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따리

타임머신을 탄 거제섬 여행

Bini(비니) 2016. 6. 23. 12:31

<세 번째 거제 여행 2016.06.21>

 

[새롭게 다가온 거제섬 시간여행]

 

2003년 첫 발, 그리고 2009년 두 번째 여행에 이어 한번 더 다녀온 거제여행이었다.

회사에서 관리하는 수련관이 있어 그야말로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째 엄두를 내고 출발하였지만 역시 머나먼 거리의 피곤한 여정임엔 변함없었다.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회사의 지원이 있어 마지못한 척 왔지만 역시 여행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있는 장사이다.

같은 장소를 두세 번 가기도 했고, 운 좋게 새로운 목적지를 관람하기도 했지만 옛 모습은 그대로가 좋고 새로운 모습은 색달라서 좋았다.

 

[세월이 변화시킨 가족여행의 패턴]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처음 여행하고 두 번째 여행은 중학생 시절이던 무렵 데리고 다녀왔는데 이번엔 아이들 없이 부부만 오붓하게 다녀오기로 했다.

고3인 작은 아이는 물론이고 큰아이도 중간고사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정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 다른 한편으론 편안한 여행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벌써 훌쩍 성장한 아이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리라......


[딸아이에게 받은 여행경비]


큰아이는 작년에 시작한 대학생활을 중간에 접고 전공과 학교를 바꾸어 원하던 학교에서 다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학과 일과 학생회 일까지 하면서 학원 보조강사 알바를 시작했다는데 뜬금없이 여행에 보태라며 금일봉을 보내왔다.

초보 보조강사라서 한 달 수입이 10만 원 남짓 할 텐데 한 달치 급여를 받고 기쁜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이다.

영수증과 사진을 보내 달라는 게 꼭 내 스타일을 닮아가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진다.


[결혼 20년 차에 다시 찾은 거제여행....]


고된 여정이지만 힘든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여유 있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자주 이용하는 회사 수련관이지만 순위에 밀려 원하는 곳을 원하는 날짜에 이용 하기란 하늘의 달 따기다.

하지만 근속 x 0주년, 결혼 x 0주년엔 우선권이 주어진다.

앞선 두 번의 여행은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코스인 오전 외도~오후 거제 포로수용소를 똑같은 코스로 여행하여 이번엔 여행의 묘미를 위해 하루의 일정을 더 잡아 색다른 곳을 두루 돌아보기로 했다.


[먹거리 부족으로 부실했던 저녁식사]


워낙 먼 길을 달려 도착한 시간이 오후 9시경이었다.

목적지가 한적한 섬의 변두리여서 늦은 시간 먹을거리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동 중에 간식과 음료로 허기를 채운지라 별도의 저녁식사는 거르고 구내매점에 들러 가벼운 요기를 하려 했다.

짐을 풀고 구내매점으로 향하는 길에 영화 상영 계획과 다음 날 아침식사 메뉴까지 꼼꼼하게 확인해 두었다.

매점은 생각했던 것보다 먹을거리가 종류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다.

몇몇 간단한 먹거리만 챙겼다.

먼 길을 달려오느라 허기진 배는 한잔 술로 위로할 수밖에......


[때 이른 장마 소식]


오랫동안 가뭄이 기승을 부리고 농민들의 애타는 속마음은 스프링클러로 겨우 달래고 있는 계절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애타게 해갈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아주 못된 속담처럼 주간 일기예보는 여행 첫날부터 장마 예보가 발표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1박을 하고 난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로 둘러 쌓여 있었다.

전 날 내린 비 때문인 것은 아니고 남해안 기후 특성상 자주 해무가 낀다는 귀띔을 들었다.

밤새 축축한 안개 머금은 빗방울이 창에 쉼 없이 부딪히는데 그나마 큰 비가 오지 않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안갯속에 일정계획을 세웠다.


[무작정 떠난 거제여행 첫날....]


새벽안개가 조금 걷히기 시작했지만 유람선 여객선마다 해경 통제 때문에 출항을 하지 못 한다고 했다.

하긴 '시계제로 수준'인데 통제가 맞는 조치라는 생각이 들지만 하필이면 오늘일까? 하는 아쉬움이 넘쳐난다.

일단 숙소를 출발한 후 날씨 변화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통영 케이블 카라도 타고, 아니면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거제도는 전국에서 세 번째 큰 섬이라고 하는데 역시 명성에 걸맞게 일주도로가 험하고도 길었다.

유람선 항구가 많은 동부면 방향으로 길을 잡고 가다가 조금은 옅어진 안개 사이로 바지선과 양식장이 보이는 저구항으로 향했다.

혹시 언제쯤 배가 출항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아침 8시 반 출항은 통제한다고 확인하였는데 9시 50분에 출발하는 유람선 매표가 한창이었다.


[갑자기 확정된 소매물도 유람선 여행]


미리 여행 코스로 소매물도를 고려하기는 했지만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출항이 가능하다 하여 앞뒤 잴 것 없이 표를 구입했다.

섬 입장권은 따로 없고 넉넉하게 관람하고 돌아올 수 있는 왕복 배표를 모두 구입했다.

예전과 달리 입장권 발권과 승선 때 본인 확인을 위한 신분증 제시가 필요했다.

많이 걷히긴 했지만 아직은 옅은 안개 사이로 크고 작은 섬들과 바위, 간혹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개 사이로 찾아든 갈매기떼가 유람선의 길안내를 책임지는 동안 안개는 서서히 걷혔고 멀리 보이던 유람선은 소매물도의 부두를 향해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

어촌마을의 낡은 집을 사이에 두고 펜션과 음식점이 자리 잡은 모양새가 이국적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작은 구름 조각 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소매물도의 대표 명소인 등대섬까지의 거리가 1.3킬로 미터라는 안내표지 옆에는 남매바위 일주 등대섬까지 2.3킬로 미터라는 표지가 있었다.

경사도 그렇고 시간도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남매바위 방향으로 향했다.

비 온 뒤의 섬마을 숲은 습기로 가득했고, 바람조차 없는 폼새가 정글을 방불케 했다.

급경사 오르내리막 길을 넘고 넘어 도착한 세 갈래길에서 확인했다.

등대섬 800, 부두 500미터......

결국 같은 500미터 거리를 오는데 1000미터 더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해발 160미터의 산을 두 번 올라]


소매물도 최고봉 높이는 160미터라고 했다.

정상에 오르자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땀을 훔치며 급경사 내리막길을 얼마간 내려갔을 때 멀리 등대섬과 섬으로 향하는 바닷길이 보였다.

바닷길의 해발 표고는 '0'미터......

결국 160미터 산을 두 번 넘는 320미터 코스의 등산이 되는 셈이었다.

거기에 등대섬 높이까지 감안하면 등산 높이는 해발 400미터쯤 된다고 할까?


[수학자만 정복 가능한 등대섬 바닷길]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 소매물도에 도착해 있어야 하고 막배는 숙박을 해야 한단다.

가장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 바닷물 수위가 낮아지는 간조시간이 필요했다.

각종의 사이트를 망라하여 일자별 간조시간을 계산하고 항구마다 출항하는 유람선 시간을 부지런히 확인해야 했다.

거기에 불규칙한 기상 탓에 들쑥날쑥한 출항시간까지 고려한 치밀한 계산을 해야 하니 여행이 아니라 중노동이었다.

하지만 결국 매표소에서 전문가가 안내해 주는 시간표를 따라야 했고 날씨라고 하는 하늘의 뜻을 따라야 했으니 쓸데없는 근심 걱정은 '기우'라는 진리가 맞아떨어졌다.


[바닷길을 거쳐 등대섬으로]


서해 제부도 등 갈라지는 바닷길을 몇 번 경험하긴 했지만 역시 동해안 출신인 나로서는 매번 색다른 경험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원인인 건 알지만......

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한 후 5시간 동안 사람이 건널 수 있다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으면 5시간을 모두 할애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미끄럽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돌들을 밟고 등대섬에 올랐다.

동백과 돈나무 등 자생식물이 바위섬을 푸르게 채색하고 있었고 멀리 내려다 보이는 기암괴석과 섬 사이로 끊임없이 승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이 이곳이 남해안임을 알려 주고 있다.

등대는 작은 섬 등대가 아닌 선박 표지소 성격을 하는 비중 있는 등대였다.


[소매물도 '소라회'에 빠지다]


섬 일주를 끝내고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주문한 회덮밥과 미역국이 나오는데 미역 사이로 작은 굴이 부스러기처럼 보였다.

역시 여기는 음식 맛이 내 고향과는 색다르다.

식사를 끝내고 남는 자투리 시간이 여전하여 섬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둣가에서 소라며 멍게, 해삼을 안주 삼아 술이나 한잔 하기로 했다.

소주와 초장은 인근 마트에서 구입하였는데 소주 1병에 3천 원, 작은 초장 하나에 2천 원이란다.

물도 부족하고 통행도 불편하여 물가가 비싼 건 이해가 가지만 좀 아쉬움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몽돌해수욕장의 추억]


7년 전쯤 처음 들었던 몽돌이라는 단어가 신기해 찾았던 여차몽돌해수욕장에 다시 찾았다.

어느 정도 낯익은 도로를 따라 길을 잡자 반가운 마을이 보였다.

전에 처음 볼 땐 검은색 몽돌이 많았는데 다시 보니까 흰색 몽돌도 꽤나 된다.

건물과 방파제엔 전에 없던 벽화들이 그려져 있고 돌미역과 바닷 게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세워져 있었다.

모래사장이 주를 이루는 동해바다 해변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폼새가 정말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해변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려 온 젊은 부부가 젊음을 맘 껏 뽐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과 처음 왔을 때가 파노라마처럼 해변에 투영됨을 느꼈다.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었던 바람의 언덕]


짙은 아침 안개와 대조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습한 기온에 바람 한점 없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지만 먼 여행길에 한 군데라도 더 둘러볼 심산으로 바람의 언덕을 택했다.

지난 두 차례 거제여행에도 찾지 못했던 곳인데 의외로 일주도로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길쭉하게 튀어나온 언덕인데 풍차 하나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다 가자 엄청난 바람이 불어왔다.

온몸을 적신 땀을 한 번에 씻어 줄 세찬 바람이었다.


[한국전쟁의 역사 거제의 포로수용소]


한국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제도에 온 만큼 포로수용소를 다시 한번 관람하기로 했다.

두 번의 방문 때에는 버스 단체관광이었는데 개인차량으로 이동하다 보니까 시간 여유는 있었다.

다만 5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체험과정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시설도 많이 개선되고 4D 영상체험 등 볼거리도 많이 늘었다.

입장권 매표소 앞에서 무더위를 식히고자 막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격이 천 원씩이란다.

정찰 표시제가 아닌 특산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돌아왔다.


[둘째 날 오전 장사도 입항 실패]


조금 흐렸던 안개가 아침이 되어도 걷히지 않았다.

100여 미터 앞바다 항구에는 옅은 안개 사이로 작은 어선이 몇 척 보였다.

오늘 날씨는 제법 좋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건만 아침식사 시간이 지나도 크게 호전되는 것 같지 않았다.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가배항 출항시간에 맞추어 조금 이르게 출발했다.

안개 탓에 출항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전화로 '출항 가능' 확답을 받고 찾아갔는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는 괜찮은데 장사도 근처에 안개가 너무 짙어 출항이 어렵다고 했다.

예정시간 11시가 지나자 오전 출항은 물론 오후 배편도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이제 거제까지 여행 올 기회가 없을 텐데 남는 시간도 어정쩡하여 잠시 휴식 후에 식사 장소로 향했다.


[오후 장사도 여행에 재도전]


날씨가 조금 나아지는 듯 먼발치 바다에 안개가 조금씩 걷혀 오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가배항 유람선사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오후 유람선 운항에 변수가 생기진 않았는지?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오후 2시 유람선이 출항 가능하다고 했다.

그럴 것 같으면 미리 문자로 귀띔이나 좀 해주지? 하는 서운한 마음도 잠시, 서둘러 대합실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적잖이 모여 있는데 굵은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스쳤다.

'또 출항이 취소되는 건 아닐까?'

다행히 안개와 풍랑이 아니면 출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드넓게 펼쳐진 남해안 '첩첩 섬 중']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부표 떼가 전국 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양식장이라는 선장님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10여분 달려 나갔을 때 선장님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왼쪽 바다에 돌고래쇼가 펼쳐지는데 관람료는 무료라고 했다.

아울러 아무나 볼 수 없고 열심히 살펴보는 사람에게만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멀리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참을 살핀 끝에 작은 돌고래가 간헐적 물 짓을 하고 있었고 뱃길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장관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개인 사유지 잠사도]


장사도의 원래 명칭은 누에의 형상을 따서 잠사도라 불리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섬 이름을 정비하면서 뱀의 형상을 땄다면서 장사도로 개명했다고 한다.

내 인식과 달리 외도와 장사도는 사유지라고 했다.

2003년 외도관광을 갔을 때에도 의아해했는데 당시 장사도는 개인이 개발 중이라고 했다.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하고 관광객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긴 보타니아라 명명된 외도 역시 사유지임에도 부부가 개발하여 국가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였으니 어느 정도의 기대는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인기몰이를 하게 되었다는데 1970년대 13가구 89명의 섬 주민이 살았던 섬에는 분교와 교회까지 있어 당시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호수 같은 남해 바다]


그리 크지 않은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도 별로 뱃멀미 증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외해라 불리는 먼 바다와 달리 내해는 섬들이 둘러싼 바다여서 그런지 마치 호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변 또한 호숫가처럼 찰랑거리는 물결에 들릴락 말라하는 파도소리를 배경 삼아 갈매기 몇 마리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간혹 지나치는 유람선이 일으키는 물살에 잠시의 흔들림만 있을 뿐이었다.

바다라기보다 커다란 댐 정도의 인상을 풍겼다.

 

[남해안 여행 마지막 날]


제주를 제외한 한국에서 두 번째 큰 섬이라서 그런지 섬을 횡단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때론 높은 산을, 해변 둘레길을 지나야 했다.

마지막 돌아오는 날은 원거리 일정 때문에 이른 시간 출발하기로 했다.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는 날......

갈매기떼의 요란한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처음으로 창 밖에 바다가 내려다 보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안개가 끼었지만 먼발치에 섬들도 보이고 제법 파도소리도 들려왔다.

이른 준비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한 후 곧바로 길을 재촉했다.


[짧은 여행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의 귀환]


바다라는 단어는 같지만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의 느낌은 천지차이인 듯하다.

바닷물 색깔과 섬의 유무도 그렇지만 횟집에서 나오는 생선회 종류까지 차이가 많았다.

인터넷을 뒤져 거제 맛집이라는 식당을 뒤져 30분가량 달려 찾았는데 회와 밑반찬 종류도 부실하고 신선도도 형편없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고향 강원도 삼척의 항구마을 임원항에 자리를 잡았다.

신선한 가자미와 갖은 생선회를 저렴한 가격에 맛보면서 드는 생각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하지만 고생을 하고 후회를 하더라도 여행은 무언가 남는 게 있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하여 자동차 계기판을 확인했다.

총 운행 거리가 1,200킬로미터로 되어 있었다.

우리네 예전 단위로 환산하면 3천 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삼천리강산을 두루 돌아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