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따리

마흔 일곱의 충남 여행(2011)

Bini(비니) 2011. 1. 28. 20:48

<마흔 일곱의 충남지역 가족 여행 2011년 1월>

 

[마흔일곱의 신년 가족 여행]


요즈음은 휴가, 휴직 등으로 스스로의 인생에 휴식도 취하고 또 새로운 충전을 위해 여행을 자주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주어 진 휴가를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 연말쯤에는 불필요하게 휴가 사용을 해야 하고 무위도식하는 것으로 무의미하게 보내기 일쑤였다.
지난 몇 해동안 최소한 1년에 한두 번쯤은 가족 여행을 다녀왔지만 연초부터 여행을 계획한 것은 조금 색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
작은 딸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며, 큰 딸은 이제 중3으로 진학하므로 불가피하게도 1년간 아주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아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다소 서둘렀던 것이다.


[유난히도 많이 찾아온 추위와 강설]


기상 이변이랄까?
최근 평균기온이 꾸준히 감소해 왔고 강설량도 조금씩 줄고 있지만 올 해에는 세월을 거슬러 가는 듯 매서운 추위와 여러 차례 많은 눈 이 내렸다.
폭설 수준이랄 수는 없지만 상당한 눈이 내린 게 벌써 두세 번쯤이다.
출발지인 강원도 영동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이 - 특히 우리 목적지인 충청남도 지역까지 포함 - 같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차량에도 각종의 채비를 갖추고 떠나려니 준비할 것이 더더욱 많았다.
교통 정체를 대비하여 연료도 가득 채워야 하고 비상식량에다가 옷가지와 심지어 담요까지 챙기고 나니까 작은 승용차가 거의 꽉 차고 말았다.
물론 네 식구 타고 가기에 비좁지는 않았다.
대관령을 끼고 있는 평창과 횡성지역의 높은 산에는 밤새 또 내렸는지 먼발치에서도 나무 가지에 눈 꽃이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내린 눈은 2박 3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어졌으니 여행의 추억을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바로 추위와 눈이었으리라......


[온천의 고장! 충남, 그리고 도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휴양소가 있어 여러 차례 이용을 해 왔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좋은 제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를 일이다.
일반적으로 여행 경비 중 식비와 숙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길바닥에 깔고 다니는 비용인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도 만만치 않지만 역시 숙박비와 식비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존재이다.
휴양소가 있는 여러 지역 중 도고를 택한 것은 거리도 적당하고 때마침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지만, 가족 모두가 온천여행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은 온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여러 가지 제반 조건들을 감안하여 내린 결정이다.
충남 도고에 있는 휴양소는 1980년대 후반 지어진 건물인데 몇 차례 리모델 링을 거쳐 아직도 꽤나 쓸만한 시설로 분류되는 곳이다.
1990년대 초반에 부모님을 모시고 한 차례 이용한 추억이 깃든 곳인데, 사실 2년 전에도 우리 가족이 한 차례 이용했었다.
주변에 온양 온천을 비롯한 많은 온천 지역이 있고 수많은 물놀이 시설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휴양소 안에서 모든 것을 즐기기로 했다.
물론 식사와 온천욕, 그리고 운동시설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1인당 2천 원의 저렴한 금액의 식사권을 구입할 수 있어 네 식구가 한 끼를 해결하는데 8천 원 밖에 들지 않는 것을 가족들이 동의해 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도착 첫날, 5시 50분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여장을 풀고 식권을 구입하여 저녁식사를 하였다.
뷔페식 식사는 다양한 반찬과 깨끗한 환경 탓에 한결 고급스러워 보였다.
가격 대비 만족이 아니라 몇 천 원을 더 지불한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바로 온천욕을,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도착 첫 날을 보냈다.


[구제역에 얼어붙은 소통]


때마침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던 동해안 강릉 지역도 외부와의 연결 도로에서 양방향 방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흔히 구제역이 보고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고속도로나 지방도로 모두 도시로 유입되는 도로만 방역작업을 해 왔는데 이제 강릉을 벗어나는 도로 방향까지도 방역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구제역의 확산을 막는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도로를 지나면서 쏟아지는 방역 약제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이 모두의 공통된 느낌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강원도를 지나 경기도와 충청도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방역 작업은 무슨 전쟁을 치르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역작업을 하던 몇몇 지역에서 분무기에 얼어붙은 얼음 때문에 약제가 제대로 분사되지 않고 또 공무원으로는 부족해 경찰과 군인까지 동원되어 방역 작업을 하는 것이 아주 안타까웠다.
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하면서 잠시나마 방역 작업을 한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가슴 한편을 얼음처럼 차갑게 만드는 것 같아 하루빨리 구제역이라는 단어 조차 생소한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둘째 날! 아산 '세계 꽃 식물원']


정확하게 2년 전쯤, 휴양소를 찾을 무렵 오래된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새로 하나 장만하였었다.
그 녀석도 1년에 지도나 데이터를 업그레이드 받는데 거금 2만 원이 필요한 최신 3D 모델로......
한 달여 시운전을 하였었건만 결국 화근이 되었던 것이 3D 모델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아뿔싸!
강릉 지역을 다니다 보니까 목적지 검색 기능은 테스트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네비게이션은 5분을 멀다 하고 재기동을 해야 겨우 길을 안내해주고 하다 보니까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그야말로 생고생을 했었다. 
이번에는 내비게이션도 다시금 확인하고 얼마 전 구입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까지 동원하여 이원화 내비게이션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도착 이튿날 오전에는 가까운 곧 한 두 곳을 둘러보려고 목적지를 검색하던 중 아주 가까운 곳에 세계 꽃 식물원이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까 겨울이긴 하지만 볼만한 꽃들이 꽤 있다고 하여 일단 출발했다.
거의 현장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아뿔싸, 휴양소에 할인권이 있었는데 그냥 왔다.
그것도 자그마치 20% 할인권이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숙소에 돌아 가 할인권을 받아 들고 다시 식물원으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본 이상의 적막함과 황량함이 매표소에서 느껴졌다.
입장료 6천 원이 너무 바가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어차피 한 발걸음이라 입장권을 구입했다.
20% 할인한 금액 4천8백 원씩 하여 입장권을 구입하면서 나오는 길이 들르면 기념품을 준다고 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전시실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한참을 걸어야 겨우 본격으로 식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갖가지 식물들이며 꽃들이 아주 다양하게 펼쳐져 있었다.
다육식물, 수생식물, 열대 식물 등 내용도 상세하게 설명해 두고 기념사진 찍기에는 아주 그만이었다.
한 걱정을 했다며 가족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 댔다.
허브 비빔밥을 파는 코너까지 있었지만 스쳐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매표소에서 자그마한 다육식물 네 장을 받아 들고 돌아왔다.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잠시의 휴식을 취하면서 IPTV로 영화를 한편 봤다.
대지진이라고 하는 중국 영화였다.
역사적으로 기록될만한 탕산 지진과 쓰촨 성 지진을 무대로 한 드라마였는데 피로가 몰려든 탓인지 나 혼자 중간에 그만 잠들어 버렸다.
낮잠을 즐긴 후라서 그런지 조금은 몽롱한 마음으로 오후 일정을 계획했다.
지도와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예산군에 있는 추사 고택과 수덕사를 관광하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은 휴관일이기도 했지만 2년 전 아주 자세하게 관람을 했었고, 현충사도 방문했었기 때문이다.
수덕사를 향하던 길에 추사고택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였다.
가까운 곳부터 들르기로 결심하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까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예산 시내에서 바로 추사고택을 향했더라면 10여분 이상은 단축되었을 것 같았다.
2차선의 좁은 시골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 보니까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농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이 나무들은 한눈에 봐도 사과나무임이 분명했다.
지역별 명물로 치는 '예산 사과'인가 보다......
추사고택은 농원이 끝나면서 좌회전 한 곳에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건물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별로 관심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추억을 위해 입장권을 구매했다.
입장료는 네 가족 모두 합해야 천 5백 원에 불과했다.
본 건물에 접어들면서 매서운 추위에 건물과 골동품 종류만 대충 보고 조금 떨어진 기념관을 들렀다.
아늑한 분위기에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일대기와 시대적 흐름을 전시물과 영상물 속에서 함께 하며 관람을 마쳤다.
많은 관광지에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없는 곳이 많았는데 이곳은 아주 싼 입장료 만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것도 기념품으로 책갈피까지 얹어 준다.


[여승은 보지 못한 수덕사]


서둘러 추사고택을 나오면서 수덕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해가 지고 추위가 닥칠 것 같아서 서두르기로 했다.
추위로부터 벗어난 가족들이 이야기 꽃을 피운 건 추사 선생의 탄생에 관한 비밀이었다.
전시관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어머님이 임신 24개월 만에 출산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고 이게 논란의 발단이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해 봤지만 결국 답을 얻지는 못하고, 단순한 역사적인 기록이라 잠정 결론을 지었다. 
아내의 생각은 '아마도 24주였을 것인데 인쇄 오타이다'는 것이었고 내 생각은 오래전부터 인쇄된 내용이 오타였다면 벌써 수정을 했을 것이고 24개월은 조금의 과장 섞인, 즉 18개월 정도만에 태어났을 것이라는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새 수덕사 입구에 다다랐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라 그런지 매우 쌀쌀했다.
수덕사는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데 해발은 그리 높지 않은 듯했다.
예산군에서 지정한 8경 중 첫 번째에 기록되어 있는데, 사찰의 규모는 내가 둘러본 몇 안 되는 큰 규모였고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돌계단에는 눈과 얼음이 남아 있어서 위험하기까지 했다.
큰 사찰이라서 그런지 오래된 석탑과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좌측으로 여승당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과거 노래 제목에 있는 수덕사의 여승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입구 좌측에는 큰 규모의 미술관이 눈에 띄었는데 시간 관계상 들어 가 보지는 못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평생 여기 다시 들를 일 있겠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원도와 이곳은 보통의 먼 거리가 아닌 것이다.


[삽교호 조개구이!]


구내식당에서 여러 끼를 해결한 우리 가족은 그래도 한 끼 정도는 서해안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여러 장소를 물색하다가 결국 삽교호에서 간단하게 조개구이를 맛보기로 했다.
전에도 한번 먹어본 적 있었는데 조개도 그렇고 친절도도 별로인 듯하여 인터넷을 두루 검색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거나 카페에 올린 공통된 내용이 ㅇㅇ마트 좌측 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삽교호를 향했다.
구제역 방역 작업은 삼교 방조제에서도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2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며 주차장에 도착하자? ㅇㅇ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앞에는 호객꾼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어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순순히 들어갔다.
실내는 월요일임에도 많은 손님들이 있었고 금세 나온 조개와 몇몇 밑반찬들은 깔끔해 보였다.
조개는 키조개를 비롯해 가리비와 골뱅이 등 이름 모를 무수한 조개들이 담겨 나왔다.
쫄면 사리와 고추장 양념이 담긴 은박 도시락과 피자치즈가 담긴 은박 도시락이 나왔는데 이게 대체 뭘 하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적당하게 구워 먹다 보니까 아주머니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조갯살이 살짝 떨어질 무렵 은박 도시락에 넣어 익혀 먹는 거란다.
조금은 멋쩍기도 했지만 아주머니의 마음에 없는 듯한 위로에 그만 정리가 되었다.
'요즘도 조개 처음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빨리 가려면 고속도로는 피해야]


고속도로는 다른 교통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는 도로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인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갖추지 않은 나로서는 오로지 일반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고속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일어나는 정체현상은 시골 한적한 도로를 주로 이용하던 나로서는 여간 짜증 섞인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도로가 고속도로보다 훨씬 빨랐던 구간이 있었다.

원주를 지나면서 고속도로를 벗어나라고 하는 반복적인 목소리가 계속되어 마지못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는데, 도대체 알 수 없는 길로 끝없이 가고 또 가는 것이었다.

처음 운행하는 도로이기도 하지만 구간구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있어 두려움 마저 들었다.

하지만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과 거리를 확인할 때면 별 문제가 없는 운행 코스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목적지에는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였다.

스키시즌이라서 엄청난 고속도로 정체가 있었음에도 마치 정상적인 고속도로 운행 시간이었던 것처럼 빠르게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