진 찍는 여유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금세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동양도 서양도 아닌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분위기는 만끽할 수 있다.
[싱가포르 마지막 밤]
3박 5일의 여행 일정이다.
오후에 한국 출발, 싱가포르에서 2박 후 바탐섬에서 1박을 한다.
마지막 날은 밤늦은 시간 비행기에 탑승해 기내에서 1박을 한다.
첫날의 피곤함과 달리 둘째 날은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겼다.
일행들과 거리 구경을 겸해 간단한 화합의 시간을 기획했다.
멀리까지 이동하기는 그렇고 주변에 한인 식당도 있다는 말에 자율 참석 공지가 올라왔다.
사회민주주의 국가에 와서인지 참석률이 100%이다.
[독특한 음주문화]
당초 이야기와 달리 상당 기간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밤에만 열리는 야시장이다.
호객 행위가 장난이 아닌 이곳은 낮에 차량이 다니는 도로라고 한다.
맥주 10잔을 주문하고 새우구이와 꼬치구이를 기다렸다.
서빙하는 직원이 냅킨통을 건네주면서 서비스라고 한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구이 안주가 나온다.
냅킨이 왜 필요한지 알 듯하다.
그러고 보니까 노인들이 1회용 티슈를 1달러에 파는 게 눈에 들어오고 이웃 테이블에서 신사 한분이 티슈 구입하는 것도 보인다.
새우와 꼬치는 특유의 향신료가 거슬렸고 지나치게 구워 숯이 된 고기는 우리의 입맛에 맞을 리 없다.
우리 일행과는 달리 주위의 손님들은 식사를 주문하는 눈치였다.
식사와 곁들인 맥주 한잔......
['바탐'섬으로 향하는 페리호]
항구를 향하는 길엔 건물 위에 거대한 배 모양 구조물이 얹어진 상징적 호텔이 눈에 띈다.
직선 구조가 아니어서 세계 유수의 건설사에서도 수주를 포기한 건물인데 한국의 쌍용건설에서 기술을 개발해 완벽하게 건축했다.
그것도 건축기간을 당초 48개월에서 27개월로 절반 가까이 단축했다.
항구에 도착하자 배에 오르기 위한 탑승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배에 오르자 육지와 육지의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사실 싱가포르 본 섬과 센토나섬 사이를 빠져나간 것이다.
바다로 나가면서 엄청난 대형 선박이 바다를 메우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답게 항구시설도 대규모이다.
한참 동안 바다로 바다로 나아갔지만 파도 또한 크지 않다.
적도 근방은 태풍을 만들긴 하지만 정작 그 크기가 작다.
[인도네시아 '바탐'행]
바탐은 좁은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 섬을 임대해 개발 중인 곳으로 입출국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
포장도로와 하늘이 안 보이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데 배에서 내리자 접안시설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한다.
낡은 버스로 우리를 안내한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일정을 말하고 근처 커피판매점으로 안내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인데 커피 외에도 많은 상품을 팔고 있다.
두 가지 커피를 내어 주며 시음을 요구한다.
농도의 차이에 따른 두 종류의 커피인데 이와는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은 고양이에게 먹이고 변에서 채취한 커피로 이름이 '루왁커피'라 부른다.
[가이드의 탄생]
바탐의 가이드는 한국말을 재미나게 잘 한다는 정보를 들은 탓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잘 생긴 얼굴의 가이드는 자기소개를 한다.
현지 이름 라뗄헤리얀또~~~
무척이나 긴 이름이지만 그냥 얀또로 부르면 되고 한국 이름이 이병헌이라고 한다.
고향은 수마트라이며 돈 벌려고 바탐섬에서 생활한단다.
능숙하지 않은 한국말인데 정식으로 배운 지 여섯 달밖에 안되었다는 이야기에 놀 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열정으로 인도네시아어 몇 마디를 일러준다.
현지 사람들에게 할 간단한 인사말을......
아빠가바르르르르, 안녕하세요
이브자리카르르르르, 대박 예쁘다.
주빨라기까르르르르, 다시 만나요.
드리리리마까시, 감사합니다.
[한국인이 최고]
싱가포르에서 직선거리 10km, 해안선을 따라 우회하면서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도착한 바탐섬은 예상대로 부두와 도로 모두 시골티가 난다.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커피 판매점에서 루왁커피 두. 잔을 시음하며 바탐에 대해 지식을 쌓았다.
바탐섬은 70% 정도를 싱가포르 사람이 임대하여 관광지로 개발 중이며 싱가포르 하위층 주민들의 주말 휴양지로도 각광받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을 아주 호의적인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일본과 한국 노동자들이 바탐에서 일하다가 귀국할 때 일본인들은 가전제품을 중고 가격에 팔고, 한국인들은 그냥 주고 갔다는 인심 좋은 과거 기억 때문이란다.
[오토바이 택시 전성시대]
도로에는 택시와 오토바이가 상당수 있다.
출퇴근에 이용되는 오토바이 이외에 택시 역할을 하는 오토바이가 있는데 이용요금이 한화로 만원 가량 한다.
가이드는 이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표현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기 인생과 결부된 이야기이다.
노인이 타면 요금이 두 배이고 과속으로 달려 태워 주며 젊은 아가씨가 타면 요금은 5천 원에 소요시간이 두 배가 된다.
게다가 전화번호 알려주면 공짜도 가능하다니 가이드가 결혼한 아내 역시 오토바이 택시 운전할 당시 만난 아가씨라는 말이 쉽게 이해가 된다.
안전모 착용이 필수인 오토바이 택시가 학생은 공짜로 태워주면서도 안전모 미착용은 별 문제시되지 않는다.
[시골 원주민 마을]
처음 행선지는 원주민 마을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가이드는 서툰 한국말로 열심히 소개한다.
바탐섬은 신호등이 없이 출퇴근 시간엔 수신호로 교통 흐름을 해결하고 수돗물이 없어 공동 우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붉은 땅이 많아 여기에서 수확하는 과일들은 맛도 없고 오직 수분 보충용이며 검은 땅에서 재배하는 과일과 채소들만 맛나다.
엄청난 크기의 모기 집이 산재한 바탐섬......
커다란 나뭇잎에 고인 물이 모기의 산란장소이다.
많은 모기가 있지만 지카나 말라리아를 전염시키지는 않는다.
원주민 마을에 도착했다.
흙먼지를 날리며 정차한 버스에서 내렸다.
야자나무가 늘어선 마을은 한국의 6,70년대와 흡사한 모습이다.
보여주기 위한 관광상품이긴 하겠지만 낡은 우물에서는 실제 남성이 샤워 중이다.
병풍처럼 해안으로 둘러 쌓인 마을은 지진해일이 일어났던 바로 그 사진을 연상케 한다.
전통의상을 입고 음악과 춤을 연주하는 시간도 있다.
관광객 몇몇과 함께 춤도 추고 기념사진 촬영도 함께 해 준다.
우리는 보답으로 바나나와 야자 몇 개를 주문했다.
산지에서의 야자수지만 음료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원함에 천 원짜리 몇 개를 구겨 넣고 길을 떠났다.
[인도네시아 한국인 식당 '아마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한다는 식당이며 김치가 제공되고 주 메뉴는 미나리볶음, 소똥 볶음과 영덕회(?)가 나온다고......
나중에 설명해 줬지만 소똥은 오징어를 뜻하는 현지 단어이고 영덕회는 영덕게를 표현하는 가이드의 발음 탓이었다.
육지에서 시작한 나무로 만들어진 길은 어느새 강물 위의 식당에 다다랐다.
일종의 수상건물인 셈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한국의 어느 휴양지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흙탕물이 유유히 흐르는 넓은 강을 보면 다시 인도네시아란 실감이 난다.
칠리크랩 사촌 같은 영덕게가 나오고 이어 커다란 그릇에 밥이 담겨 나온다.
굴러다니는 밥알이 아닌 것이 아마 캘리포니아산 쌀인가 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양치를 하기 위해 수돗물을 틀었다.
그런데 세면기에서 빠지는 물은 강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여권은 반드시 여행사에 보관]
세계 어디를 가든지 여권은 개인 지참이다.
그런데 바탐에선 배에서 내리는 입국심사대 통과 직후에 모두 회수 대상이다.
만약에 여권을 분실할 경우 배로 일주일 거리의 발리섬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찾긴 했지만 호텔에서 사진 찍던 나는 배낭을 두고 온 적 있다.
중요한 물건은 어깨 가방에 두었었지만 나 같은 실수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나 보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날 아무런 탈 없이 돌려받았다.
[바탐섬의 교통수단]
바탐은 우기와 건기가 따로 없고 구름만 있으면 갑자기 비가 내린다.
다행히도 하늘이 파아란 맑은 날씨이다.
가이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래서 드라마를 보며 한국말을 배우고 또 동경하는 눈 내리는 한국의 겨울을 꿈꾼다고 한다.
바탐의 경우 운전은 남자만의 전유물이다.
낡은 시내버스가 있는데 12인승의 작은 차량이고 5명이 넘어야 출발하는 기이한 노선 관리를 한다.
주유소에는 오토바이 택시가 줄을 서서 급유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오토바이 가격도 150cc급이 250여만 원정도여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는 일본차가 저렴한 편이라는데 도요타 차량이 1600만 원, 한국차 스포티지가 4000여만 원가량 한다.
예전에는 일본차를 요즘은 한국의 현대차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한국 자동차가 안락하고 시원하다는 좋은 인식이라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미니 발리의 뜨거운 태양]
겨울이 없는 이곳은 벼농사가 삼모작이라고 한다.
수확은 많지만 한국 쌀에 비해 맛이 덜하고 한국 쌀은 매우 비싸다.
그리고 이곳 주민들은 열대 쌀 입맛에 길들여졌다.
도로 옆에는 공짜 호텔이 보인다는 가이드의 귀띔이다.
밥도 공짜요 모기와 도마뱀도 공짜인 이곳은 교도소라고 불리는 곳....
도마뱀만 빼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가이드의 한국말 배우는 열정이 느껴졌다.
저렴한 미니 모텔에도 모기와 도마뱀 많으며 사람을 해치지 않는 도마뱀은 천연 해충제란다.
버스로 잠시 달리자 적도 태양의 이글거림 아래에서 바닷가의 한 건물이 나왔다.
온통 대나무 지붕을 얹은 큰 건물은 미니 발리로 향하는 입구이다.
바닷가엔 야자수 병풍이 드리워진 파아란 풀장이 펼쳐져 있고 주위엔 펜션으로 보이는 작은 목조건물이 지어져 있다.
바다를 향해 길게 펼쳐진 나무다리를 밟고 정자 같은 곳까지 걸었다.
적도의 태양 아래 바람 한점 없는 바다 위는 마치 사우나와도 같은 곳이다.
고화질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긴 셀카 사진엔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긴다.
[바탐의 기후와 문화]
무더운 인도네시아에서도 바탐섬은 독특한 기후이다.
지진과 산사태, 태풍이 많은 자카르타와 달리 이곳 바탐은 안전한 곳이다.
해 뜨고 지는 시간이 여섯 시인 것도 적도 근방 이어서이다.
무더운 열대에서는 사람 죽으면 하얀 천으로 덮고 열 시간 안에 땅에 묻어야 부패하지 않고 따라서 독특한 장례문화가 있다.
8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에는 네 개의 큰 섬이 있는데 그중 바탐도 포함된다.
여성이 60%가량 되어 부유한 집은 남자 한 명이 여러 명의 아내와 살기도 한다.
[섬에서의 경제활동]
출퇴근 시간에 끝없이 쏟아지는 오토바이 행렬이 도로를 메운다.
대부분이 전자회사와 조선소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9시에 출근해 오후 네시까지 근무하고 월급 50만 원 정도를 받는 중산층이란다.
하긴 백화점에 근무하면 삼십만 원,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노동자가 십만 원가량을 받기도 한다.
오토바이 택시엔 최고 세명까지 태우고 다니는데 현지 가이드의 예전 직업이 맛사지사와 오토바이 택시였다고 하니까 가이드는 중류층 소득 수준이 아닐까?
저녁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는 역시 많은 한국인들이 찾았다.
가이드에게 우리가 가져온 술 한 병 먹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소주 딱 한 병뿐인데 유리컵까지 대여섯 개 가져다준다.
이럴 때 매너팁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잔돈이 없다.
일행 중 한 분께 1달러를 빌렸다.
아까 그 점원을 불러 돈을 건넸다.
허리 숙여 감사를 표한 그는 유리잔 두어 개를 더 가져왔다.
1달러에 담긴 작지만 큰 의미가 느껴진다.
[홀리데이인 바탐 리조트]
쇼핑이 없는 고급 여행이어서 시간은 많이 남아돈다.
인도네시아식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3박 5일 여정의 마지막 숙박일이다.
전국에서 모여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정도 들었다.
이 시간이 아니면 이별이다.
간단히 맥주 한 잔 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수영장 옆에는 2 홉 들이 맥주 한 병에 한국돈 9000원 가격으로 팔고 있다.
1인당 한 병씩 들고 반가움과 아쉬움을 담아 술을 마셨다.
하지만 두 병을 마시기엔 역부족이다.
술 가격도 가격이지만 오후 8시가 넘어도 열대야가 지속되었던 때문이다.
참 여기는 열대지역이었지?
[바탐에서의 첫 아침]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아침 식사는 여섯 시부터 시작된다.
출발시간이 7시 30분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기에 여섯 시 반에 식당에 모여들었다.
서툰 한국말의 부지런한 가이드는 여섯 시에 모닝콜을 서비스해 준다.
기계가 아닌 육성으로......
여러 음식들이 있지만 입맛에 맞지 않고 과일도 단 맛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 다른 여행객 중 누군가 김치를 들고 나타났다.
마치 득템 한 표정이다.
오늘은 배편으로 싱가포르에 들어가고 몇몇 일정을 보낸 후 심야 비행기 편으로 귀국하는 만만찮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통화품질에 울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모바일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국내 최고의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나에게도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No1을 추구하는 회사로서의 자부심이다.
싱가포르에서부터 줄곧 모바일 통신 품질을 측정해 온 나로서는 느려 터진 인터넷에 경악했다.
네트워크는 계속해서 3G였고 간혹 'E' 표시가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함께 간 일행들에게 확인한 결과 LTE가 잡힌다는 것이었다.
전문 지식을 동원해 관리자모드로 접근 해 재설정과 재부팅을 반복해도 역시 3G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일반 설정 모드에서 LTE 데이터 허용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데이터를 순식간에 소진하지 않기 위해 기본 설정이 'LTE 사용 안 함'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LTE 모드에서도 속도는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Good by the batam]
멀지 않은 거리에 항구가 있다.
싱가포르행 배 출발 시간은 8시 40분인데 출국과 승선을 위한 절차가 있어 서둘러야 한다.
가이드는 주의사항을 강조해 주고 한국에 대한 동경의 마음, 한국을 꼭 찾고 싶다는 속내를 비췄다.
그리고 서툰 한국말은 계속되었다.
아파트촌을 지날 땐 나도 저기 살아요, 10년 뒤에 저기 살아요.
매끄럽지 못한 어휘 속에서 10년 안에 저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바람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말 배우기가 너무 어렵다며 '열쇠, 쇳대, 자물쇠가 있고 작은집, 해우소, 뒷간, 변소도 있어 너무 어렵단다.
그래도 저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항구가 가까워 지자 한국 노래 두 곡과 인도네시아 노래 한 곡을 작별인사로 불렀다.
서툰 발음과 덜 다듬어진 음정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그에게 크진 않지만 한국돈 5천 원을 건넸다.
[엄격한 국가 싱가포르로....]
여행사에 맡겨 두었던 여권을 되돌려 받았다.
싱가포르의 주말 휴양지 같은 곳이어서인지 검색이나 절차가 매우 간단했다.
공항 이용과 달리 배편으로 싱가포르에 입국할 경우엔 술과 담배 반입이 엄격하게 금지된다고 한다.
제한이 아닌 금지이다.
일행 중 몇몇 분은 남은 담배 몇 개비 조차 버리고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술이나 담배는 남으면 수고한 가이드에게 선물로 주는 게 좋다는 이야기에 또 한 번 쓴 입맛을 다셨다.
40분가량의 짧은 항해가 시작되었다.
무역국가 다운 수많은 선박들이 어제와 같은 엄청난 숫자로 위용을 뽐내는 사이를 지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이젠 친숙하게 다가왔다.
잠시 바다에 머무른 뒤 배에서 내렸다.
간단한 입국절차를 통과하자 싱가포르 한국인 가이드가 큰 키를 뽐내며 기다리고 있다.
[여정중 첫 쇼핑 기회]
9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바탐과의 시차 때문에 11시가 다 되었다.
배에서 내려 입국심사 통과하는데 한참이 걸린 때문이다.
그런데 가이드의 이야기로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한다.
크루즈가 도착하면 입국심사에 한 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작은 쇼핑샵으로 향했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흔한 망고 말린 것 몇 봉지와 함께 아내가 부탁 한 카야 쨈도 두어 병 구입했다.
여기도 한국인 관광객들의 단골인지 한국인 점원들이 눈에 띈다.
[광동식의 점심시간]
오늘 일정은 굉장히 자유롭다.
점심도 천천히 즐기면 된다.
회전 식탁에 올려져 나온 커다란 그릇엔 물과 나뭇잎 하나씩이 담겨 있다.
손 씻는 물이라 마시면 안 된다며 누군가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제일 높은 사람이 저 물을 마시자 아랫사람들이 모두 따라 마셨다는......
칠리크랩이란 메뉴는 손만 분주하고 실속이 없었다.
묻고 튀고 어렵사리 분해해도 먹을게 별로 없어 보인다.
변함없이 등장한 볶음 쌀밥으로 배를 채웠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 여행을 경험한 덕택인지 이제 원만한 중국식 음식은 먹을만하다.
[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점심식사를 끝내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첫 일정인 센토사 섬으로 향했다.
오가는 길은 거대한 마리나 베이 호텔을 자주 스쳐 지난다.
케이블카를 탄다는 이야기에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항구에서 바라본 그 케이블카였다.
센토사 섬은 다리로 500미터 거리에 있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풍광 외에도 수많은 여객선들이 넘나드는 항구도시의 느낌까지 풍기고 있다.
6인승 케이블카는 저 아래 바닷물에 작은 그림자를 남기며 섬을 향했다.
항구에는 엄청난 규모의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저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수천 명의 인원이 입국심사를 하게 된다는 가이드의 이야기에 우리가 정말로 운 좋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의 제주 센토사섬]
섬의 정상에 탑승장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잘 꾸며진 공원이 펼쳐져 있다.
관광개들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몸은 물고기이고 머리가 사자인 머라이언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기념사진 몇 장을 남기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착한 곳은 머라이언 동상의 머리 위였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진 섬의 중심부이다.
이국적인 경치는 셀카 포즈를 저절로 부른다.
동상에서 내려오면 또 다른 케이블카가 기다린다.
섬을 일주하는 노선이다.
비췻빛 바다에 야자나무가 어우러진 해수욕장이 발아래 펼쳐진다.
인공적인 물놀이 공원엔 엄청난 인원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다.
싱가포르의 하늘을 내려오자 다음 여행지로 떠날 마지막 어정이 기다린다.
[이색적인 차이나타운]
자동차로 지나치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지만 힌두교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민족과 종교가 어우러지고 서로가 존중하는 문화인만큼 사상이 혼재한 사찰이 있다.
도시에 있는 사찰 치고는 거대한 규모에 엄청난 수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주변 골목에서는 알 수 없는 게임에 열중한 노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 사이를 지나 독특한 문화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망고를 얼려 갈아 만든 일종의 망고빙수를 구입해 더운 몸을 식혀 봤지만 역부족이다.
도마뱀과 각종의 동물 말린 것을 파는 가판대 옆을 지나노라니 참으로 중국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 외 모든 날아다니는 것, 책상다리를 제외한 모든 네발 달린 것......
[국토 개발청 전시관에서의 짧은 피서]
저녁시간까지 꽤나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오후 4시 25분이다.
가이드는 자투리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오분 거리의 공공기관으로 안내했다.
오후 5시가 되면 문을 닫지만 잠시라도 더위를 피하기에 제격이란다.
건물 한쪽에 자리 잡은 전시관은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규모이다.
에스컬레이터로 오른 2층에는 유니폼을 차려입은 할머니가 안내를 하시는데 올해 81세 정식 직원이라고 한다.
내부는 여러 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싱가포르를 축소해 놓은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발전사와 간척을 통해 확장한 국토가 엄청나다는 이야기, 잘 계획된 국가정책, IT강국으로 발돋움한 이야기를 설명하는 가이드 옆으로 노인 한분이 다가와 무어라 외친다.
시간이 다섯 시에 다다르자 마감을 알리는 모양이다.
우리네 표현으로 칼퇴근인 모양이다.
[싱가포르 최후의 만찬]
한인들은 영주권을 갖고 투표까지 한다고 들었는데 각 분야에서 자리 잡고 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 한국말을 하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샤부샤부 주 메뉴에다가 몇몇 한국식 반찬이 나온다.
이웅 테이블에 한국의 술 처음처럼 이 보인다.
우리도 질 수 없어 소주 두 병을 주문했다.
그런데 소주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국 돈으로 병당 만 오천 원이다.
비싸서 그런지 쓰지 않고 달다.
피 같은 술이란 이럴 때 써야 하나 보다.
아주 간단한 반주와 함께 든든히 채운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선다.
[집으로 한걸음 한걸음]
항공기 출발 시간은 새벽 0시 20분이다.
길게 남은 저녁시간 일행 중 몇몇이 자유여행을 기획했지만 안전한 귀가를 위해 면세점 쇼핑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약 70여 시간만에 다시 찾은 창이 국제공항 청사....
가이드에게 마지막 유의사항을 설명 듣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후 공항으로 들어왔다.
일부는 화장실에서 긴 바지로 갈아입었지만 나는 반바지에 반팔 그대로이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자부심처럼 창이 국제공항의 규모와 아름다움은 대단하다.
트렁크를 수화물로 보내고 출국 절차를 위해 여권을 챙겼다.
[생각보다 간단한 출국 절차]
입국에 까다로운 싱가포르지만 출국 절차는 비교적 용이하다.
공항 심사대에서 가방 속 내용물을 열어 조사 하기는 했지만 아마 테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특별 안전 검문인 듯하다.
공항 내 면세점을 오가다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구입했다.
혹시 모를 수요를 위해 양주도 한 병 구입했다.
면세 가격에다가 한 사람이 세 병을 구입하면 20% 추가 할인 혜택까지 있다.
일행 여러 명이 현금을 모아 세 병을 구입하는 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쉽게 안다.
동행한 직원 한 분이 커피를 사겠다고 한다.
스타벅스라는 낯익은 고급 커피숍에서 통 큰 스폰을 했다.
참 해외여행이 처음이랬지? 하는 생각에 첫 해외여행 기념으로 과용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칠흑 속의 6시간 비행]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금세 지나갔다.
항공기에 오르는 건 출발시간보다 몇십 분 전이기 때문이다.
안내방송에 따라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 곳부터는 화장실이 없다.
이젠 비행기에 올라 불편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항공기 모드로 바꾸고 내 몸은 수면모드로 전환했다.
이륙과 동시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창 속으로 스며든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주위의 소란에 잠에서 깼다.
기내식이 제공된다.
[새벽밥은 12Km 상공에서]
싱가포르 항공인데 한국인 이용객이 많아서인지 한국인 승무원도 여럿 되는 모양이다.
돼지요리와 계란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데 내 좌석이 끝에서 두 번째이다.
어떤 요리를 원하냐는 질문에 많이 남은 걸로 달랬더니 돼지요리가 주어진다.
밥과 샐러드, 그리고 제육 간장 볶음 비슷한 게 그럭저럭 한 끼 식사가 된다.
맨 뒷자리인 내 뒤 승객은 계란 요리를 주문했는데 준비한 수량이 다 소진되었다고 승무원이 사과한다.
나 같은 승객이 많으면 항공사도 승무원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여명 속의 제주도 상공]
장장 5000km를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이다.
말레이시아와 타이완 상공을 지날 때에는 깊은 잠에 빠졌었다.
비좁은 좌석 때문에 잠들지 못했더라면 오히려 고통스러웠을 법하다.
식사가 끝나자 잠이 달아났다.
앞 좌석에 있는 항공기 내비게이션에 제주도 지도가 다가오고 있다.
드디어 한국에 다다르는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창문 사이로 밝은 태양의 줄기가 들이쳤다.
벌써 동이 튼 모양이다.
한국의 아침이 밝아온다.
어쩌면 10km가 넘는 상공에서 맞는 해맞인지 모른다.
[이런 여행 처음이야]
랜딩기어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동체의 흔들림 이후에 거친 굉음과 함께 비행기는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다.
착륙 안내와 함께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좋다는 승무원의 안내에 서둘러 스마트폰을 켰다.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짧게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아내에겐 아무 탈 없이 도착했음을 강조했다.
지난 상반기 아내와 함께 떠난 홍콩 여행 때 아내는 출발 전 큰딸에게 적금과 보험 가입내역을 메시지로 보냈었다.
아이들은 영문을 몰라했지만 혹시 모를 큰 사고까지 생각한 듯....
아마 나 홀로 떠난 첫 여행이어서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공항 수화물 찾는 곳에서 짐을 찾고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마치 한국 관광지에서 검표하듯 지나쳤다.
이제 온전히 한국땅인가 보다......
함께 한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같은 회사 소속이지만 전국에서 모인 첫 만남의 어색함을 떨치고 나름 독특한 여행을 마쳤다.
함께 한 여행사진을 주고받기 위해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여행을 마치고...]
회사에서 '연수'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제공했다.
새로운 활력을 주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서이다.
그러한 목적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무언가 여행담을 남기고 싶었다.
부자나라가 된 싱가포르의 원동력과 IT강국으로 한국을 위협하는 발전상, 잘 짜인 도시 인프라 구축이 새로웠고 싱가포르와 바탐섬의 모바일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스마트폰 Screen debug 화면을 캡처하였다.
한국 땅에 도착해 접속한 인터넷 화면은 세계적 수준급의 속도를 제공해 주지만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