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둔 폭설>
겨우내 눈 다운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
눈발이 흩날린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강추위와 동반해 조금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 이어서 또 내리면 무지 불편할 것 같은데 무심한 하늘은 설을 이틀 남기고 갑작스러운 폭설을 내렸다.
제설 장비가 신속히 제설작업을 하는 고속도로를 제외하고 국도와 지방도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산간지대 도로는 통행이 제한되었다.
시가지 역시 체인을 감은 차량 일부만 겨우 통행을 할 뿐 한적한 도로 옆에는 우산을 든 보행자들이 미끄러운 길을 뚫고 지나다닌다.
내일이 설 명절인데 세배와 성묘는 어찌해야 할까?
쏟아진 엄청난 눈에 시골집은 지붕 위의 눈을 치워줘야 한다.
목재와 흙벽으로 지어진 50년이 넘은 집이다.
눈이라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이 쌓이고 또 녹으면서 질척해질 경우 엄청난 무게이다.
중학생 시절 선친께서 지붕 위에 눈을 치러 올랐다 미끄러져 떨어지신 적 있다.
당시에는 자주 큰 눈이 내렸는데 다행히도 바닥에 쌓인 눈 덕분에 많이 다치지는 않으셨다.
당시 큰 눈이 내리면 제설작업이 필수였다.
눈이야 시간이 지나면 녹을 건데 하는 내 생각과 달리 선친께서는 내 집 앞마당에 있는 눈을 두고 보지 못하시는 분이다.
비닐과 가마니를 엮어 만든 운반기구에 눈을 담아 앞 밭으로 옮기는 게 겨울철 연중행사였다.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제법 쌓인 눈을 모두 치우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그리고 시골답게 윗집, 아랫집까지도 널찍하게 길을 내려면 한나절도 모자란다.
요즘은 눈이 내리는 횟수도 양도 많이 줄었고 날씨가 따듯해져 쉽게 녹다 보니 큰 눈이 내리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 눈을 쳐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그래도 노모 혼자 계신 시골집을 폐가처럼 보일 수 없어 간식과 제설 도구를 챙겨 시골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집으로 향하는 길의 절반가량 제설작업이 되어 있다.
아랫집 아저씨가 트랙터로 마을 길을 치우고 있다.
경사가 심한 언덕 이어서 트랙터가 움직일 수 있는 곳까지만 치워져 있지만 그래도 감지덕지하다.
나머지 구간에 좁은 길을 내고 다시 길을 넓힌다.
80년대 말 형의 결혼식이 있었다.
겨울이어서 걱정은 했지만, 결혼식을 앞두고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고향 동네 어른들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결혼식장에 오지 못하였다.
그런데 꼭 참석해야 하는 친척들이 폭설에 갇혀 결혼식 참석을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좁고 굽은 대관령 고갯길에 내린 눈이 복병이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결혼식 당시에 짐작은 했지만 나중에야 되돌아 간 사실을 알려 왔다.
택일의 문제가 아닌 기상의 문제였다.
눈으로 유명한 대관령 일대는 물론 해안가의 강릉지역도 폭설에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늘상 그러하다 보니 큰 눈이 내렸다 하면 관계기관의 제설차는 물론 개인이 보유한 중장비까지 동원해 제설부터 하고 보는 독특한 지역이기도 하다.
연신 내리는 눈을 처리할 방법은 시내 중심을 흐르는 하천에 버리는 것......
다리의 교통을 부분 통제하고 덤프트럭이 쏱아 내는 눈 폭포가 장관이다.
2m 가까운 눈이 내려 중장비가 눈 속에 묻힌 자동차를 찍어 버린 사고며 대관령 길에 갇혀 36시간만의 탈출하는 웃지 못할 기억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곳이 이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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