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홀로 서기]
어제는 휴가인데 갑작스레 회사에 일이생겼다.
서둘러 출근해 추운 날씨에도 일처리를 진행했다.
점심식사로 평창읍의 작은 음식점에서 들깨수제비를 주문했다.
구수한 들깨가루와 쫀득한 수제비에 서비스로 나오는 꽁보리밥을 말아먹으면 일품인 단골 맛집이다.
다음 작업장소로 이동중에 전화가 울린다.
큰딸이다.
취업시험 최종 관문인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텐데 오늘은 웬지 밝은 목소리이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제법 눈치 빠르다 자부하는 나로서도 간과했는데 면접 결과가 발표되어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능성을 높게, 하지만 탈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금은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대학 생활을 하던 중 교수님의 권고로 석사과정에 도전하려 했는데 좁아진 취업문을 의식해 취업으로 방향을 돌린 결과가 좋게 귀결된 것이다.
곧이어 소식을 전하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웃으면서 시작된 통화는 금세 대성통곡으로 바뀌었다.
감격의 울음이자 그동안 억눌렀던 불안과 초조함이 폭발한 것인가 보다.
틈만 나면 가까운 절에라도 가자던 아내는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듯 좋아한다.
탯줄을 막 자르고 갓 태어난 아기에서 시작해 뒤척이고 기어다니는 모든 변화에 환호했고, 홀로 일어서고 첫걸음을 떼며 성장했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친다.
오랜 학교생활을 마치고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또다른 홀로서기이다.
직장생활도 만만찮은 난관이 있겠지만 지금껏 잘 해왔던 것처럼 잘 헤쳐가리라 믿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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