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컬럼

산불, 화마가 할퀸 상처!

Bini(비니) 2017. 5. 22. 22:50

<산불, 화마가 할퀸 상처>



백두대간 자락에서도 산세 좋은 선자령에 올랐다.


대관령휴게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완만한 '양떼목장' 옆으로 오르는 다소 먼 코스를 택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절로 씻겨 내린다.

선자령 정상은 바람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오죽하면 견디다 못한 나뭇가지들이 한 방향으로 망부석처럼 굳어져 있을까?

선자령 정상을 얼마간 앞둔 임도에 다다르자 매서운 돌풍이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더니 갑작스러운 먼지가 눈에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정상을 살짝 비껴 임도 따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곳으로 오르려다 이내 포기하고 돌아섰다.


하산 길에 옛날 휴게소에서 파는 국밥 한 그릇 말아 요기를 하고 나니 졸음과 피로가 몰려온다.

그저 씻고 쉬려는 일념으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흔아홉 구비 옛길을 따라 평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소방차와 의용소방대 차량이 분주하게 사이렌을 울린다.

이 세찬 바람에 어서 불길이 잡히기를 기원하면서 귀갓길을 서두른다.

샤워를 마친 후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깔고 누웠다.

그런데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소란스럽게 이어지더니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이거 도심에 대형 불이 난 건 아닐까?

 

TV 뉴스를 보니까 강릉 산불이 실시간 검색 상위권이다.
아 작은 산불이 아니었구나.
하긴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일었다.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라면 산세가 험한 강원도 산불은 진화가 어렵다.
한나절을 넘기고 바람이 잦아들 무렵에야 큰 불 길이 잡혔다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이튿날 대관령을 넘어야 하는 출근길에 고속도로 입구는 통제 중이다.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간혹 불꽃이 보이는 곳도 있다.


산림이 많은 강원도에는 유난히 산불이 많다.
1990년대 초반 삼척지역 대형 산불로 인해 울진원자력발전소 사수 작전이 있었고 삼척의 한 중계탑 중계소에서는 주변의 나무까지 모두 타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직면했었다. 
그곳은 입사 초기에 내가 근무하던 곳이었다.
당시 대단한 명견이었던 셰퍼드 한 마리는 불꽃과 연기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몸져누웠다가 안락사시켰다는 후문이다.
해안선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송림을 한순간에 잃은 당시 산불 원인은 시골 노인의 논두렁 태우기가 원인이었다.


강원도 고성, 양양 등지의 울창한 산림은 농토가 적은 지역에서 임산자원 등의 보고이다.담뱃불과 논두렁 태우기 등의 인재가 줄어들지 않고, 간혹 나뭇가지끼리의 마찰열이나 벼락이 원인이기도 하다.
건조기 입산통제도 하고 산불감시용 CCTV도 늘어나지만 주의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사람 목숨도 자연도 작은 부주의가 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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