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컬럼

세상은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

Bini(비니) 2015. 12. 22. 10:50

<세상은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



[작은 배려가 큰 기쁨으로]


오늘 겨우살이 채비로 자동차 겨울용 타이어 교체를 했다.

정비기사가 한참 동안 작업을 하는 동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10여 년 전쯤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바쁜 출근길을 재촉하며 아파트를 나섰다.

지난밤 펑펑 내린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17인치의 큰 겨울용 타이어가 든든함 마저 들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의 눈길에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편이라서 등산화 차림으로 차에 올랐다.

그런데 내 앞에서 펼쳐진 장면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경차 한 대가 눈밭에서 얕은 턱을 넘지 못하고 꼼짝달싹 못 하는 것이었다.

갈길 바쁜 나로서는 모른 체할 수 있었지만 나름 나눔의 마음을 발휘하여 트렁크에서 견인 줄을 꺼내 차를 탈출시켜 주었다.

경차의 여성 운전자는 연신 고맙다며 내가 사는 동호수를 묻는 것이었다.

별일 아니라며 한사코 거절하던 내게 나중에라도 어디 사는 분인지 알아야 인사라도 나누지 않겠냐며 묻는 바람에 동호수를 알려주고 말았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날 저녁 퇴근 시간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현관문 앞에 음료수 한 박스가 놓여 있다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정작 당사자는 고마워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지난 일인데 그냥 지나치는 게 다반사 이거늘 이렇게 되고 보니 그 운전자분의 사는 동호수를 물어보지 않은 게 오히려 후회된다.

음료수 고맙게 잘 먹었다는 인사도 못 한 아쉬운 마음에......

 

[견물생심 vs 역지사지]

 

토요일 오후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과 식사를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 시간을 보낼 무렵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주차장에서 지갑 분실하지 않았냐면서......

순간 나는 잘못 걸린 전화라 판단하고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화를 건 여자분은 그럼 지갑 주인 좀 찾아서 전해 주라는 것이었다.

내 연락처가 적힌 주소록이 있다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바지 주머니를 뒤지던 나는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 달리 반바지 차림에 운동 다녀오느라 지갑을 반바지 옆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차에서 내릴 때 빠진 모양이었다.

옆 통로 주민이라는 말에 허겁지겁 달려가 확인한 결과 내 지갑이 맞았다.

카드와 현금도 중요하지만 각종 신분증 때문에 만약 분실했다면 골치깨나 썩었을 법했는데 퍽이나 다행이었다.

감사의 마음으로 지갑 속에 있던 현금을 꺼내어 사례를 하겠다고 했는데 한사코 마다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고 전해 주는 것이지 절대 대가를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파트가 지역공동체 의미가 부족한 곳이라 하는데......

'웬 뚱딴지같은 소릴 해?'라고 한마디 던질만한 경험이었다.

 

[후회 반 보람 반]

 

퇴근 시간이 가까워 지자 서둘러 책상 정리를 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다.

회사 근처의 좁은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라서 막 출발하려는데 지프형 차량 한 대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침 내 차에는 배터리를 연결하는 점프 케이블이 있었다.

약속 시간은 급하게 다가오는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두고 갈 수 없었다.

차량 앞부분을 맞대어 세우고 점프 케이블을 연결했다.

방전된 차량에 연결하고 즉시 시동을 걸면 내 차량의 전자부품이 고장 날 수 있어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려는 순간 상대방은 시동키를 돌리고 있었다.

어렵사리 시동은 걸렸지만 내 마음의 불편함 또한 시작되었다.

괜한 호의를 베푼 듯한 후회와 좋은 일 했다는 보람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지갑 주워 주고 원망 들은 사연]

 

퇴근길 도로가에 떨어진 지갑 하나를 발견했다.

아마 택시에서 내리다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음식점 같으면 주인에게 맡기면 되겠지만 주변이 온통 도로뿐이라서 지갑을 주워 잠시 기다렸다.

주인이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십여 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의 주인을 유추할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마침 신분증이 보인다.

충청도 출신의 스무 살을 갓 넘긴 아가씨였다.

신분증 뒤에는 마침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보였다.

지갑의 주인 연락처도 있다.

전화를 걸자 도심지 근처에 있다며 지갑을 찾으러 온다고 했다.

딸 또래의 어린 아가씨라 내가 도심 근처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만나기로 한 택시 정류장에 정차하자 앳된 얼굴의 지갑 주인이 음료수 박스를 들고 나를 맞이했다.

주정차도 안되지만 괜한 돈 쓰지 못하도록 지갑만 돌려 주고 음료수는 사양했다.

그런데 꽤나 무거워 보이던 음료수 박스가 마음에 걸린다.

반품도 어려울 텐데 그냥 가져올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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