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의 의미!>
청탁 금지법이 생긴 지 1년이 넘게 지났다.
과거 부정적인 청탁이 판치는 시절에도 청탁 한 번 받을 수 없는 처지였기에 법이 만들어져도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그저 내 돈으로 밥을 사 먹거나 어울려 추렴하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공짜로 먹는 밥]
삼척 미로의 한 사찰에 작업차 갔다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 업무가 끝났다.
종무 스님이 공양하고 가라며 한사코 붙잡으신다.
음식점까지 내려가려면 반 시간은 걸릴 골짜기이기 때문에 못 이기는 척 공양간으로 향했다.
김치, 나물 반찬과 미역국이 반찬 전부였고 보리가 조금 섞인 밥은 원하는 만큼 담아 오는 셀프서비스이다.
일반적으로 절간에 가면 공양간에 불전함 같은 거라도 있는데 여기는 그것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가 먹은 수저와 식판을 설거지하고 공양간을 나섰다.
[값비싼 설렁탕]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갔다.
고원지대인 강원도 태백의 한 리조트에서 2박을 했다.
마침 얼마 전 유명한 영화를 찍은 세트장에 고급 한식집이 있다길래 구경차 방문했다.
잘 꾸며진 한옥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대문 한쪽에 있는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1인당 10만 원이 넘는 메뉴가 즐비하다.
그래도 여름휴가인데 기분 좀 내려고 가장 저렴한 설렁탕을 먹기로 했다.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종업원이 입을 연다.
그냥 구경만 하고 가셔도 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둘째와 아내가 1인분으로 나누어 먹는다며 3인분 주문하고도 10만 원이 넘는 금액....
10년이 지난 어느 날 둘째가 네 명이 3인분을 주문했던 당시를 회상한다.
1인분 더 주문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그냥 나올걸......
[갚지 못한 밥값 빚]
단골 음식점에서 세 명이 만나기로 했다.
직장 선배와 후배인데 함께 자주 가던 장치찜 전문점이다.
후배와 만난 시간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정이 생겼으니 2차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장어찜 작은 것과 공깃밥,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이 집은 항상 변함없는 맛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신용카드를 제시했다.
다음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서이다.
두 달가량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신용카드 명세서를 확인하다가 놀랐다.
장치집에서 결제한 금액이 25원이었기 때문이다.
25,000원 결제가 되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000'버튼을 누르지 않은 모양이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실례가 이만저만 아니다.
빚도 갚을 겸 지난번 만났던 후배와 음식점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상중'이라며 가게 문이 닫혀 있다.
다음 기회에 다른 이들과 재차 방문했을 때에는 주인이 바뀐 음식점이 되었다.
[매일 먹는 집밥]
맛집이라 해도 매일같이 먹으면 질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집에서 먹는 밥은 왠지 질리지 않는다.
금방 지은 밥이어서 맛도 좋지만 반찬 가짓수와 상관없이 원하는 반찬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이유는 기대치 인지도 모르겠다.
음식점에서는 바로 돈을 지불해야 하기에 음식값에 따른 기본적인 음식 맛을 기대한다.
하지만 집밥은 큰 기대 없이, 어쩌면 기대하지 않을 것을 스스로 강요하는지도 모르겠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맛집에 비해 조미료를 적게 넣어 담백한 맛도 그 이유인지 모르겠다.
['밥값']
언젠가 정선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있다.
홀로 사시는 할머니 댁에서 장작 패기와 집수리를 하고 근처 음식점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늦게 마무리되어 정오를 훌쩍 넘기고 말았다.
할머니는 밥과 라면을 준비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한사코 사양했는데 막무가내로 점심준비를 시작했다.
'당신들이 해 준 일에 비하면 점심식사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부담 갖지 마라 하신다.
우리는 과연 밥값을 한걸까?
한 끼 밥의 의미를 넘는 의미 있는 식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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