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발자취

춘삼월의 산행일기

Bini(비니) 2016. 3. 18. 06:31

<춘삼월의 산행일기 2016.04>

 


[춘삼월의 산행 일기]


회사에서 춘계 체육행사의 목적으로 태백산 등반을 한다.

다소 이른 시기여서인지 그 유명한 태백산 철쭉은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9시 30분 유일사 입구 들머리 집결이라 서둘러 집을 나선다.

7시가 채 안 되었는데 환한 태양에 비친 집 근처 야산에는 개나리, 벚꽃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본격적인 봄이라는 걸 증명해 주고 있다.

임계와 하장을 거치는 도로 대부분 구간은 꽤 짙은 안개가 드리워 있고 이런 상황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시무시한 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산벚나무 들은 안개꽃처럼 만개하고 메말랐던 앙상한 가지 사이로 초록의 잎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대표적 태백산 들머리 중 하나인 유일사 입구 매표소에 도착하자마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머리에 이고 험난한 산행을 시작한다.

10㎏을 넘나드는 배낭을 메고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며 쉴 새 없이 흘린 땀방울은 양을 가늠키 어렵고 억지로 끌려 온 듯한 몇몇 동료들은 거친 숨소리와 오만상을 연출하며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고대하고 있다.

천제단에서 사입 번창 기원제를 지낸 후 삼삼오오 둘러앉아 김치전, 편육을 간식 겸 안주 삼아 허기를 달래고 이제 하산길이다.


내려오는 길......

가끔 집 근처의 낮은 산도 자주 오르내리지만 어떤 산이든 변함없이 힘든 것이 등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눈 덮인 주목 군락지의 장관도, 철쭉이 비단처럼 수 놓인 풍광도 없지만 적당한 날씨와 한산한 태백산 산행은 나름 의미가 있다.

휴식을 겸한 커피 한잔을 위해 들렀던 삼척 하장 휴게소 조립식 건물 처마 아래에는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제비집이 식당 주인의 기다림 속에 강남에서의 반가운 소식을 고대하고 있다.


정선 여량에서 구입한 민물고기 도리뱅뱅에 가벼운 하산 주를 곁들인 저녁식사......

길었던 4월의 하루가 짧게만 느껴졌다.