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따리

장가계 여행(2024.11.21)

Bini(비니) 2024. 11. 22. 12:53

[얼마나 경치가 좋길래?]

오래전부터 입소문은 들었었다.
장가계의 경이로운 경치 이야기를....
해외여행이나 중국의 다른 지역 여행을 제법 했다고 생각 했는데  유독 엄두를 내지 못한 곳이 장가계였다.
그도 그럴것이 항공이나 교통편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인천공항에서는 상하이, 칭다오 등 다른지역 항공편을 환승해야하고 또는, 버스로 너댓시간을 이동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갑작스레 너도나도 경쟁적 장가계 여행붐이 일었다.
가까운 이웃지역 양양국제공항에서 장가계 전세기가 운항을 한다는 소식이다.
소형 항공기로 환승없이 장가계공항으로 직항하는 것 만으로도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천문산 잔도

[비자  면제가 불러온 나비효과]

고민끝에 노팁, 노옵션 상품을 선택하고 1인당 135만원씩을 지불했다.
쇼핑센터 1회방문에 여행비자 비용까지 포함된 상품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소식이 들리더니 우리의 여행일 직전인 11월 8일부터 적용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0명 내외의 그룹상품이었는데 여행사에서 비자비용 환급보다는 8명 정도의 단독상품으로 변경을 제안해 왔다.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긴 하지만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불편함 보다는 나름 괜찮은 제안이어서 수락했다.
처음엔 친구네와 후배 부부까지 여섯명이었는데 또다른 부부 2명을 포함한 8명의 소규모 단체여행이 성사되었다.

단촐한 단체여행

[기사회생 양양공항]

사실 양양에 국제공항이 생길때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북방진출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제외하면 강원도 영동지역의 접근성이 썩 좋은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세기나 정규노선이 생기고 제법 많은 이용을 하면서 시선들이 달라졌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운항하던 LXC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파산하면서 그나마 영동지역 주민들은 좋은 자원을 잃어버린 셈이다.
국내 유수의 전자기계생산기업 만도그룹이 항공사를 인수해 PARATA항공으로 새출발 한다지만 모기지를 인천과 김포공항까지로 하겠다고 하니 자칫 빛좋은 개살구가 될수도 있겠다.

[중국 '룽에어' 전세기]

항공기 출발시간은 오후 6시5분이다.
체크인부터 공항검색대까지 통과하려면 두시간 이상이 필요한 인천공항과 달리 양양공항은 한시간 남짓이면 되는데 여행사에서는 세시간 전에 도착해 달라고 한다.
여행 준비도 여행의 일부이니까 조금 일찍 출발해 볼까?
언제나 그러하듯 무료주차장은 빈자리가 많이 있다.
여행사 카운터는 텅 비어있고 외려 여행객들이 여행사 담당자를 기다리는 모양새이다.
오후 세시를 넘기고도 한참 지난 후 여행사 직원들이 수속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낯선 룽에어 체크인카운터이다.

양양공항 룽에어항공기

[인내심 바닥]

여행사 담당자가 건네주는건 딸랑 여행안내문과 입국서류 작성요령뿐이다.
좌석 배정이 선착순이라 했는데 다른 여행사 손님들은 긴 줄을 서서 출국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대기줄에 서 봤지만 이미 2/3 이상의 순서로 뒤쳐져있다.
그나마 수하물 위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카페에서 커피한잔 마실 여유는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유가 지나치다는데 있었다.
지루한 시간을 한참 기다리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다시금 대기 시간이다.
면세점도 없으니 도무지 시간을 주체할수가 없다.

[소요시간은 얼마?]

LCC(저비용항공사)의 특성상 비좁은 좌석은 필수일테고 그렇다면 비행시간이 얼마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수차례 업데이트를 거친 일정표마다 계속된 변경이 있어서이다.
18시40분 출발, 21시10분  도착이라는 최초의 여행설명서를 보면 2시간10분 가량 소요된다는 이야기인데 마지막엔 18시05분 출발에 21시55분 도착이라니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어둠 속 이륙]

11월 하순의 오후 여섯시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한산한 활주로를 따라 남쪽으로 움직이더니 기체를 북쪽 방향으로 돌렸다.
이내 기다림 없이 굉음과 함께 힘차게 날아오른다.
대기가 불안정한지 기체가 한동안 요동치더니 어느새 구름위로 날아올랐다.
태백산맥을 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순간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씨로 변해있다.
까마득한 높이에 군데군데 불빛들이 보이는걸 보면 산간지역 상공이다.

[상상! 그 이하의 기내식]

소요시간이 네시간 가까운 거리이다.
맑은 정신으로 네시간을 보내는건 쉽지 않다.
잠시 눈이라도 붙이려는데 이 또한 힘들다.
어쩌다 깜빡 잠들었는데 어수선한 소리에 깨어보니 이륙 후 한시간 정도 지났다.
바다가 아니라 육지가 내려다 보인다.
벌써 중국땅인가보다.
때마침 기내식이 제공되는 시간이다.
훠궈밥?, 치킨국수?
하루종일 음식을 먹은탓에 가볍게 국수를 주문했다.
하지만 순간의 선택 결과는 가혹했다.
조리 후 두어시간 경과한 국수는 밀가루묵이나 다름 없다.
그나마 조금의 닭고기가 위안이 되었다.

룽에어항공 기내식

[의문의 1패]

국물이 제공되지 않아서인지 음료가 간절하다.
다행스럽게도 승무원들이 음료카트를 밀며 주문을 받는다.
난 간단히 마실물을 원했고 '투 워러'를 주문했다.
그런데 옆자리의 아내는 콜라를 마시고 싶은 눈치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콜라로 바꾸기도 그렇고 주문한 물을 마셔야 할 처지였는데 얼음을 채운 두잔의 콜라가 건네졌다.
'워러'가 '콜라'로 들린 모양이다.
차라리 ‘물’이나 ‘워터'라 주문했으면 제대로 알아듣고 물을 마실수 있었을텐데....
어쨌든 아내라도 원하는 콜라를 마셨으니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대국이 맞네]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면 바다위를 비행하곤 했다.
단잠을 잘때 서해바다를 지났을테고 이후로는 오직 육지의 연속이다.
가끔씩 제법 화려한 불빛의 도시들이 보이고 불을 밝힌 도로도 많다.
무엇보다 두시간 반을 비행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육지가 그동안의 여행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흔히들 한국내에서 먼거리를 비유하는 서울부산간의 거리, 소요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나라의 규모이다.

[소규모 국제공항]

기내식 식사 후에는 여행에 대한 일정표를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또다시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항공기의 하강을 알리며 승무원들이 분주해 진다.
시트 등받이를 세우고 닫힌 창문을 원상해 달라는 승무원들의 요청에 도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기체가 하강하는 느낌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 GPS 기능을 확인해 본다.
비행초기 8.3KM였던 고도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30분간 더 비행하자 조금씩 고도가 낮아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시 긴 시간동안 아주 천천히 낮아지던 기체가 드디어 커다란 흔들림과 함께 착륙했다.
장가계 허화공항이다.
결국 예상했던 시간 3시간 50분 가량을 모두 채운 것이다.
짙은 어둠속의 장가계공항은 한산한 편이다.
며칠에 한대씩 이용하는 양양국제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규모일지라도 제법 국제공항다운 공항이다.

장가계 허화공항

[72기루]

여행캐리어를 찾아들고 짧은 입국수속 후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H여행사 K가이드를 만났다.
중국 시간은 한국과 한시간 차이가 나는 관계로 아직 이른시간이다.
중국 대부분의 가이드들이 흔히들 말하는 흑룡강성 출신 조선족이라는 설명과 함께 26인승버스가 출발했다.
숙소까지 소요시간이 길지 않다는 설명과 더불어 내일 일정을 여유롭게 하기 위해 다음날의 관광일정 하나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장가계 도심지에 접어들고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때 크고 화려한 조명의 건물이 지나친다.
그런데 지나친줄 알았던 그 건물이 72기루였다.
방향을 바꿔 U턴을 하고 주차장에 접어들었다.

장가계 72기루

[취두부 시식]

카멜레온처럼 화려한 조명이 변화하고 다소 조용하지만 중국풍을 빠르게 접할수 있는곳이다.
가이드는 한 가게앞에 멈춰서 취두부를 맛보라고 했다.
작은 가게이긴 하지만 꽤 유명세가 있음직한 장소이다.
검은색 비주얼도 그렇지만 온통 중국음식 특유의 냄새가 퍼지는데 도대체 먹어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장가계에서는 취두부 맛보는게 미션이라는 가이드의 제안에 한조각 베어물었다.
맛과 향도 그렇지만 흘러내리는 기름과 뜨거움이 최대의 난적이다.
일부는 시식을 포기하고 또는 나처럼 두개씩 맛보는 사람도 있다.
뒷맛이 개운치 않지만 인생 최초의 경험을 선사해주는 가이드의 배려는 감사할따름이다.

취두부 시식

[3성급 5성 풀만호텔]

시내에 있는 숙소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브랜드 풀만호텔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나름 규모있는 로비에는 중국풍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숙박체크인을 위해 여권을 제출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 곳곳에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보인다.
객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긴 하지만 열악한 편이다.
건축된지 오래이기때문인가보다.
하긴 별로 기대하고 온게 아니니 이정도에서 만족하기로....

3성급 5성호텔

[화장지 챙길시간]

화장지가 기근인 나라 중국은 공항과 호텔 이외의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으니 아침에 꼭 챙겨 나오라했다.
그래서일까?
화장실에 걸린 두개의 화장지 모두 작은 크기의 두루마리 휴지이다.
그까짓거 돈 몇푼이면 구입하는데 한국인들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몇해 전 중국인 여행객이 많은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을때 주인과 짧은 실랑이가 오간 기억이 난다.
막 입실한 호텔방 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변기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는 사실이다.
'역시 중국인이 지나간 흔적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호텔 마사지샵 화장실

[본의 아닌 시간지연]

여섯시반부터 시작되는 호텔 아침식사는 꽤 괜찮았다.
음식에 대한 이질감도 크지 않고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일행 여섯이 음식 정보를 공유하며 최대한 최적의 음식을 골라담았다.
식사를 마친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옷가지를 두툼히 챙겨입고 호텔로비로 내려갔다.
일찍 출발하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있다길래 다들 서두른 눈치였다.
그런데 함께 온 한 일행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거 무슨 사고라도 난건가?'
전화통화도 SNS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호텔직원과 동행해 방을 둘러봐도 감감소식이다.
그런데 식당에서 여유로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시간과 혼돈해 우리가 갖지 못한 여유를 즐긴(?) 셈이다.
한편으로 다행이고, 20여분 지체해 최대한 서둘러 출발했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사람들]

가이드는 장가계 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세가지를 소개했다.
해발 1500미터까지 오르는 세계최장 7.5킬로미터 천문산케이블카, 대협곡의 세계최장 500미터 유리다리, 그리고 역시 최대규모의 관광용 엘레베이터이다.
가이드의 열띤 중국소개는 계속된다.
때마침 차창밖으로 하천에서 빨래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세탁기가 없는것도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냇가에서 빨래하는 건 흔한 풍경이라 한다.
중국의 23개 성(한국의 8개도 의미) 중 호남(후난)성에 속한 장가계시의 유래와 문화에 대한 짧은 설명도 곁들인다.

[험난했던 여정]

가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더니 어느덧 대협곡에 도착했다.

은근히 노옵션 상품속에 '짚와이어 체험'을 원하는 눈치였지만 일행 8명 중 절반 이상이 기피하는 바람에 대체코스(당초 계획된 코스)로 정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급경사였는데 내려갈수록 더욱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다행스런 점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코스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엉덩이를 치마로 감싸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출발했다.
경사는 있지만 수시로 만나는 급커사 때문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가속과 감속을 하려면 제법 요령과 힘이 필요하다.

미끄럼틀 이동수단

[관광보다 훈련]

두번에 걸쳐 이어진 미끄럼구간을 끝내자 작은 유람선이 늘어서있다.
대협곡 작은유람선이다.
긴 코스는 아니고 계곡과 잔도를 끼고 왕복하는 맛보기 승선이다.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유람선은 앞뒤가 따로없는 구조여서 회전 없이 곧장 되돌아왔다.
계단과 세개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오르자 드디어 유리다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곡 맞은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인데 보행이 가능하다는 표식이 있다.
절벽타기 코스라는 설명이다.

대협곡 작은유람선

[유리다리]

꽤 높은 지역임에도 구름이나 안개가 없다.
1년 중 270일 이상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는데 택일 하나는 기막히다.
더구나 바람이 없으니 춥기는 커녕 살짝 더운 느낌마저 든다.
유리다리를 건너기 위해 신발 위에 덧신을 끼웠다.
바닥에 생고무가 있고 따듯하게 데워둔게 훌륭한 서비스이다.
길이 500미터가 넘는건 물론이고 아래쪽 높이도 만만치 않다.
첫 발을 뗄때마다 짜릿함이 있었지만 이내 무디어진 감각때문에 더이상의 감흥은 없다.
덧신을 신었어도 바닥 유리에 많은 스크래치가 있어 투명도가 낮으니 두려운 마음도 줄어든다.

세계최장 유리다리

[이거 백숙 맞아?]

다리를 건너자 오전코스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점심식사가 예약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다행스런건 중화식이 아닌 한식 스타일이지만 조리에 들어간 중국식 향신료 냄새는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놋그릇을 닮은 티타늄 그릇에 밀가루부침까지 영락없는 한식풍이긴 한데 주메뉴인 백숙에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겉절이 김치까지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배려에는 합격점을 준다.

중국식 백숙

[천문산 케이블카]

점심식사를 마치고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향했다.
해발 1500미터 천문산으로 향하는 세계최장 관광용 케이블카이다.
28분이 소요되는 7.5km 구간의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심 한복판에 있다.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할법 하지만 사회주의 특징인지 별다른 불평불만이 없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대기줄이 길지않았다.
5분 정도 대기 후 탑승할수 있었다.
원래 8인승의 케이블카에 순서대로 탑승해야 하지만 가이드의 능숙한 대처 덕분에 일행 8명이 함께 타게 되었다.

천문산케이블카

[안전 이상무?]

도심을 지나면서 서서히 고도가 올라가더니 산악지대에 이르러서는 빠르게 상승했다.
워낙 먼 거리여서 환승역까지 나타난다.
어떤 이유인지 갈아탈 필요 없이 또다른 와이어로 자동전환되는게 신기하다.
두번째 구간은 경사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케이블을 지탱하는 철구조물에는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녹슨 구석이 많은데 급경사에 많은 인원을 실어나르는데 문제가 없을까?
경사가 심할수록 차라리 오전에 탈뻔했던 짚와이어가 안전하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천문산케이블카

[유리잔도]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커다란 바위산에 뚫린 거대한 구멍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굴을 이야기하는 '동'이란걸 알게되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깎아지른 절벽에 끝없이 이어진 잔도가 시작된다.
처음 얼마간의 구간에는 맛뵈기로 유리잔도가 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덧신을 끼고 걷는다.
짧은 유리잔도를 지나면 본격적인 콘크리트잔도이다.
잔도위에 서 있을땐 모르겠지만 앞뒤의 잔도 벽면을 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곤한다.

짧은 유리잔도


[천문동]

잔도를 한바퀴 돌면 에스컬레이터를 만난다.
60여미터가 넘는 에스컬레이터를 일곱개 갈아타면 천문동을 만난다.
바위산 안쪽에 굴을뚫어 만든 에스컬레이터도 그렇지만 길이와 규모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천문동에서 내려다보면 아래쪽으로 999개의 계단이 보인다.
까마득한 거리이지만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다시 다섯개의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하산하자 이번엔 먼발치에 천문동과 함께 아까의 999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가 아닌 위쪽으로 보이는 천문동이다.
가이드는 이곳이 풍수학상 가장 훌륭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물과 나무 등등등....

멀리서 본 천문동굴

[고찰 천문사]

중국 10대사찰중 하나라는 천문산사이다.
오랜 역사는 물론이고 규모 또한 큰편이다.
2만보를 훌쩍 넘긴 걸음때문에 일행들이 조금씩 지쳐 가기 시작한다.
유명한 사찰을 모두 둘러보기엔 무리이다.
짧은 휴식 후에 다시 비탈길과 잔도를 걷다보니 케이블카가 보인다.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비교적 짧은 코스여서 금세 도착했다.

장가계 천문사

[전신맛사지]

아직 산속인것 같은데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지붕에는 여러마리의 대형 여우상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곳은 저녁시간 관광코스인 천문호선쇼 장소이다.
아직은 이른시간, 일정이 일찍 시작된 만큼 모든 구간에서 시간이 단축되어 마사지샵으로 향했다.
어느 호텔 내부의 맛사지샵이다.
조금은 낡은 구조에 화장실 변기도 독특한 모양이다.
가이드의 설명대로 마사지라기 보다는 안마수준이다.

['살살'과 '약하게'의 차이]

심한 고통을 참았지만 오른쪽 발바닥 지압은 참기 어려웠다.
한국인을 많이 상대하기에 '세게'와 '살살' 정도 어휘는 알아듯는다고 했는데 너무 아프다고 급히 '약하게'라고 요청했다.
마사지사들끼리 주고받는 몇마디 대화 후 '약하게? 몰라....'
우리 일행이 빠르게 '살살'하라고 대신 설명해 준다.
90분간의 마사지가 끝나자 차 한잔을 내어준다.
중국의 유명한 보이차일까?
너무 얇은 플라스틱컵에 따른 뜨거운 컵은 조심스레 들어야한다.

[저녁식사시간]

가이드는 식사장소로 가며 선물을 꺼냈다.
귀주산 모태주라며 저녁식사때 마시면 야간쇼 관람시 추위를 이길수 있다며 진품모태주를 강조했다.
사실 마오타이주는 엄청난 가격임을 알고 있기에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급술이라 생각하며 반주삼아 마셨다.
52도의 높은 알콜 도수이다.
쉽게 취하면서 빠르게 깬다며 추천하는 모양새가 술을 구입해 달라는 모양새이다.
으레 술한병씩 구입하는게 해외여행의 일상이 되었으니 두어병 주문해야겠다.

중식다운 한식?

[술과 외투]

11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장가게의 날씨는 차가웠다.
더구나 밤이되자 냉기가 느껴진다.
버스를 타고 계곡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주보다 남쪽인 장가계의 기후를 생각하고 함부로 덤볐다간 낭패를 볼수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한참을 껴입은 덕에 그나마 견딜 수있다.
게다가 짝퉁스럽긴 해도 모태주까지 곁들였다.
버스를 타고 주차장에서 내린 후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곱게 차려입은 배우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함께해준다.

[천문호선쇼]

넓은 무대만큼이나 관객석도넓다.
가이드는 간단한 줄거리를 설명해 주고 좌석번호 확인까지 끝내고 버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두개의 모니터에는 중국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이 나뉘어 표시된다.
호왕과 결혼하기로 한 천년묵은 여우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반적인 스토리이지만 무대와 배우들의 스케일은 일반적이지 않다.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는 주인공은 사실 3인1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기념사진 촬영이 임했던 그들이 모두 여우역할이었던 모양이다.

드넓은 계곡이 무대인 공연장

[양꼬치와 칭다오맥주]

지루하지 않았던 긴 공연이 끝나고 하나투어 전용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시내에 마련된 푸드트럭 옆에는 대형천막과 테이블들이 있어 이용하기 편리했다.
미리 주문을 했는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는데 꼬치가 준비되었다.
1인당 닭꼬치 5개에 맥주 한병이라는데 생각보다 많은양이다.
한국맥주보다 많이 싱거운 중국맥주에 중국향신료의 꼬치를 맛보고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시간이 벌써 자정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계]

일찍 깨버린 모태주 탓인지 싱거운 맥주가 문제였는지 일행들은 숙소에서 부족한 술을 마시자고 했다.
지칠대로 지친 몸에 안마때문인지 종아리에 알도 밴것 같아 잠시 누웠는데 그만 천국처럼 달콤한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날도 역시 일찍 일어났다.
원가계 관광일정 때문이다.
천문산보다 화려한 경치를 자랑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지만 사실 TV 등으로 많이 접했던 경치를 직접 눈으로 본다는 점이 따를 뿐이다.

[천자산 케이블카]

큰 면적의 관광지에는 버스와 케이블카로 이동을 해야해서 입장권 가격도 비싸고 분실하면 낭패라며 가이드가 입장권을 회수해 갔다.
다만 안면인식으로 출입이 가능해 코스별 입장에 불편함이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절경이 탄성을 부른다.
그림같은 바위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이곳 저곳 좋은 전망을 찾아 기념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천자산 절경

[미혼대, 친하제일교]

셔틀버스를 타고 다른 장소로 향했다.
가는곳마다 잔교가 만들어져 있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이다.
어느 지점에서 가이드가 걸음을 멈췄다.
'천하제일교'라 불리는 거대한 자연 돌다리이다.
영화 아바타에 나왔을 장면이 떠오른다.
이어지는 '미혼대'는 경치가 좋아 영혼을 두고 갈 정도라고 미혼대라 명명했다니 작명술도 가히 장가계스럽다.

미혼대

[옵션관광 한번?]

점심식사 장소로 향했다.
관광구역내에 있어 식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식사를 하며 옵션관광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원래 셋째날 남늣 두어시간을 이용해 추가관광을 할까 했는데 생각보다 비싼 금액때문에 포기해버린 상황인데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전 지나쳐 온 공중정원이 그것이다.
장가계에 언제 또 오겠냐는 내 제안에 대부분 마지못한 동의가 이어졌다.
결국 다른 옵션관광 선택지였던 황룡동으로 오후 추가관광을 하기로 했다.

[백룡엘레베이터]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역시 세계최고 높이의 관광용엘레베이터를 타기 위해서이다.
높이가 326m이며 오르내리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관광용 엘레베이터라지만 전망을 볼수 있는시간은 40여초이다.
기다리는 동안 엄청난 수의 원숭이들이 관광객 사이를 서성이다 한마리가 비닐봉투에 든 귤을 낚아챘다.
원숭이경계령이 내려진 줄 모르는 모양이다.
점심시간 무렵이어서 엘예베이터는 한대만 운영한다.
대기줄이 짧아 기다릴 필요도 없고 50인승의 규모여서 한번에 탈수있다.

백룡엘레베이터

[원숭이 세상]

빠르게 하강해 아래층에서 내리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출구로 향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기위해 오르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출구까지 꽤 오래 걸어야 하는걸 보니 엘레베이터를 깊숙하게 굴을 뚫고 설치한 모양이다.
출구로 나오자 이번엔 더 많은 원숭이떼들이 노닐고 있다.
마치 원숭이들이 인간을 구경하는 모양새이다.
덩치큰 원숭이는 사람을 크게 해치기도 한다니 조심해야할 노릇이다.

장가계 원숭이떼

[보봉호]

국가삼림지대에 있는 보봉호로 향한다.
오늘 두번째 코스지만 오전과 동일하게 셔틀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가이드의 설명대로라면 말레이시아 사람이 장가계 최초로 개발한 관광지였다는 것....
지금은 도로가 만들어져 셔틀버스가 왕복하지만 과거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영되었다고도 한다.
셔틀버스가 도착한곳은 호수의 시작점이다.
중국의 전통건물을 닮은 선박들이 줄지어 있고 차례대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한국인 단체여행객 네팀을 태운 유람선이 출발했다.
네팀중 한팀의 가이드가 대표로 승선해 유머섞인 안내를 시작했다.
호수의 크기와 주변산세, 그리고 호수에 살고있는 생물 이야기까지....

보봉호 선녀바위

[토가족 이야기]

커브를 돌면서 정박해 있는 배를 만나자 갑작스레 '함성과 박수'를 요청했다.
푸른 중국전통의상을 입은 남자가 나와 짧은 노래를 부른다.
장가계를 상징하는 ‘토가족’이다.
토가족은 노래와 춤을 즐기며 심지어 구애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다.
노래 말미에 내는 구령은 ‘당신도’ 불러보라는 의미이다.
반환점 쯤 되어보이는 호수 중간에 있는 작은섬을 돌다보면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사람의 형상을 닮은 선녀바위이다.
호수가에 인공의 구조물들이 보이고 그중 하나는 댐 수문이다.
호수 아래쪽에 설치된 인공폭포를 조절하는 수문이다.
관리원이 출근하면 폭포수가 흘러내리고 퇴근하면서 끊어진다는 설명이다.
선착장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다시 배 한척이보인다.
함성과 박수를 요구하는 대표가이드의 주문에 부응했다.
이번엔 여성이 나와 청량한 음색으로 노래를 부른다.

토가족의 손님맞이

[아기고기]

노래가 끝나자 선상에서 답가를 불러야 한다며 타고있던 토가족 아가씨가 선창을 하고 이내 관광객들에게 마이크가 넘어왔다.
한 남자승객이 나훈아의 노래를 부르고 이어서 여성승객에게 마이크를 넘겼지만 부족한 시간탓에 이어부르지는 못했다.
호수속의 녹색빛은 석회질 토양에 인공호수라서 수질이 썩 좋지않아서이고 아기고기라는 도롱뇽을 닮은 보호종 물고기도 살고있다.
개체수 조절을 위해 연간 포획목표 범위내 식용으로 잡기도 한다며 호수 아래쪽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오후내 비가 그치지 않고 축축한 날씨지만 그래도 부족함이 없는 여행일정이다.

보봉호 아기고기

[황룡동굴]

옵션관광으로 선택한 황룡동굴이다.
세계에서 두번째 규모라지만 입장료를 포함한 관광료가 7만원에 이른다.
가이드와 운전기사 수고료가 포함되긴 했지만 바가지임은 분명하다.
다만 어렵사리 여행을 왔고 어쩌면 마지막 장가계 여행일 가능성이 크므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동굴 내부에는 배를타고 이동하는 구간도 있고 갈래길이 수없이 많아 팀별로 안내원이 동행한다.

[시끄러운 중국인]

흑룡강성이 고향이며 할아버지 고향이 경북 구미라는 안내원이 북한식 사투리로 안내를 시작했다.
'동굴 안에서는 통제에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앞사람들이 가야 뒤따라 갈 수있고 뒷사람이 오면 빨리가야 합니다.' 라며 중국사람들은 엄청 시끄럽다는 말을 반복한다.
한국인 입이 아닌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게 놀랍다.
종유석과 석순 그리고 석주를 설명하다 석순과 종유석이 만나기 직전인 곳을 가리키며 '이 두개가 만나려면 천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황룡동굴

[밑반찬 경치]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있는데 다음 장소로 가자며 서둘렀다.
'이건 밑반찬에 불과합니다'
반신반의하며 따라가자 드디어 배타는 곳이 나타났다.
최대 수심이 수십미터에 달한다는 설명보다 배를타고 이동하는 거리가 엄청남에 놀랐다.
거대한 동굴속 수로 양측에는 신비로운 모습과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황홀함끼지 느껴진다.
한참을 이동하고서야 다른 선착장에 도착했다.
동굴속에 두개의 선착장이라니?

이루어질 천년의 만남

[메인요리]

배에서 내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무한 중국인들이 시끄럽게 이야기하며 느릿느릿 걸어서 계단을 오른다.
추월도 힘든 와중에 겨우 틈새를 지나쳐 선두로 나가자 조금씩 소란스러움이 줄어든다.
'아! 이래서 중국인들이 시끄럽단 말이군'
얼마간의 경사로를 오르자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안내원은 '이곳이 메인요리'라며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 많이들 찍으라했다.
수백 아니 수천개의 크고작은 종유석과 석순들이다.
산 전체가 동굴이며 4층규모라더니 허튼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석순과 종유석만도 천여개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천연물 보험]

굵기와 높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갖가지 규모의 석순 중 백미는 19.2미터의 석순이다.
멀리에선 커보이지 않았는데 실제 높이는 대단하다.
굵기가 굵지 않아 부러질 우려에 대비해 한국돈  2000억원 가량의 보험에 들어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되돌아 나오는 길은 내리막 계단이 대부분이고 배를 타지 않았는데 입구로 되돌아 왔다.
출구에서 안내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버스로 향하는 길에서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이젠 웬만하면 산과 동굴은 구경할게 없겠다며....'

보험 든 석순

[이틀째 맛사지]

오늘은 어제 받은 마사지장소가 아닌 우리가 묵는 호텔 별동의 마사지샵이다.
아침저녁으로 숙소동과 본동 식당을 오가며 눈에 띄었던 '족욕중심' 간판이 낯설지 않다.
전날보다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맛사지를 기다린다.
어제는 무리했던 걸음탓에 힘들었다면 오늘은 어제 받은 맛사지탓에 걱정이다.
역시나 낡은 시설에 재래식 형식의 좌변기가 있는 화장실이 있고 얼마간의 담배냄새도 배어있다.
맛사지걸들이 입장해 족욕기에 발을 담그고 등부분 안마를 시작했다.
매운맛의 안마는 참기 어려웠지만 쓰디쓴 인내의 달디 단 열매를 기대하며 참고 또 참았다.

[언발란스 지압 통증]

왼발로부터 시작된 안마가 통증이 심해졌지만 어느정도 견딜만 하다.
그런데 오른발바닥 지압단계에서 참지 못하고 ‘살살’을 주문했다.
어제도 그랬었는데 무언가 몸의 균형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건 오른쪽 팔꿈치와 어깨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몸의 불균형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근육경직에서 오는 정상반응일수도 있겠다.

[마지막 저녁식사]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식사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에 몇가지 쇼핑을 의뢰했다.
버스기사 수고비조로 참깨강정과 말린 사과대추를 구입하고 사전 쇼핑목록이었던 술과 참깨까지 음식점 근처의 쇼핑센터에서 챙겼다.
소고기가 주메뉴인 음식점 역시 한국인들이 넓은 매장을 가득채우고 있다.
가이드가 선물해 준 모태주와 음식점 서비스품목인 칭다오 맥주까지 그래도 푸짐한 저녁식사이다.
일찍 일정을 끝낸만큼 저녁식사 시간도 조용하게 빨리 끝내고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불고기라는데 무언가?

[고무줄 쇼핑]

이튿날은 여행의 마지막 일정....
공항까지 이동시간이야 얼마 안되지만 중간에 쇼핑센터 방문이 있다.
여정 중 딱 한번의 쇼핑인데 단단히 마음먹고 입장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쇼핑센터에서 바가지를 쓰는건 솔깃해서이거나 가이드의 입장을 생각해서이다.
눈과 귀를 닫고 심지어는 입까지 닫아야 통과가 가능한 마의 구간이다.
한쪽귀를 열고 간간이 들리는 이야기는 역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결과이다.
쇼핑물품 침향환을 넣은 물이 스티로폼을 녹여낸다는 그럴싸한 실험이다.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자 155만원짜리라는 3병들이 한박스에 85만원까지 판매하겠다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나중에는 가격이 얼마면 구입할거냐며 거의 울상이다.

[허화공항]

어둠속의 공항과 달리 제법 잘 꾸며진 공항에 도착했다.
국내선과 국제선이 함께 있는 작은 공항이다.
서둘러 도착한만큼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가이드와의 작별인사 후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부산과 대구방면 여행객과 시간이 겹쳐서인지 대부분 한국여행객이다.
시간을 보낼 면세점 규모도 품목도 다양하지 않다.
작은 여행기념품 몇가지 구입이 전부이다.

[쌍둥이 메뉴 도시락+기내식]

어제 받은 쿠폰으로 도시락을 교환받고 식사를 시작했다.
공항내 식당가가 아닌 '벤치에서의 식사'라는 희귀한 경험이다.
메뉴는 나흘전 기내식과 유사하다.
대충 점심식사를 떼우는 수준이다.
잔뜩 찌푸린 와중에 항공기 탑승지점까지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200인승이 안되는 소형 항공기에다 작은 공항이어서 그런지 탑승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기체가 움직인다.
제법 많은 비가 차창을 적시고 짙은 안개속에 속도를 높이던 항공기는 고도를 높인다.
한참을 상승한 후에야 옅은 구름사이로 간간이 햇빛이 들어온다.
한국 출국편 항공기와 달리 기류변화에 의한 흔들림이 덜하다.
운항고도가 높아지면서 속도 또한 빠른 편이다.
이륙 후 한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기내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뻔한 메뉴에 점심식사를 한지 두시간 밖에 안된시간이다.
식사를 않기로 했는데 얼떨결에 받은 기내식이다.
역시나 조금전 공항에서 먹었던 도시락과 흡사한 메뉴 구성이다.

도시락 = 기내식?

[양양국제공항]

해가 서산 중턱에 걸려있을 때 동해바다가 보이더니 착륙을 하자 자취를 감추었다.
작은 공항이고 우리가 이용한 항공기가 유일한 만큼 탑승구에 직접 연결된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또다른 부부와 작별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친구와 후배네 부부 세팀이 강릉에 도착해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는 얼큰한 추어탕이 선정되었다.
여러날 느끼했던 속을 달래줄 얼큰함에 감자를 다진 방금 한듯한 쌀밥까지 일품이다.
마감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주인아저씨의 가마솥누릉지 써비스까지 챙겨들고 돌아서면서 또한번의 해외여행의 맞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