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무기(자동차의 두 얼굴)>
쾅! 소리와 함께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내 차가 앞으로 밀려가고 있다.
택시와 부딪히려는 찰나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덕분에 간신히 멈춰 섰다.
그제야 꿈이 아닌 현실 속의 나를 발견했다.
나의 세 번째 교통사고 피해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퇴근길이라 차가 막힌다.
평소 같으면 한 번에 신호를 받을 교차로에서 100여 미터 정도 대기 차량이 정차해 있다가 진행 신호로 막 바뀌었다.
나는 이제 집까지 3분 거리라서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분리하고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며 승용차가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만 듣고는 어딘가 교통사고가 났나? 싶었다.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서 그런가 보다.
사태 파악을 하고 차에서 내리자 후미의 추돌 차량 운전자가 다가왔다.
연신 미안하다며 신호가 바뀌어 내 차가 출발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
아직 내 앞에 있는 택시가 출발하지 않고 혹시 자신의 차량 피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보험사에 연락을 취하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연락처를 받고 귀가했다.
이미 7년이나 지난 중고차지만 상당한 충격에 찌그러진 정도도 심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아직은 몸이 괜찮은 듯하다.
'그럼 됐지 뭐?'
어떤 이들은 목 잡고 허리 잡고 차에서 내려 치료비와 합의금을 받아내야 한다지만 같은 운전하는 입장에 그러고 싶진 않다.
교통사고 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어 며칠 후 대인사고 요청을 해도 된다.
차량 뒷부분 파손 정도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간혹 경미한 사고에도 합의금을 목적으로 입원하는 피해자를 막고자 '마디모'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억울한 피해자를 막고자 실제 가해의 경중을 따져 불필요한 피해 보상을 막자는 취지인데 피해자가 억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서른 살 정도 무렵 중고차를 구입해 출퇴근하던 시기에 첫 교통사고를 당했다.
4차로의 길인데 2차로의 국도가 가로지르는 네거리였다.
직진 진입 중 왼쪽에서 나타난 차량에 손발 쓸 틈도 없이 부딪혔다.
마침 내 앞쪽에 좌회전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 나도 상대방도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내 차량은 한 바퀴 가량 회전을 하고 가로수에 부딪히며 가까스로 정지했다.
1990년대 초반인데 수리 견적이 110만 원이 넘게 나왔다.
상대 차량 보험사로부터 현금 100만 원을 지급 받았다.
그런데 차령이 이미 5년을 넘겼고 성능도 낮아져 정비공장에서 70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를 했다.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중고차를 구입하고 크게 애착이 가지 않았는데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남아 있던 정나미 마저 사라진 느낌이었다.
당시 내가 가입한 보험회사에도 접수를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보험처리가 된 모양인지 보험료 할인 적용이 수년간 되지 않았다.
과실비율 9:1
그러니까 나는 당시 상대 차량 수리비 10여만 원중 1만 원만 부담해도 되는데 보험 판매자는 그런 사실을 귀띔해 주지도 않았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더욱 그러했다.
역시 아는 게 힘이다.
처음으로 가해 차량의 운전자가 된 것은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칠 때였다.
소금강 계곡의 설경을 VHS 비디오에 담으려 다녀오던 길이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마을까지 걸어서 하교하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을 보고 속도를 많이 낮췄다.
돌발적인 움직임이 있을지 몰라서 가볍게 경음기도 울렸다.
그런데 아이들 옆을 막 지나치려는 찰나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도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본넷트에 부딪힌 아이는 한 바퀴를 뒹굴러 반대편에 쓰러졌다 이내 일어났다.
아이는 옷을 툭툭 털더니 자기보다 멀리 튕겨 나간 운동화 한쪽을 챙겨 신었다.
나는 병원으로 데려 가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괜찮다며 사양했다.
마침 근처에 앉아 쉬던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친 아이의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다리를 살짝 절고 있는 아이가 원래부터 그랬다며 연락처나 남기고 그냥 돌아가랜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자리를 떴다.
연락처는 쌍방이 교환해야 하는데 큰 실수를 했다.
시골집에 기거하던 총각이었던 나는 이틀간 회사에서, 그리고 왕복 네 시간의 출퇴근과 개인적인 생활을 제외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나흘에 하루 꼴이다.
걱정하실까 염려되어 우선 사고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외려 더 걱정이 된다.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다짜고짜 치료비 이야기라도 하면 어쩌나?
과자와 음료를 준비해 사고 당시의 마을로 향했다.
아이의 건강상태도 확인하고 간단한 위로금이라도 전달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당시 어른들이 모여 앉아 쉬던 곳은 버스정류소 주변이었고 가까운 주변에 인가라고는 없었다.
아이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은 자신을 책망하며 결국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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