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 서약>
이념의 스펙트럼을 기준으로 보면 보수적이지 않은데 다른 측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상당히 보수적인 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그대로 갖고 돌아가야 한다는 선조들의 사상도 공감이 가곤 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할 세상이라면 좋은 일 한번 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랑의 장기 기증'에 동참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몇 가지 알아보면서 기증자에 대해 지자체 등으로부터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마다 각각 서로 다르므로 검색을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딱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거 장기기증 서약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다면 장기 기증이 아니라 '장기 밀매'일 수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기증 결정을 하고 나니까 마지막으로 가족 동의가 필요하단다.
아내에게 전화로 설명을 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장기 중 쓸만한 게 있겠냐?'면서......
어쨌든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면 동의해 주라고 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얼마 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본부로부터 감사편지와 함께 작은 하트 스티커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 부착하라며 4개를 보내왔는데 정식 신분증 재발급이 되면 자동으로 인쇄되어 나온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는 날......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러 면허시험장에 갔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지할 면허증이라 나름 잘 나온 사진을 들고 발급 신청을 했다.
번쩍이는 새 면허증을 받아 쥐고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나도 작지만 무언가 봉사할 수 있는 장기기증 서약자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살아생전에 기증하는 것이 아닌 뇌사상태 또는 사후 일부 장기 기증이지만 나에게 더 이상 불필요한 것이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하게 쓰인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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