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발자취

노추산으로의 첫 산행

Bini(비니) 2018. 7. 12. 01:16

<노추산으로의 첫 산행 2018.07.09>


 


[노추산 처녀 등반!] 


자주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고 때론 업무 때문에 들르기도 하는 곳......
정선 여량면 구절리와 강릉 왕산면 그리고 평창까지 아우르는 산이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지리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산 골짜기의 깊이로 치면 모자람이 없는 산간 중의 산이다.


[모정의 탑!]


수 삼 년 전 가족들과 두어 번 방문했던 곳이다. 
아들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자 어머니의 정성을 담아 시작한 돌탑 쌓기가 26년이나 이어져 오다가 그 어머니의 사망과 함께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다는데 가냘픈 여성의 힘으로 이렇게 큰 규모의 돌탑공원을 쌓을 수 있는 힘의 원천 역시 모정이 아닌가 싶다.


[10여분 동안 등산했는데 제자리]


모정탑 입구 아치교를 지나 우측으로 난 길이 등산로이다.
전에는 등산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왼쪽으로 돌탑 구경을 갔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시로 내린 비는 맑은 송천 계곡을 흙탕물로 만들어 소용돌이친다.
거친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이다.
다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지만 또다시 들리는 계곡 물소리가 요란하다.


[습한 공기와 어쩌다 바람 한 줄기]


거송 틈새로 잔뜩 찌푸린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영상 15도 내외의 차가운 공기라지만 며칠간 내린 장맛비가 온 세상을 적셔놓았다.
계곡 물소리가 멀어지자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잔뜩 찌푸린 날씨라서 다행이지 습한 공기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가끔 한 번씩 불어오는 바람으로 흐르는 땀을 씻어 내기엔 역부족이다.


[끝없는 오르막]


가파른 오르막이 수시로 나타나면서 정상까지의 거리와 해발고도가 궁금해진다.
모정탑 주차장에서 모정탑 입구까지의 거리는 제외하고 등산거리와 하산 거리가 각각 5킬로미터 내외이며 정상의 해발고도는 1322미터, 들머리의 고도가 600여 미터라고 한다.
등산로에서 등산 내비게이션과 인터넷으로 이러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니 세상 좋아진 게 느껴진다.


[태고의 천연림]


오르기가 어려운 만큼 등산객이 붐비지 않는 코스이다.
가끔은 어느 방향이 등산로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산길에는 바람에 쓰러지고 벼락 맞은 고목들이 천연림의 모습을 연출한다.
쓰러진 참나무에는 이름 모를 버섯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라 있지만 독버섯일 수 있어 그냥 지나친다.


[목적지보다 더 높은 아리랑산]


1322미터 정상까지의 거리를 수시로 체크한다.
등산용 어플에 표시되는 해발고도가 1280미터 지점에 다다르면서 희망이 생긴다.
앞으로 40여 미터만 더 오르면 정상이겠지?
그런데 40미터를 오르니까 끝없는 내리막이 시작된다.
이거 절망적이다.
안내표지에는 남은 거리가 1.5킬로미터가 남아있다.
한참을 걸어 만난 봉우리는 작은 표지석의 아리랑산이다.



[표지석 크기]


아리랑산 정상은 표지석의 크기만큼이나 좁은 공간이다.
마치 수요가 적은 임시휴게소 수준이다.
험한 내리막과 오르막을 몇 번 더 만난 후 드디어 헬기장이 보인다.
보통 헬기장은 정상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걸음 오르자 데크로 만든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높이 2미터가 넘는 대형 표지석이 우람하게 서 있다.
역시 유명한 산봉우리는 다른가 보다.


[노추산의 유래]


정상에는 노추산의 유래에 대한 대형 안내판이 있다.
신라 때의 설총과 조선시대의 율곡 이이가 이곳에서 학문을 닦았고 이에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중국의 노나라와 추나라의 기풍이 배어 있다 하여 노추산이라고 했다 한다.
이름은 자주 들었지만 힘든 산행 후에 배우는 그야말로 산교육이다.


[반가운 임도 하산길]


정상에서 출발할 무렵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가끔은 숲에 가려 햇빛이 사라지지만 임도에 다다르자 걷기 편한 대신 따가운 햇빛을 이고 걷는다.
급경사 등산길과 달리 완만한 하산길은 적지 않은 등산객을 마주한다.
맑은 계곡물이 부딪히는 소리는 느낌까지 깨끗한 듯하다.


[모정탑으로 회귀]


아까는 입구에서 우측 등산로를 밟았는데 하산길은 모정탑 위쪽으로 내려온다.
두어 번 다녀간 곳이지만 세월도 조금 흘렀고 고된 산행 후에 만난 돌탑은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저 돌을 쌓아 만든 탑이 아니라 고된 노력과 고통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모정의 위대함과 정성이 만들어 낸 모정탑은 공든 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