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따리

노트르담드 파리(세종문화회관) 뮤캉스

Bini(비니) 2024. 2. 5. 05:16

노트르담드 파리(세종문화회관) 뮤캉스
(24년 2월 3일)

[2년만의 서울나드리]

지난 2023년은 서울역을 가장 많이 밟은해였다.
그도 그럴것이 해외여행을 밥먹듯 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으로 지나는 길에 서울역에서 공항철도 환승을 하기도 했고 김포공항을 경유하는 공항리무진을 이용하거나 개인승용차를 이용해 잠시 서울을 지나친적은 꽤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서울구경은 2년만이다.
제대로된 서울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큰딸이 뮤지컬공연을 계기로 호캉스를 기획하고 가족 모두가 가능한 일정을 물어왔다.
'뮤지컬 하면 관람료가 만만치 않을텐데' 라며 혼자 다녀오라고 했지만 그럴거면 자기도 가지않겠다 했다.
그렇게 시작한 호캉스를 뮤캉스라 부르기로 했다.

[호캉스도 해본사람이....]

언제봐도 서울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시골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사람구경 하기에도 그만이다.
요즘은 글로벌시대 답게 외국인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해외여행을 제한하게 되면서 붐이 일었던 호캉스도 나름 의미가 있다.
때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공연일정이 있었다.
1월이 지나고 2월이 막 시작되는 무렵인 2월 3일 토요일이다.
이를 계기로 드디어 2년만의 호캉스를 준비했다.

수년 전 서울여행때의 추억의 장소

[아닌 겨울에 웬 호캉스?]

'여름도 아닌데 웬 호캉스?'냐고 묻겠지만 요즘은 바캉스철이 사라진지 오래이기때문이다.
한때 여름휴가를 바캉스라 불리곤 했었다.
바캉스(vacances)는 프랑스어로서 영어 버케이션(vacation)에 해당하는 말로서, 단순히 ‘휴가’라는 뜻이다.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는 원래 호텔내 라운지와 수영장, 헬스장 등의 시설을 이용해야 하지만 고급호텔이 아니기에 숙소로만 국한해 이용하는 반쪽짜리 호캉스로 결정했다.
대신 뮤지컬 공연을 즐기는 어쩌면 호캉스보다 더한 뮤캉스일수도 있는 여행이다.

[가성비 호텔]

몇년 전 가족호캉스때 묵었던 명동의 숙소를 예약했다.
스탠포드호텔 명동이었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마침 쇼핑이나 관광, 무엇보다 세종문화회관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당시엔 네명의 가족이 방 하나를 잡았었는데 아무래도 불편했던지 이번엔 객실 두개를 잡았다.
숙박앱에서 저가의 숙소가 넘쳐나지만 필요로 하는 날짜, 특히 주말에 적당한 가격의 적당한 곳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도 한달 이상 남기고 예약한 덕분에 인근에 있는  다소 저렴한 숙소로 변경했다.
'이비스앰버서더명동'이다.

숙소에서의 전망

[교통편 저울 재기]

지도를 살펴보니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딱 한블럭 떨어진 거리이다.
당시엔 주차장이 아예 없는 숙소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했었다.
이번엔 주차장이 있는 호텔이라는데 주차비가 1만오천원이다.
일본 여행때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숙소에서 투숙객도 주차비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일본이야 땅값도 집값도 비싸다기에 그럴수도 있지만 서울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하긴 주차시설이 없는 호텔도 있다는데 이만하면 감지덕지이다.
고민끝에 ktx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셋이 상경하고 큰딸은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편하게 ktx로

[세종문화회관]

오전 열시에 출발하는 ktx에 승차했다.
서울역까지 가면 좋겠지만 간발의 차이로 좌석이 매진되어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를 예매했다.
상봉역을 지나자 전동차 속도가 급감하더니 중랑역에선 아예 정차했다.
ktx답지 않은 속도이다.
문산행 열차를 타고 왕십리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 광화문역에서 하차했다.
끝없는 계단을 올랐다.
도로 중간에 세종대왕 동상이 보이고 길 건너편이 세종문화회관이다.
자주 지나쳤던 곳이다.
광화문 근처에도 자주 왔었고 맞은편에 직장 본사가 있어 자주 이곳에 왔었다.

건너편에서 본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예습]

뮤지컬 제목이 무어냐고 물었을때 '노트르담드 파리'라는 답을 들었을때 적잖은 혼란이 왔었다.
'곱추와 파리가 다른 내용인가?'
곱추가 파리로 바뀐 사연은 무엇일까?
작품의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아마도 장애인 비하의 의미를 가질 수 있어 그런건 아닐까?
간단하게 작품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
자세하게 알면 알수록 극에 몰입하기 어려울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뮤지컬이 내용을 알고 관람하는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뒷공간

[공연 전 점심식사]

먼저 도착한 큰딸이 사전 체크인과 오페라그라스 대여까지 마친 후 기다리고 있었기에 여유롭게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로했다.
아직 공연을 두시간 가량 앞둔 시간이다.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에는 대기자가 몇 없었고 심지어 오늘 출연진 사진을 부착하는 중이었다.
서너 컷의 기념사진 촬영 후 예약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세종문화회관 바로 뒷골목의 돈카츠전문점이다.
이름있는 무대라서 자칫하면 입장이 제한될수 있기에 하나의 메뉴로 통일했다.
일본 여행에서 이름만 들어봤던 규카츠로 주문했다.
일종의 소고기카츠이다.

소고기로 만든 규카츠

[뮤지컬 노트르담드 파리]

공연 30분을 앞두고 입장을 시작했다.
무료물품보관소에 가방과 옷가지를 보관하고 드디어 입장이다.
생각보다 좁은 실내와 좌석간 간격, 그리고 앞사람의 머리에 가려 시야는 많이 불편했다.
공연은 사진과 영상촬영이 금지되기에 외려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극의 대부분이 낯선 내용이다.
이름값 하는 주연, 조연급 배우들의 열연도 그렇지만 작은 역할(내 생각)의 수많은 배우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세종문화회관을 수놓는다.
1시간 10분 경과 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이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화장실 이용 등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꽤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진행요원들은 수시로 안내방송을 했다.
'휴식시간 이외에는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착석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뒷 관객의 시야가 가리지 않도록 등을 편안히 뉘어달라'는 주문이었다.

공연 후 앤딩

[관객 크래스]

후반부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았던 키큰 남자가 앉았던 자리에 여성 관객으로 바뀌었다.
홀로 자리한 젊은 남자부터 우리처럼 가족단위이거나 다양한 관객들이 관람하겠지만 전후반부 관객이 바뀌는 것도 독특한 경우인듯 하다.
어쨌건 시야가 확실히 좋아진건 다행스런 일이다.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박진감 넘치며 또한 극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면서 집중하게 했다.
극의 중간중간에 박수갈채소리도 여느 뮤지컬과는 다른 여러 수준을 보여주었다.

[참새방앗간]

2시간 반의 공연이 끝나고 보관대 물품을 찾고 오페라글라스도 반납했다.
저녁식사를 예약한 장소는 숙소근처였다.
어차피 숙소에 짐을 두고 나가면 마음이 편할터....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에서 내렸다.
길건너에 이비스호텔이 보였다.
유행처럼 건물 전체가 아닌 10층부터 호텔이기에 자그마한 글자로 IBIS HOTEL 이다.
입구에는 단체관광객들로 인산인해이다.
때마침 건물 내 상점에 와인마트가 보였다.
구경이나 할까?
2만원짜리 와인부터 기백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와인인데 안살수가 없다.
더구나 점원이 서비스라며 시음와인까지 건넸다.

숙소건물 와인매장

[딤섬전문점 딘타이펑]

숙소는 넓진 않지만 일본의 호텔에 비하면 스위트룸이라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다.
화장실만은 독특한 형태의 캡슐호텔이나 항공기 화장실을 닮아있다.
대충 짐을 던지듯 내려두고 숙소를 나섰다.
예약한 음식점은 진짜로 코앞이었다.
좁은 도로를 두고 바로 옆건물에 있다.
중국풍 음식내가 가득한 넓은 가게안은 이른 시간임에도  제법 손님들로 붐빈다.
세트메뉴와 두어가지 단품메뉴를 추가했다.
만두종류와 우육면 그리고 파이구볶음밥 등등....
역시나 입맛에 잘 맞는건 아니지만 반복된 여행과 한국입맛에 특화된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이젠 제법 먹을만한 메뉴들이다.

딤섬맛집 딘타이펑

[명동성당]

식사를 끝낸 후 각자가 흩어져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백화점쇼핑을 떠난 가족들과 헤어져 나는 홀로 오랜 추억을 간직한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명동 차없는 도로도 운치있고 음식구경 사람구경도 제법이다.
명동성당 진입로도 그렇고 성당내부도 많이 변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할인마트 '다이소'에 들렀다.
치약과 치솔을 구입하기 위해서이다.
큰딸이 '아빠때문에 가성비 숙소를 찾다보니 치솔 제공이 안된다'고 성화이다.
그럼 어때? 1회용보다 괜찮은거 하나씩 사면 되지....

명동성당

[아직 젊은데 치매초기인가?]

몇가지 물건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스마트키를 터치해야 하는데 위치를 찾을수 없다.
특별한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이곳저곳에 카드를 터치해 봤지만 무소용이다.
와이파이 그림을 닮은 곳 -사실 여기는 스피커- 도 아니고 측면에도 없다.
이럴때는 일단 작전상 후퇴해야 한다.
왜 안되는거지?
마음을 추스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혹시 19층 로비 전용호기가 아닐까?
아니나다를까 이번엔 19층 버튼이 눌러지는 것이다.
바로 취소버튼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와 다른 엘레베이터를 탔다.
스마트키 터치하는 곳이 또렷하게 보인다.
그래도 치매는 조심해야 한다.

선명한 '객실미운행'

[1일 2부페]

치약과 치솔은 없어도 건축한지 오래되지 않은 깨끗한 건물이다.
불편함 없이 쉬었고 숙성회와함께 와인도 즐겼다.
숙소 후기처럼 방음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게다가 아침식사로 부페가 포함된 가격이 20만원 남짓이다.
요즘 주말 숙소치고는 괜찮은 가격이다.
오늘 점심메뉴도 부페, 그것도 11시로 예약한 부페이다.
가볍게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는 무겁게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명동거리로 다시 나섰다.
낮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하고 인파가 없다보니 금세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밤풍경과는 색다른 멋과 아름다움이 연출되는 명동성당을 밤낮으로 관광하는 횡재 여행이다.
식사장소는 멀지 않은곳이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걸어서 가기로했다.
교차로 한켠에 웬 전각이 자리하고있다.
보신각이다.

배달 숙성회

[시골사람 서울여행]

역시 서울은 오랜 역사적 유물들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종로타워가 있다.
지하에 있능 에슐리퀸 부페이다.
호텔부페를 고집하던 딸과의 절충안으로 가성비 부페를 선택했다.
다양한 메뉴에 2만원 후반대 가격이어서 그런지 인산인해이다.
11시 예약인데 10분 전에 도착해도 긴 대기줄이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예약자는 별도로 줄을서 입장한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세시간만의 점심식사이다.
나름 메뉴 결정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애슐리

[종로서점]

식사를 끝내고 나오자 아랫층에 대형서점이 있다.
열차시간이 한참 남이있어 시간도 보내고 신간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산 기억이 까마득하다.
기념품 마냥 한권씩 사기로 했다.
장르도 제목도 신선하고 다양하다.
아예 자리를 잡고 독서에 열중하는 손님들도 꽤 보인다.
이거 제법 멋져보이는데?
잠시의 짬을 낸 여유로운 도서쇼핑은 문화 호캉스의 절정이 아닐지?

나름 종로서점

[귀성열차]

지하철을 타기위해 지상층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그런데 한층을 더 올라가야 한다.
에슐리퀸이 지하층, 서점은 지하2층이었기 때문이다.
1층에서 건물을 나오자 지하철 입구가 보인다.
짧지 않은 계단을 내려가자 조금 전 지하2층 서점이 보인다.
지하철을 타고 두개 역을 지나면 서울역이다.
열차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틈만 나면 쇼핑이다.
서울역1층에서 연결된 아울렛에서 짧은 쇼핑을 끝내고 드디어 열차에 올랐다.
큰딸이 굳이 플랫폼까지 배웅을 내려왔다.
열차에 승차해 창밖을 내다봤다.
큰딸이 차창안을 몇번이나 들여다보고는 이내 돌아섰다.
아내는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왜 여기까지 배웅와서 날 울리냐고....'
배웅은 늘 부모의 역할이고 싶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